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논술 대표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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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과부의 ‘수능 개편방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정리된다. 수능 축소 및 수시비중 증가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논술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 일도 빈번해졌다.
아이가 태어나면 돌전후로 이른바 다중지능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말하기로 출발한 언어교육이 읽기로 이어지면서 만 4세 이전에 혼자 글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유아 교육이 요즘 대세다. 일찍 출발하면 사고능력은 물론 앞으로의 성적관리와 입시에 도움이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유아시기부터 수능을 눈앞에 둔 입시준비생까지 다양한 교육환경과 성장 과정 속에서 언제 논술을 시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다양한 의견이 많다. 이미 초등학교 도서목록에 데카르트가 보인다. 석?박사 과정에서도 어렵다는 칸트의 3대 이성 비판서를 자사고 진학 필수 프로그램에 올려놓기도 한다. 서울대 교양도서목록이 중학교 단계에서 필독서로 소개되고 있는 건 오히려 뒤처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학력 저하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 ‘과잉’을 걱정할 만하다.
그렇다면 정작 대학별 고사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은 어떨까? 논술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제시문 내용을 파악하는 요령을 묻기도 한다. 올해 출제된 서울대 독해지문의 분량에도 기세가 눌린다.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고 하면 출제의도와 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시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논제와 단절되고 막연한 추측을 펼치는데 그친다. 언제 읽었다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숨 가쁘게 달려온 때문이다. 그것도 아이들 스스로의 손으로 선택한 책이 아니라 어느대학교 선정의 몇 백 권 읽기를 재촉받으며 이끌려온 결과이기도 하다.
서울대에서는 논술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중심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이미 습득한 지식을 통합하여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은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독서?토론을 통한 사고배양을 지향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을 얼마나 암기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평소에 얼마나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논술의 취지와 달리 채점 결과에 대해서는 ‘답안 대부분이 틀에 박힌 내용과 구성을 따르고 있으며, 사례를 들어 예시를 보이는 답안 역시 중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창적인 논리가 발견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튀어 보이지 않는 무난한 답안을 작성하였고, 비슷한 답안은 비슷하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의 사고가 이토록 획일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어떤 개념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이 지식을 다른 분야에 항상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시문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지식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독서목록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서울대 권장도서 목록이 국민 표준도서 목록이 되어 안타깝게도 비슷비슷한 생각과 의식을 가졌을까? 데카르트와 칸트의 저서를 수험생 누구나 읽었기 때문에 획일화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좀 더 수준 높고 어려운 도서를 선정해서 아이에게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까?
논술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에 중심이 있다. 논술시험은 ‘어떻게 공부했는가’라는 과정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별 고사를 앞둔 경우라면 논술실력 점검에 집중된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글을 읽는 때부터 논술은 시작된다는 평범한 이해를 깊이 새겨야 한다. 아이에 맞는 눈높이 교육이 중요하듯 논술 또한 어느 때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을 것이란 생각은 삼가야 한다. 스스로의 손으로 집어 든 책을 즐겁게 읽으면 그만이다. 굳이 공통분모를 들자면 독서한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능력이란 글 읽기를 통해 자신의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제시한 독서 방법은 논술에도 흠 없는 교훈이다. 책을 그냥 읽기만 하면 하루에 천 백 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 책을 읽을 때에는 한 글자(字)를 볼 때마다 그 명칭과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알지 못하는 곳이 있으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자세히 연구해서 그 근본을 터득하고 따라서 그 글의 전체를 완전히 알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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