경원중학교 김헌용 영어교사

마음의 눈으로 교단에 선 열정 가득한 선생님

지역내일 2011-02-21

지난해 3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서울시 최초 일반학교 교사가 된 경원중학교 김헌용(25) 교사. 그에게 지난 1년은 1년차 새내기 교사들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에 부딪쳤고 동시에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교수법 개발에도 몰두하느라 바쁜 한 해였다. 성실한 수업 준비와 마음의 눈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쓴 노력 덕분에 시각장애인 교사에 대한 편견을 단기간에 깰 수 있었던 김 교사. 그를 만나 풋풋한 교육자의 열정을 엿보았다.


볼 수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소통
김 교사는 지난해 3월 3일 처음으로 교단에 서면서 평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설렘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우려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1학년 학생들을 맡아 주당 18시간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런 우려는 의외로 쉽게 접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교사가 처음이라 어느 정도 호기심을 갖기는 했지만 순수한 아이들이다 보니 곧바로 편견 없이 다 같은 교사로서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김 교사의 유창한 영어실력은 물론 자리 배치에 따라 아이들 이름을 익히는 등의 노력이 모두의 마음에 전해진 결과이기도 했다.
이제 그는 아이들로부터 수 십 통의 이메일을 받고 일일이 답장을 보내는 다정한 선생님이 됐다. 지금까지 진솔한 대화를 나눈 아이들이 100여명이나 될 정도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더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피하는 일이 없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법 등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 아이들이 다가와도 볼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이름을 불러 주지 못해 혹시라도 섭섭해할까봐 마음이 아픈 것이다. 김 교사는 “비록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하거나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 너무 고맙다. 올해에는 수업뿐만 아니라 개별상담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싶어 언제든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새내기 교사로서 수업과 업무 익히기 등 적응에 중점을 두었지만 올해부터는 보다 많은 아이들에 대해 알고 다가가는 것이 목표다.


공 들인 수업준비로 아이들 참여도 높아
김 교사는 기존 교과서를 전자 파일로 만든 자료를 통해 수업준비를 한다. 교재에 실린 그림 설명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물론 몇 페이지 몇째 줄에 있는 내용인 지까지 외워서 가르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트북 형식인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고 협력교사의 도움을 받아 각종 시청각 자료까지 활용하면서 여느 교사들 못지않게 수업에 공을 들인다. 전국에 있는 장애인 교사들과 교육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미처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있다. 시각장애인 교사가 접근할 수 없는 영어교과서 CD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마다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협력교사의 도움을 받아 코-티칭(co-teaching) 효과를 높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보다 활기찬 수업을 만드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교육과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사는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했고,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영어도 계속 공부하고 싶어 영어교육을 복수 전공했다. 김 교사는 시험대비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실전문제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지만 첫 응시한 토익에서 975점을 획득했고, 시험 전날 모의고사 문제만 한 번 풀어보고 응시한 텝스는 918점이었다. 이런 그의 영어 학습법은 어딜 가나 화제다. 김 교사는 “영어로 된 소설책과 영자신문을 읽으면서 꾸준히 깊이 있게 공부한 결과다. 수업에서도 교과서 외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아이들의 실질적인 영어실력을 향상시켜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 3학년 때 한 학기 동안 미국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다보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 마음속에 꿈을 심어주는 교사 되고파
다섯 살 무렵 눈을 다쳤지만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잠시 떨어져 지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발견이 늦어졌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들을 독일까지 데려가 수술을 받게 했다. 하지만 한쪽 눈은 이미 늦어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나머지 한쪽만 시력을 유지해 고등학생 때까지는 흐릿하게 보이는 공을 차며 축구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반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은 후 가족들은 기쁨 반, 우려 반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조언이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김 교사는 비록 볼 수는 없지만 맹학교(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학교에 비해 입시교육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라톤과 수영 등의 취미를 계속 즐기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그 시간대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는 김 교사. 그 사람들 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게 느껴져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혼자 공부를 하던 때와는 달리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이 되고 보니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했던 맹학교 영어선생님께서 그러셨듯이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이창화 작가(스튜디오 ZIP)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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