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컴퍼니가 ‘무대가 좋다’의 여섯 번째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기존 연극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야 광대들이 무대를 세우고, 공연 중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심지어 공연을 보며 음식물을 먹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공연이 끝났는데도 배우들의 공연은 계속된다. 바로 이것이 비일상적인 연극 <대머리 여가수>의 부조리함이다.
우리가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실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믿었던 부조리극의 효시라 불리는 루마니아 출신 외젠 이오네스코의 작품인 <대머리 여가수>는 195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고, 국내에선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원작이 영국 중산층의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의 일상을 그렸다면 이번 무대에선 한국 중산층인 서씨 부부와 마씨 부부의 일상을 표현했다. 예를 들어 영국식 샐러드, 영국 물, 수프와 감자튀김은 미역국, 고등어조림, 김치찜, 감자볶음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당대의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언어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려 한국적인 언어유희로 절묘하게 표현해 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이번 부조리극은 TV 드라마로 더욱 친숙한 배우 안석환의 첫 연극 연출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각색과 연출, 출연까지 1인 3역을 도맡아 작품을 만들었으며 그의 절친한 동료들도 팔을 걷어 붙였다. 한국 미술계의 거목 임옥상 화백이 무대디자인을, 한글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의상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디자인을, 그리고 마임이스트 고재경이 광대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책임진다.
이 연극에는 뮤지컬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 김성기나 최광일 등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열연 중이며 서울 대학로의 SM아트홀에서 3월 31일까지 공연한다(02-764-8760).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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