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의 설 이야기

설을 맞이하는 여자의 마음, 남자의 마음

지역내일 2011-02-10
설이 코앞이다. 정성스런 차례상 준비하랴, 고마움 표현할 선물 마련하랴, 고향 갈 차편 알아보랴 이래저래 바쁜 시기다. 어쩌면 큰 숙제라도 되는 것 같아 즐거워야 할 설이 버거울 때도 있다.
설이 다가오며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음식 장만도, 언제 결혼하느냐는 채근도, 취업은 했느냐는 물음도 피하고 싶다. 지내고 나면 헐거워지는 지갑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마냥 부담스러워 하기는 억울하다. 누가 뭐래도 모두가 즐거워야 할 민족 최대의 명절이니까. 그렇다면 설을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설을 앞둔 여자의 마음, 남자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본다.
그 남자의 마음
김평기씨(32. 봉명동)
새삼 부모님의 소중함을 되새기네요
설을 생각하면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어린 아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 한복을 입고 설레던 좋은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고생하셨던 어머님이 떠오릅니다. 이번 설에는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자녀를 낳고 키우다 보니 새삼 부모님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네요.
그리고 저를 위한 시간도 보내고 싶습니다.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저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설을 맞아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다녀오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운전도 기원해 봅니다. 큰 사고 없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균근씨(33. 쌍용동)
아내가 행복한 명절이면 좋겠어요
“예쁜 내 강아지.”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님께서 세배 후 저를 안아주시며 하셨던 말씀입니다. 이제 결혼하고 어른이 되니 제가 그 사랑을 나눠줘야 하는데 가정경제가 넉넉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막상 어른들을 찾아뵙고 싶어도 부담이 앞섭니다. 그래도 힘껏 할 수 있는 대로 해야겠지요.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먼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직장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배려하는 명절을 보내려고 합니다. 차례상 차리기, 전부치기, 설거지 모두 함께 하지만 이번 명절엔 시간을 내어 아내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명절의 마무리로 고생한 아내에게 안마를 해주려고 합니다. 아내가 행복한 명절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그 여자의 마음
이명옥씨(34. 안서동)
설맞는 주부님들, 모두 힘냅시다
명절마다 저는 상상을 합니다. 오직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요. 그것이 나에게 주어지는 설 선물이면 정말 좋겠다는 상상이지요. 아니면 카페에서 차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이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이니 내 맘대로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설은 기다림보다는 부담이 앞섭니다.
결혼 전 설은 그냥 한 살 먹는 날, 떡국 먹는 날,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난 음식 먹으며 이야기 하는 날이었는데 결혼 후 설은 많이 다릅니다. 설맞이 대청소를 시작으로 주변 선물 준비, 조카들 세뱃돈, 차례상 음식 장만하기, 귀성길에 끼어 친정집 가기 등 모두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설의 주관자가 된다면 내 아들과 결혼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내 며느리들은 그걸 해보게 되리라 믿어요. 아무쪼록, 설맞이 주부님들 힘내세요.
장명선씨(32세. 백석동)
안개꽃처럼 예쁜 아이들의 입김이 생각납니다.
시골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논밭으로 뛰어다니며 깔깔 대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친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의 빈자리가 새삼 그립습니다.
문득 올해는 설 고유의 전통양식을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명절 내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민속놀이 전통 음식을 해 먹으며 명절을 충분히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고 내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충분히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주변의 것들에 소중함을 느낍니다. 이번 설에는 가족과 살 부비며 따듯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서선영 리포터 ssylovea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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