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사람은 살겠지만 없는 사람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야.”
이미 많은 사람이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남구 도화시장에서 만난 김 모(76)씨의 한탄이다.
김씨 부부는 40년 도화시장에서 야채상을 했다. 도화구역이 개발되면서 떠나야 할 처지지만 상가를 비우지 못하고 있다. “보상금 나오는 것으로 떠나봐야 살 방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도시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도화구역은 이제 150세대만이 남아있다. 1800세대를 헤아리던 주민은 하나둘 보상을 받고 떠났지만 그마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폐허를 방불케 하는 도심의 시장이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민이 있다. 전파상을 하는 김 모(64)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생을 살아온 동네를 떠나야 하지만 손이 쥔 보상금만으로 새로운 터전을 일구기에는 벅차다.
정육점을 하는 곽 모(55)씨 역시 “어디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보상금으로는 어림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낯선 곳에 새로 자리잡는 일도 쉽지 않다. 앞서 떠난 상인들이 결국 주변으로 이전했지만 집값만 올려놓았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무허가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아예 보상금은커녕 돈을 더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생선가게를 닫는 한 50대 아주머니는 “명절인데도 갑갑하다”며 “이렇게 나갈 수는 없다”고 넋두리를 풀어놓는다.
사학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천대가 인천시로 넘어가면서 인천대 소유였던 일부 땅과 건물은 공중으로 떠버렸다.
제대로 된 기준과 관리도 없이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고 철거를 앞두고 그동안 밀린 임대료 독촉장이 이들에게 나왔다.
무허가로 살던 쪽방촌 등 주거지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난달 해결됐지만 상가만은 제외됐다.
텅 빈 상가 3층에 자리잡은 도화주민대책위 최미경 위원장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고 말을 꺼냈다.
“온통 장밋빛 전망을 내놓더니 실제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당초 인천시는 도화구역을 개발하면서 인천대를 송도로 이전하고 그 부지와 인근 지역에 6000여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하지만 인천대만 송도로 이전하고 재개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모든 게 중단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비록 전임시장이 저질러 놓은 일이라도 인천시는 공개적으로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재개발도 못하면서 주민만 황량한 벌판으로 내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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