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의 동기가 있다고 해서 바로 단주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주를 하자면 무엇보다 우선하여 단주의 동기가 확실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단주를 요구하고 강제하려 해도, 자신이 정말로 단주해야겠다고 선택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단주를 시작할 수 없다.
자신이 분명히 단주의 동기를 갖고 있다고 큰소리칠지라도 잘 들어보면 진정한 단주의 동기가 아닌 경우가 흔하다. 단주를 돕는 지혜로운 가족이라면 그러한 말만 듣고 이제 모든 어려움이 끝났다고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단지 그 순간의 일시적인 상황이나 그 당시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여 위기를 모면하려는 동기라면 단주는 어림도 없다. 자신의 내면의 취약한 진실에 대해서 잘 모른 채 단지 피상적인 자기 인식으로, 갑자기 단주하겠다고 하여 바로 단주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다음은 눈앞의 국면을 넘기기 위한 단주 동기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K씨는 매우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몇 십 억대의 빌딩을 소유하며 자신의 사업체를 경영한다는 것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여전히 자긍심이 넘쳐 있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자신이 정말로 단주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고 강조하였다.
사실 그렇게 사느라고 힘든 것을 음주로 달랬는데, 나이가 들자 과음의 후유증으로 수전증과 당뇨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큰아들의 혼사가 임박하자 걱정이 생겼다. 사돈 될 사람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이 손을 떤다는 것이 드러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평소에도 손을 떨면 알코올중독이 드러날까 두려워 두 손을 맞잡는다든가 비빈다든가 하며 필요 없는 손 움직임을 많이 하고, 주머니 속에 두 손을 집어넣으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상견례 자리에서 술잔을 나누다 보면 손 떨리는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바로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격적으로 단주를 시작하였다. 단주 시작 후 이내 진땀을 많이 흘리고 잠을 못 자고 불안하고 정신이 혼란스러워 정신과를 찾아 입원하였다.
그러나 증상이 조금 완화하자마자 더 이상의 치료를 거절하였다. 자발적으로 병원까지 찾았지만 단주 동기가 정말 확고한 것인지 의심스러워 치료를 다음 기회로 미루고 퇴원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명예를 지키겠다는 정도의 동기는 진정한 단주를 위한 동기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신 정 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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