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설소대 괜찮은가요?
둘째 녀석은 24개월을 모유로 키웠습니다. 젖꼭지가 헐어 내내 고생을 했고, 아이는 단 10분을 빨기도 어려워했습니다. 하루에 똥 기저귀만 10번 이상을 빨아야 했고요. 하지만 첫째 때 실패한 모유수유의 어려움을 이렇게나마 실천할 수 있어서 이를 악물고 참아냈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커서 제법 말을 할 때쯤 혀 짧은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우연히 영유아 검진을 통해 설소대가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심한 경우라 모유수유가 어려웠을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렇게 험난했던 모유수유의 원인이 사실은 아이 설소대에 있었음을. 그래서 지금도 힘겹게 모유수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이의 혀 짧은 소리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아이 설소대 괜찮은지 말입니다.
도움말: 분당 제일여성병원 소아과 박혜영 원장, 용인 해맑은 소아과 현택준 원장, 분당 서울대병원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설소대에 얽힌 분당ㆍ용인 주부들의 사례
혀가 하트네. 이거 당연한거야?
분당구 구미동에 사는 주부 김미정(32)씨는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원에서 지낼 때 아이 혀가 다른 아기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아기들은 혀를 입밖으로 쏘옥 내미는 모습을 쉽게 보이는데 김 씨의 아이만 우물우물 하고 잘 못 내밀었던 것.
처음엔 너무 어려 그려러니 하다가 생수 12주가 되었을 무렵, 설소대에 원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입 밖으로 혀를 내밀지 못하고 내밀어도 아기 혀 끝이 갈라져 하트모양 비슷하게 보이더라고요. 우리 신랑도 그런 모양이라 유전인가 생각했는데 신랑이 어른인 지금까지도 혀 짧은 소리를 하거든요. 우리애도 그럴까봐 걱정이 돼서 병원에 간 김에 물어보았죠. 바로 설소대 가 짧아서 그렇다는 걸 알았죠.”
이런 경우는 용인 죽전동의 박진아(29)씨도 마찬가지. 모유수유를 할 때마다 아이가 힘들게 낑낑대고 젖꼭지가 헐어서 너무나 힘들었던 것. 아이를 출산했던 병원에는 소아과가 따로 없어서 이런 고민을 상담할 곳이 없었다는 박씨.
“온라인 육아 사이트에서 우연히 설소대에 문제가 있으면 모유수유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이 혀를 자세히 보니 혀 끝에서부터 길게 설소대가 붙어 있더라고요. 혀가 윗 천장으로 들어 올려 지지도 않고요. 그제서야 설소대가 원인임을 알았고 소아과에 가서 진단을 받았죠.”
그런가 하면 신생아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아이들이 조금 커서 말을 할 때쯤 설소대 단축증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분당구 야탑동의 이현미(37)씨도 그런 경우.
“어려서부터 말을 금방 하기 시작해 다른 말들은 제법 또렷하게 하는데 이상하게 ‘ㄹ’발음을 잘 못하더라고요. ‘뽀로로’를 ‘뽀요요’로 발음하는 식이죠. 어려서 그러니까 지켜보자 했는데 5살이 넘도록 좋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왔더니 설소대가 원인이었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혀를 밖으로 겨우 1센치 내밀까 말까 했거든요.”
분당구 금곡동의 김영애(40) 주부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 까지 혀 짧은 소리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언어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설소대가 짧아서 말을 분명하게 못했던 거였더라고요. 대학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고 나서도 발음은 이미 고착이 되어 1년이 넘도록 발음 교정 훈련을 받았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예전처럼 혀 짧은 소리는 줄었지만 무지한 엄마 때문에 아이가 놀림도 받고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이한태 미안하죠.”
