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날리는 행구동 길은 치악산 때문인지 더욱 높고 힘들게 느껴진다. ‘길카페’ 가는 길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하얀 집 두 채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나란히 연결돼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인당 조봉석(54) 작가의 작업실이요 전시실이며 살림을 하는 집이기도 하다.
●민화와 한지문화를 세계로
2004년 대한민국한지대전에서 반야심경 화조도 병풍으로 동상 수상을 한 인당 조봉석 작가는 2077년 초충도 병풍 및 다기장세트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뿐만 아니라 2004년 파리전시회 2006년 프랑스 파리 스트라스부르 전시, 프랑스 파리 시청 전시, 2009년 독일 본 여성박물관 한지페이퍼로드(Hanji-paper road) 전시회, 2010년 독일 도르트문트박물관에서 희보호랑이 세트족자, 초충도병풍, 황청룡 고비 전시 등 국내뿐만 아라 세계로 널리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법명이 관음행인 조봉석 작가는 현재 강원직업전문학교 대표이며 강원한지공방(상봉갤러리) 대표, 원주한지 개발원 위원회 임원이기도 하다.
인당 조봉석 작가는 “작은 꿈을 안고 작년 치악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서 전통공예문화, 불교전통공예와 민화를 연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은 꿈을 안고 왔습니다. 앞으로 이곳에 전통관을 지어 더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전통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체험 학습관을 운영할 계획입니다”라고 한다.
●가지고 있는 재능 사회에 환원해야
처음 한지공예를 배울 당시 인당 조봉석 작가는 평범한 주부였다. 마침 같은 아파트에 한지공예가 박종철 작가가 이사와 무료로 부녀회에서 강의 해줄 때 우연히 듣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힘쓰고 있다.
인당 조봉석 작가는 자신도 거저 배웠으니 무료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7년부터 지체장애자,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명륜사회복지관 등에서 무료로 한지공예를 가르쳐 오고 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각 사찰의 불전함이나 경전함을 가져다 한지로 보수해주는 작업도 하고 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으로 부처의 공덕을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끝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전통문화
올해 서울과학기술대학 전통공예문화정보 디자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인당 조봉석 작가는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은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도 새벽같이 일어나 매주 2~3회 서울까지 가서 공부하고 온다.
늦게라도 대학을 가게 된 이유가 있다. 조봉석 작가가 한지공예를 한참 배우던 때는 자녀들이 공부를 할 때였다. “반야심경 화조도 병풍 10폭을 그릴 때 아들이 카이스트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에 몰두하다보니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아들의 합격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정성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도를 닦는 심정이 된 것이죠.”
조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뜻을 담아 만듭니다. 찻상에는 수복강령 한자를 새겨 넣고 경전함에는 반야심경을 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용할 사람에게 어떤 문양이 좋을지 어떤 글자가 복을 더해줄지를 생각하며 만듭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과 정성을 담습니다.”
2007년 제 5회 전국 학생 및 일반 한지공예 응용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품명은 ‘민화십장생 예단함’이다. 아들이 혼인할 때 예단으로 보내기 위해 만들었던 작품으로 우리나라 십장생을 민화로 그려 문양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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