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오후 5시, 부천 좋은터지역아동센터(오정구 원종1동, 이하 센터)에서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교사의 입을 보며 발음하느라 애쓰는 아이들은 모두 39명.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밥도 한 끼 해 먹이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이는 전천후 활동가 유제옥(53)씨다. 유 씨는 원종1동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는 대모(代母)이자 수호천사로 불리는 강단 있는 여성이다.
문제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
4년 전, 좋은터지역아동센터에 다니던 초등학생이 가출했다. 사회복지사인 유 씨는 동네 중학생 선배가 아이를 불러내 나쁜 짓을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중학생을 찾아갔다. 할아버지와 살며 반 년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있던 학생을 자신의 집에 학생을 머무르게 했고 학교 가는 것을 도왔다. 현재 그 학생은 친형과 함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가끔씩 인사하러 오는 밝은 학생이 됐다.
“1996년 원종1동에 이사 와서 지역의 열악한 사정을 알게 됐어요. 97년 IMF가 터졌을 때 선교원을 운영하다가 문제를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주고 싶어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했지요.”
20년 간 유아교육에 종사하던 유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부천지역 4개 초등학생들이다.
“대부분 결손가정의 아이들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자주 화를 내고 고집을 피워요. 고학년인데 한글을 모르는 아이도 있죠. 집을 나가거나 싸우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녀의 하루는 정신이 없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이다보면 하루해가 진다. 학습과 행정, 회계 일까지 봐야 한다.
“학교와 동사무소를 통해 소개 받은 아이들이 모여 있어요. 전체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으라는 불만도 있지만 지나칠 수가 없죠. 이 아이들이 어린 시절 상처 받았던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니까요.”
마을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보금자리
“저희 센터는 지금까지 지역사회와 연대해 활동해 왔어요. 그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원종1동 주민센터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활동 반경이 줄었을 겁니다.”
유 씨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지역사람들과 의논해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원종1동 주민센터는 든든한 협력처다. 유 씨의 심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협조를 마다 않는다. 동장과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센터 직원은 물론 인근 학교 교장선생님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더불어 약국과 병원, 치킨가게, 동네 형과 누나 등 많은 사람들이 센터를 돕는다.
“저희를 아는 주민들은 잘한다고 인정해주세요. 학교선생님들도 센터에 가는 아이들은 동네에서 혜택을 많이 누리고 사는 편이라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저희를 아는 주민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래요. 그래야 저희 센터가 마을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될 테니까요.”
동네 알리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터
유 씨는 1년 365일 아이들과 산다. 교육, 사례관리, 코칭과 부모 상담 등 많은 일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웃을 때다. 말썽 부리던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침울했던 아이가 즐거워할 때 그녀 또한 즐겁다.
“마음 닫힌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는 말은 어폐가 있어요. 먼저 마음이 열려야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겠죠. 마음이 따뜻해지면 생활이 자연스러워질 것 아니겠어요.”
2011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유 씨는 할 일이 있다. 좋은터지역아동센터를 동네를 알리는 좋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 또한 아이들의 정서 순환을 위한 음악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서울 문화진흥원 음악교육 공모에 지원서를 넣었어요. 공모에 당선되면 한국판 엘 시스테마 팀을 만들 거예요. 내년에는 오정구 18개 지역아동센터와 네트워크 하는 일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가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자부심을 가지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죠. 또한 모든 사람을 위해 사랑의 하모니를 전할 수 있을 거예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