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교과서 여행

조선의 역사 한 가운데 서다

지역내일 2011-02-08 (수정 2011-02-08 오전 7:47:21)


근정문을 통해 보이는 근정전의 모습


수문장 교대식

지난 11월에 이어 오진동 샘과 함께 떠나는 교과서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는 서울과 수원, 화성이었다. 여름휴가지를 서울로 정했을 때는 더워서 어쩌나 난리였는데 겨울에 다시 서울로 간다고 하니 추워서 어쩌나 걱정이었다. 서울의 한겨울은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딱 맞다는 걸 잘 알기에 무장을 단단히 하고 버스로 향했다.


웅장한 근정전 전경


경회루

조선 왕조의 대표적인 궁궐 경복궁

태조가 세운 경복궁은 ‘만년토록 빛나는 큰 복을 지닌 궁궐’이라는 뜻으로 조선의 궁궐 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때 전소되고 다시 고종 때 중건했으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고 한다. 워낙 손상된 부분이 많아 지금도 꾸준히 복원되고 있다. 
채 녹지 않은 눈이 군데군데 쌓여 있는 경복궁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풍채 좋고 힘이 넘치는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에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있어 절도 있는 행사를 바로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교대식의 마지막은 광화문 앞에서 이루어지는데 말 많았던 갈라진 현판이 눈에 띄어 조금 씁쓸했다.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웅장하면서도 날아갈 듯 날렵해 보였다. 근정전에서 근정문에 이르는 길 좌우에는 정승들의 지위를 표시하는 품계석이 차례로 놓여 있었다. 건물 안쪽 가운데에는 임금의 자리인 어좌가, 어좌 뒤에는 ‘일월오봉도’ 병풍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계절에 들렀으면 더욱 아름다웠을 경회루는 눈으로 둘러 싸여 고즈넉해 보였다. 왕과 왕비가 생활했던 강녕전과 교태전을 둘러본 뒤 왕비를 위해 꾸민 정원인 아미산에 이르렀다. 오래 전 아미산은 세상 어느 곳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정원으로 남아있다. 오샘은 “사람들로 궁이 북적인다고 해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원래의 주인인 왕실 가족이 없어서일 겁니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일본에 의해 맥이 끊겨버린 안타까운 조선 왕조. 찬란했던 빛이 사라진 지금 궁의 주인들은 오간데 없고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옛 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슬픈 역사다.


장엄한 종묘 정전 설경


정전에 있는 신실의 측면 모습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

사극을 보면 “전하! 종묘사직이 위태롭사옵니다” 라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이때 말하는 종묘와 사직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들은 궁궐을 세우면 중국의 예를 따라 왼쪽에는 종묘를, 오른쪽에는 사직단을 세웠다.
종로구 훈정동에 있는 종묘는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종묘에 모셔진 왕과 왕비의 신주는 모두 83위로 정전과 영녕전에 모셔져 있다. 조선의 역대 왕 중 단 두 명만이 종묘에 없는데 바로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대표 건물인 정전은 그 길이가 101m에 달하는 웅장한 건물이다. 먼발치에서 정전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장엄함에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종묘에서는 어른 아이 모두 엄숙한 자세로 설명을 듣고 관람했다.
종묘대제는 해마다 5차례씩 거행되었으나 1971년부터는 해마다 5월 첫째 일요일 한 차례 거행되고 있다고 한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그 절차와 음식, 음악과 춤 등이 잘 보존, 계승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

과학적 설계에 빛나는 수원화성

사진으로만 보던 화성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화성은 정조 때인 1794년 1월에 착공해 2년 9개월 후에 완공됐다. 성의 둘레가 5.4km 정도, 건물이 40개가 넘어 규모면에서 10년은 족히 걸리는 공사였으나, 당시 천재 발명가인 정약용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의 기술로 짧은 기간에 건설할 수 있었다.
화성 역시 일제시대에 크게 훼손됐고 6·25 전쟁 때도 많은 부분이 손상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것은 <화성성역의궤>가 남아있어서다. 이 책은 화성 건축에 대한 공사기록서로 사소한 설명까지 다 기록되어 있어 완벽한 복원이 가능했다고 한다.
수원화성은 성곽의 축조에 석재와 벽돌을 같이 사용하고 화살과 창검을 방어하는 구조와 총포를 방어하는 근대적인 성곽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 거중기 등의 기계장치를 활용한 점 등에서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고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성은 워낙 넓어 성 주변을 도는 화성열차가 있다. 어른들은 경로우대석인 창이 달려 있는 칸에 앉았고 아이들은 창이 뻥 뚫려 있는 칸에 앉았다. 누군가 오픈카라고 농담했지만, 목적지에 내렸을 때 아이들은 동태가 되어있었다. 너무 추웠다고 어리광 부리는 것도 잠시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갇혀 짧게나마 아픔을 느껴보는 체험을 끝으로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이 있는 화성으로 출발.


수원화성 동쪽문인 창룡문 앞에서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 융릉과 건릉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의 무덤은 오랫동안 관리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이를 가슴 아프게 여긴 정조는 왕위에 올랐을 때 무덤을 옮길 것을 명하고 본인이 죽은 뒤 그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왕의 능 옆에는 항상 소나무만 심는데 당시 정조가 손수 소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사도세자에게 전해졌을까.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는데 당연히 슬픈 영혼은 달래졌으리라.
여행의 마지막 이벤트는 눈싸움이었다. 눈을 보기 힘든 부산에서는 수 년에 한 번씩 가능하다는 그 눈싸움. 서울 아이들은 시켜도 안한다는 그 놀이. 아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뭉치기에 여념없었고 엄마들도 질 새라 눈싸움에 동참했다. 웃자고 하는 놀이에 죽자고 덤비며 서로에게 눈뭉치 날리기를 여러 번. 유쾌한 놀이에 추억을 가득 안고 부산으로 달렸다.


역사가 그렇다. 대충 알고 보는 것과 제대로 알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익히 보고 들어왔던 궁이며 종묘, 사도세자 이야기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꼼꼼한 설명까지 들고 있으면 새록새록 새롭게 다가온다. 오샘과 아이들, 엄마들 모두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어가면서도 충분히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체험이다.
아직도 제대로 돌아봐야 할 유적지며 문화재가 많다. 돌아오는 길, 날이 좀 따뜻해지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녀야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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