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가깝다. 며칠의 휴식과 친지와의 반가운 만남이 기다리는 명절, 하지만 맞이하는 마음은 가볍지 않다. 전국을 초비상으로 몰아넣은 구제역과 AI발생으로 분위기는 내내 차분하다.
명절 한 번 지내면 금세 빈 속 드러내는 지갑 사정도 반갑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차리는 것마저 부담스럽다.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22만7000원”이라며 “이는 지난해 18만 9000원보다 20% 오른 금액이다”라고 밝혔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 마음이 타들어간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마음으로 설을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이야말로 알뜰한 주부가 제대로 내공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때 여기저기서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보다 알뜰하게 설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귀띔이다.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는 걸까. 이에 주부리포터들이 대형할인매장, 백화점, 재래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며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서선영, 조명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대형할인매장과 백화점은 비슷한 수준, 재래시장은 월등히 저렴
리포터들이 직접 확인한 시장 가격은 상상 이상이었다(표1 참조). 아무리 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일 거라 예상했는데 2배 정도 가격 차이를 보이는 품목도 있었다. 특히 고기의 가격차가 가장 컸다. 비교한 고기는 모두 1등급 기준. 고기의 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비교해본 결과 대형할인매장과 백화점의 가격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재래시장과의 가격 차이는 확연했다. 더욱이 물건의 싱싱함은 불량주부의 눈에도 확실히 보였다. 왜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고집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재래시장보다는 대형할인매장이, 대형할인매장보다는 백화점이 다양한 물건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다. 쇼핑하기 조금 더 편리한 것이 큰 장점이다. 굴비만 하더라도 백화점 식품매장은 3만5000원에서 33만원까지 다양하게 구비해놓았다. 필요한 크기와 품질을 한 자리에서 바로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세세한 차례상차리기는 오히려 어려웠다. 백화점 식품매장의 경우 차례상에 올릴 약과, 곶감은 아예 찾을 수 없고 선물세트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차례상 차림에 적당한 한과선물세트는 5만원, 곶감세트는 5만5000원(20개입)이다. 몇 개만 올리면 될 곶감을 위해, 약과를 위해 선물세트를 구입해야 하니 아무리 평소 간식으로 활용한다 해도 과한 소비인 셈이다.
조금 불편하면 어때, 훨씬 저렴한 걸!
재래시장을 찾기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날씨다. 특히 요즘처럼 강추위에 폭설까지 함께 하면 장보기가 영 고역이다. 하지만 예전의 재래시장이 아니다. 칼바람에 살 에이는 허허벌판이 아니다. 달라졌다. 주차시설을 갖추고 비가림시설도 구비해 눈과 싸늘한 바람이 어느 정도 차단된다.
물론,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의 훈훈함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절약의 방법이 숨어 있는 재래시장의 장점은 그 모든 것을 눈감게 한다. 더욱이 오랜만에 사람들 사는 모습 생생히 느끼며 인심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이 부착되어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의 쇼핑이 익숙한 터라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흥정의 순간은 낯설다. 정부는 단위 정비를 홍보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됫박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쪽에서 1만원이던 것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1000원이 빠진 가격에 판매된다. 더 부지런히 걸어 다니면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 부지런한 주부는 그만큼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 맛에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2년 동안 큰 가격 변동 없는 재래시장
이번 시장조사를 통해 대형할인매장?백화점과 재래시장의 큰 가격 차이를 확인했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식재료비의 20% 정도는 절약할 수 있을 것도 예측된다.
이와 함께 물가인상에 관한 부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천안아산내일신문은 2년 전인 2009년 1월 재래시장과 할인매장의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바 있다. 그때의 가격과 올해 1월 현재 가격을 비교해보니 놀라운 점이 발견되었다. 바로 시장 가격 변동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재래시장의 경우 큰 가격 변동이 없었다. 고기 가격이 조금 상승했을까 다른 품목은 대부분 비슷하다. 2년의 시간을 감안하고 그동안 물가 상승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너무 변화하지 않아 의아한 수준이다. 2년 동안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이다. 하지만 대형할인매장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가격변동이 심했다. 2배 정도까지 상승한 품목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09년 이후 물가는 요동쳤다. 물가상승도 가파르다. 그에 비추어 본다면 할인매장의 가격 상승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래시장의 가격은 소폭 상승 혹은 그대로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가격 형성에 대한 파악은 뒤로 미룬다 해도 하나는 정확하다. 어려운 시기, 아껴야 하는 시기, 재래시장은 답을 준다. 답안지에 옮겨 적는 건 알뜰한 주부가 할 일이다.
“젊은 색시가 시장에 와서 예쁘다”며 사과 한 개를 얹어주는 과일 가게 아줌마, 가격만 물어보고 지나가는데도 좋은 물건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점원, 설 가까이에는 가격이 오르니 미리 준비할 것은 먼저 나와 사고 임박해서 준비할 것은 설 직전에 나와 사는 것이 알뜰한 주부의 살림살이임을 알려주는 아저씨…. 재래시장에는 물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 틈에서 정을 주고받는 재미가 정겹다.
“경기가 안 좋고 구제역 여파도 있어 너무 어렵다”면서도 “설 임박하면 본격적인 준비로 시장이 들썩거릴 것”이라는 과일가게 아주머니의 기대 섞인 이야기.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어린아이들처럼 명절이 기다려진다. 이제야 설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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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 상설재래시장 설 풍경
설 명절 맞아 모든 근심은 싹 사라져라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을 앞둔 재래시장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온양 상설재래시장이 설을 앞두고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명절하면 재래시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상인들은 “계속되는 한파와 설 물가 오름세 및 구제역 확산으로 온양 전통 5일장이 문을 닫는 등 매출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모처럼 활기를 띄는 모습에 연신 장보러 나온 주부들을 향해 손짓한다. 갖가지 제수용품들이 즐비하다. 거리까지 나와서 누워 있는 생선과 나물들이 추운 바람에도 싱싱함을 유지하며 주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찬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날임에도 명절준비로 제수용품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신중함도 엿보인다. 차례 상에 올릴 과일이 혹시 상한 데는 없을까 이모저모 살펴보면서 고른다. 대추와 밤도 보고 또 보면서 정성스럽게 봉투에 담는다. 북적거리는 시장 인파 속에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와 가게마다 붙어있는 가격표 등이 눈을 바쁘게 하고 귀를 뜨겁게 한다. 재래시장에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가 방앗간이다. 설날에 쓰일 떡을 만들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장을 보면서 주전부리는 장보는 재미를 더한다. 즉석 ‘오꼬치’ 만드는 곳은 저마다 손에 묵직한 장바구니나 봉투를 들고 웅성웅성 줄서 이것저것 맛보며 주문하는 사람들로 주인도, 손님도 바쁘다. 그 모습이 정겹다.
활기 있고 북적이는 재래시장. 그 모습을 모든 사람들의 근심이 설 명절을 맞아 모두 해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어디 리포터뿐일까.
조명옥 리포터 mojo7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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