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인사 파동’ 이유있다

지역내일 2011-01-11
도덕성 보다 능력, 고생한 참모 반드시 보은 … 국민정서와 달라

여당의 반란이 일어난 10일 청와대는 하루 종일 침울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적과 맞서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믿었던 동지가 등에 칼을 꽂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한나라당 최고회의 결과가 날아들었다. 국무회의를 마치고 정무수석으로부터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굳은 표정은 처음 봤다"는 전언이다.

11일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사후 수습이다.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당에서는 주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권재진 민정수석, 김명식 인사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임 실장은 청와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이번 인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을, 인사비서관은 인사추천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근본문제는 이 대통령의 바뀌지 않는 인사철학에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CEO 경험에서 체득된 인사철학 = 이 대통령 인사철학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과 능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이다. 오랜 CEO 경험에서 체득된 가치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적격성이나 도덕성은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일 잘하면 됐지, 위법한 것도 아닌데 문제 되겠느냐"는 식이다. 청와대 인사 때마다 국민정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간극이 여기에 있다.

이번에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발탁하면서 감사원장이란 직위의 특수성을 간과한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청와대 검증과정에선 통과했던 '대통령 비서 출신의 감사원장'이 국민정서와 충돌했다. 법무법인에서 받은 월 1억대 급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은 "다른 로펌도 비슷한 수준이고 세금도 제대로 납부했다"며 논란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전관예우로 봤고 '전관예우 혜택까지 받은 사람이 공직사회 포청천이 될 수 있겠느냐'며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는 2008년 첫 조각 때부터 "사소한 위장전입이나 재테크는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청와대는 3년째 인사 때마다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하자에 제동을 걸었다.



◆회전문·보은 인사의 속사정 = 이 대통령 인사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회전문·보은 인사'다. 이 대통령을 오래 보좌한 참모들은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샤이(shy.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하면서도 정이 많다"고 표현한다.

이런 이 대통령의 개성이 반영돼 결국 '아는 사람을 중용하고, 고생한 참모들을 다시 발탁하는' 인사가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연말인사에서 국정운영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정동기, 이동관, 박형준 전 수석을 재등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에는 용산참사 진압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전 경찰청장 후보자가 오사카 총영사에 내정되기도 했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민간기업에서는 이런 인사가 문제되지 않지만,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의 인사관과 국민정서가 갈등을 빚어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여름에 내가 한 일은 잊는다 = 이명박정부의 인사파동을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은 야당시절 한나라당의 행보 탓도 있다.

야당시절 한나라당은 지금보다 더 엄정한 도덕적 잣대로 고위공직자 후보를 다뤘다. 실제 김대중정부에서는 98년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장전입으로 사임했고, 장상씨와 장대환씨는 2002년 위장전입을 포함한 여러 의혹으로 국무총리에 오르지 못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8명이 위장전입 등 도덕성 문제로 장관직을 사임하거나 국회 청문회 때 곤욕을 치렀다.

또 2003년 한나라당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해 감사원 독립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이 정도는 공직수행에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청와대 논리가 국민설득에 번번이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인 셈이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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