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새로 일하는 ‘새일맘’ 뜬다

난 뭘 할 수 있지?

지역내일 2011-01-03
가사·육아 경험이 입소문과 골목 상권 주도
새일맘. 출산·육아로 사회생활을 쉬다 다시 일터에 뛰어든 기혼 여성. 방문판매·유통서비스·배달·보험·교육사업 등이 주요 활동 분야다. 한 일간지가 규정한 10년 이상을 가사와 육아만을 전담하다 새로 일하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신조어이다.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과는 다른 구조이고 보면 새일맘의 연령대는 거의가 40대 초반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부대들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방문 학습지 교사부터 정수기 코디, 백화점이나 마켓, 방판(방문 판매사원)화장품, 기능성 속옷, 건강식품까지 곳곳에서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밀착되는 사람들 역시 새일맘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직업을 찾아 나온 이유는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자아실현이라는 거대담론이 아니어도 새일맘의 특징인 가사와 일의 적당한 시간 분배와 함께 무엇보다도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며 일하는 것 역시 가족을 위한 사랑의 축적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르다. 암탉이 울어야 집이 융성해진다.
무엇인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바람이 간절한 주부들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혼 후 가정에서 가사와 자녀양육만을 전담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야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빵빵하게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요건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라는 말을 들으면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광주새로일하기본부 주경미 본부장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으면 10년 이상, 평균적으로 7~8년의 경력단절 여성이 주조이다. 일은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이곳에서 개별 상담을 통한 적성검사를 하고 일주일 동안의 취업 준비교육을 실시한 후,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소개해준다.”고 광주새일본부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게다가 경력단절의 시간동안 시시각각으로 변화해가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미리 알고 있지 못하다면 가정의 행복을 위한 일터가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도움이나 스스로의 성취감은 나중 일인 셈이다.
주 본부장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성. 예를 들면 육아, 가사 등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직업은 분명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터의 조직성이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경력단절 여성들의 직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직 개발에 도움을 주는 여성전문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이제는 자녀들보다는 나를 찾아야 할 시기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들 대부분의 연령대가 4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중, 고생이 있는 가정의 여성들이 늘어가는 교육비에 새일맘을 꿈꾸는 가장 우선인 이유이기도 하다.
1년 전, 나주에 소재한 회사에 취업한 김서영(가명. 46) 씨는 “중3과 고1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초등 때처럼 엄마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 하지 않아 지인을 따라 취업했다. 김을 포장하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에서 나오니 돈도 벌고, 아침에 나와 오후에 들어가니 잡다한 사람을 만나지 않아 통장의 돈이 쌓여 간다.”며 웃는다. “30대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다. 대학 졸업이 발목을 잡았던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드니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영역을 찾았다는 것이 안도감이 든다. 할 수 있을 시간까지 할 생각이다.”는 말에 삶에 자신감이 보인다.
유명 화장품 방판업을 하는 박은정(가명.45) 씨는 “시간이 자유로워 일하기 편리하다. 화장품의 특성상 한번 바꾸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단골관리만 꾸준히 하면 생각보다 수입이 괜찮다. 큰 아이가 현재 고2인데 자폐가 심해 아이에게 올인하고 살았다. 늘 우울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방판을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희망이 보이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내 아이에 대해 공부하고 시도했던 교육 방법들이 방판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새일맘
‘아이들에게 올인하고 살아가는 엄마를 만나면 묻고 싶다. 아이가 자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엄마의 손길을 거절하는 날이 분명 올 터인데 그때는 어디서 무엇에 관심을 쏟을 것인가.’ 퀼트를 하는 정연선(45. 풍암동) 씨의 질문이다. 정연선 씨는 “나도 한 때는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장동 학원가를 헤맸다. 아이를 학원에 넣어두고 차 안에서 기다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생겼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원하는 아이들의 교육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그때부터 의문스러워졌다. 아이들을 집 앞 학원으로 보내고 오히려 그 시간동안에 집에 앉아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퀼트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도 좋고, 오히려 매달리고 간섭했던 시간들 보다 성적은 더 좋아지고 퀼트로 이야기 거리가 더 많아졌다.”
주 본부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 병행이 어려울 수 있으나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어떤 것이 먼저인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 일을 하다보면 자기 성취감도 찾을 수 있고, 일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통해 우울증에서도 헤어 나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어떤 일이든지 새로 시작하는데 의미가 있다. 일단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아이들의 적성만 찾아주려고 걱정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새해에는 스스로도 뿌듯한 새일맘에 도전해보자.
도움말 : 광주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 새일본부장 주경미
범현이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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