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체험관 나들이

“고래야, 놀자”

지역내일 2011-02-18 (수정 2011-02-18 오전 8:45:29)


고래박물관 전경


2월은 어정쩡하다. 봄으로 가는 문턱인데도 종종 겨울만큼 춥고, 다른 달보다 2~3일이 부족해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다. 이번처럼 설이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후다닥 가버린다. 자칫하면 어영부영 시간을 흘러 보낼 수도 있는 2월. 그래서 28일을 31일처럼 보내려면 더욱 야무지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말마다 알찬 시간을 갖자며 의기투합한 동생네와 이번 나들이 장소로 물색한 곳은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부산에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 일찍부터 서두르지 않아서 좋고, 밤늦게 돌아와 월요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결정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돌고래쇼


고래문화특구 장생포의 국내 유일한 고래박물관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국내에 하나뿐인 고래 전문박물관이다. 2005년 개관한 뒤 2008년에 장생포지역이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고래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묘한 신비감을 주는 동물이다. 어류도 아니면서 바다에 사는 것도 특이하고 가끔 수면 위로 올라와 분수마냥 뿜어대는 물기둥도 그저 신기하다. 덩치만 컸지 먹이는 정말 작은 새우류나 플랑크톤이다. 뜬금없이 해안가에 몰려들기도 하고 배가 지나가면 그 옆으로 다가와 함께 유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돌고래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는 꿈을 꿀만큼 친근하다.
고래박물관은 독특하게 2층 포경역사관부터 관람하게 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선사시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문양과 먼저 만나게 된다. 국보인 반구대암각화를 실물크기와 유사하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안타깝게도 실물은 댐 때문에 1년에 수개월동안은 물에 잠겨있는 실정이라고. 수염고래에 속하는 브라이드고래와, 이빨고래에 속하는 범고래의 실물 뼈대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3층에는 귀신고래관과 고래 해체 작업 모형, 고래잡이 과정 사진, 아름다운 고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중앙에 매달려 있는 13.5m에 달하는 한국계귀신고래 실물모형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1층에 위치해있는 제3전시관에 들어서면 고래의 생태와 진화, 종류 등 전반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또 고래 뱃속길을 통과하면서 고래가 먹는 먹이를 볼 수 있는데 고래 뱃속을 탈출하려는 피노키오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애니메이션 덕분에 많이 웃었다.
아이들에게 인기는 단연 어린이 고래체험관이다. 고래골격 만져보기, 고래소리 들어보기, 점토로 고래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좀 더 친근하게 고래를 느낄 수 있다.


해저터널을 통해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의 재주꾼 돌고래쇼가 인기

박물관과 체험관은 각각 독립된 건물이다. 체험관 1층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1층에 있는 어류수족관에는 화려하고 예쁜 색을 띈 물고기와 상어, 거북이가 한데 어울려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크고작은 수조 안 물고기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건 식인어 파라냐. 영화에서는 워낙 공포스러운 존재로 나와 긴장하고 봤는데 그냥 작은 물고기였다.
아이들과 같이 간단한 고래 퀴즈도 풀면서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져서 둘러보니 남은 건 우리들 뿐. 알고 보니 돌고래쇼인 ‘고래야 놀자’ 시간이 다 된 것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쇼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 다닥다닥 붙어서 목을 빼고 봐야만했다.
아롱이, 다롱이, 꽃분이 등 3마리의 돌고래가 먹이를 먹고,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헤엄치고 점프하는 모습에 다들 넋을 빼고 박수치고 신나했다. 겨울이기 때문일까? 이제까지 봐 온 돌고래쇼는 대부분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돌고래가 인사한답시고 꼬리로 물을 튀기는 모습이었는데 울산 돌고래들은 거의 물을 튀기지 않는 점잖은 녀석들이었다. 짧은 쇼가 끝나고도 아이들은 미련이 남았는지 1층 해저터널로 내려가 한동안 돌고래가 쉬는 모습을 구경했다.
박물관이나 체험관 모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지만 정작 딸아이는 근래 함께한 박물관 견학이 학습적인 면을 강조했던 터라 설명 없이 가볍게 보고 즐기는 이번 나들이가 마냥 신나는 표정이었다.


브라이드고래 실물 뼈대 


3월부터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예정

갑판 위에서 실제 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은 3월 12일부터 운항하고 2월 14일부터 예약을 받고 있다. 토·일요일에는 정기적으로 운항하며, 평일에는 단체 탑승객이 원할 때 수시로 운항한다. 본격적인 고래탐사는 고래를 발견할 확률이 높은 4월~10월에 이루어지며 3월은 대부분 연안 야경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바다로 나가서는 대부분 돌고래를 만날 수 있고, 가끔 운이 좋으면 밍크고래도 볼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엄청나게 많은 돌고래 떼가 유영하는 모습은 눈부시게 황홀한 장관이라고. 고래바다여행선이 고래를 발견하지 못하면 장생포 고래박물관이나 생태체험관의 입장료를 40% 감면해주는 깜찍한 배려도 시행하고 있다. 
1986년, 포경은 완전히 금지됐지만 고래가 뛰어놀던 장생포는 여전히 고래에 대한 추억으로 북적인다. 날이 따스해지면 돌아올 고래를 마중하러 다시 장생포로 가야겠다. 푸른 바다 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고래가 기다려진다.




고래박물관 관람 tip


매표시간은 09:30~17:00이고 관람시간은 09:30~18:00이다. 박물관은 1000~2000원, 생태체험관은 3000~5000원, 4D영상관은 3000원, 전체관람 패키지는 6300~9000원이다. 1월1일과 설·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이니 참고하자.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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