#설소대 단축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
수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설소대 단축증은 혀의 아랫면과 입의 바닥을 연결하는 막인 설소대가 짧아 혀의 운동이 제한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선천적인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는 수술이나 외상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설소대가 짧으면 혀를 길게 내밀지 못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서 유아기에는 모유 수유를 할 때 젖꼭지를 깨물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말을 하기 시작할 때는 ‘ㄷ’이나 ‘ㄹ’의 발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설소대 문제를 알아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 수술을 해줘야 되는지 설왕설래가 많다.
지켜보면 좋아진다는 말도 있고 더러는 일찍 해 줄 수록 좋다는 의견도 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의 경우 이비인후과나 치과, 소아과 등 진료 과목 선생님마다 수술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혼란이 적지 않다고. 하지만 모유수유와 관련이 있고 선천척인 경우라면 일찍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생후 3개월 이전에 수술 해주는 것이 좋아
분당제일여성병원 소아과 박혜영 원장은 “보통 신생아의 경우 태어나자마자 설소대 문제가 있는지 진단 후 하루나 이틀 내에 설소대 수술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심한경우는 엄마 젖을 못 빠는 경우도 있고 다소 애매한 경우라도 신생아 때는 간단한 수술이라 늦어도 생후 3개월 이전에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
“초보 엄마들의 경우 보통 아기가 젖을 못 빠는 원인이 설소대에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됩니다. 또 자라면서 발음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고요. 소아가 전문의를 통해 설소대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 되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주시고 만약 시기를 놓쳐 돌 이후에 알게 되는 경우라면 전신마취를 통해 성형수술을 해줘야 하므로 가급적 빨리 발견하고 간단한 수술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용인의 해맑은 소아과 현택준 원장도 설소대는 어려서 빨리 해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신생아 시기나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설소대를 단순히 잘라 주기도 하는 간단한 시술로 끝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설소대가 나날이 두꺼워 집니다. 그렇게 되면 잘라 준 후 다시 유착되어 붙는 경우도 많고 또 아이가 협조를 해주지 않아 불가피하게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가 말을 할 무렵인 3~4살이 된 경우 설소대를 제거하고 잘라 준 부위가 다시 달라붙지 않도록 봉합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학병원에 가서 정식으로 수술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 아이의 정서적 후유증이 상당하다는 것.
현 원장은 “대개의 경우 소아과에서 아이의 입안을 살펴보는 진찰만으로 설소대 단축증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신생아 시기 설소대 진찰을 반드시 받아 볼 것”을 권했다.
# 설소대 수술이 필요한 아이
* 신생아 및 영아 시기 모유 수유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 말을 제법 할 무렵 특징적인 발음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
☞ 예를 들어 ‘ㅅ’과 ‘ㅆ’같은 치조음의 발음에 방해를 받거나 혀의 움직임 범위가 제한되어 말소리가 왜곡되고 비슷한 위치에서 나는 다른 말소리로 대치되거나 (노래 → 노대) 생략되는 경우(예: 노래 → 노애)
* 신생아 및 영아의 경우는 전신마취 없이 외래에서 간단한 시술이 가능하다.
* 대한모유수유의사회(http://www.bfmed.co.kr)에 등록된 전국 64개 소아 청소년과에서 설소대 수술을 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분당 제일여성병원 박혜영 원장
설소대 수술, 빨리 할수록 간단합니다
아가들 설소대는 1개월, 2개월 등 갈수록 두꺼워 지니까 지혈도 힘이 들고 아이가 협조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죠. 가장 좋은 것은 신생아 때 일찍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술은 혀 밑에 바르는 마취액을 바르고 설소대를 잘라주기만 하는 간단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조금 큰 아이들의 경우 다시 붙을 수도 있고 시술에 협조도 안되고 하니 대학병원에서 마취를 하고 정식으로 수술을 해주어야 하고요.
물론 이때는 마취를 통해 절개를 하고 유착방지를 위해 꿰매주는 등 시술이 복잡 해집니다.어려서 소아과에서 시술을 하는 경우, 비용도 저렴하고 아이에게 후유증도 적어 당일 바로 젖을 먹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기 출생 후 소아과 진찰 시 설소대 점검 꼭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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