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와 박진감, 아이스하키가 좋다!
“터뷸런스를 만나려면 밤 열시에 어울림누리 빙상장으로 오라”니 손가락이 오글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만저만 추운 게 아닌데 한 밤 중에 그것도 얼음판 위라니! 두터운 겨울 잠바로 무장을 하고 그들을 찾아갔다. 얼음판 지치며 퍽 날리는 재미에 겨울잠도 잊어버린 사람들, 아이스하키 동호회 터뷸런스 회원들이다. 터뷸런스는 2003년에 직장 동호회로 출발한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팀이다. 그러다 일반인들이 하나 둘 합류하면서 지금은 25여 명이 가입해 있고 평균 20여 명이 활동하는 동호회가 되었다. 매주 월, 목요일에 만나고 있으며 연령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다.
1분만 뛰어도 땀 뻘뻘…운동량 많고 파워풀한 스포츠
지난 6일 밤 어울림누리 빙상장 지하 1층, 9시 30분이 되자 회원들이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끌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헬멧과 스틱, 그리고 온갖 보호 장구들이었다. 목 보호대, 가슴과 어깨 보호대, 무릎 보호대,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고 스케이트를 신고 나타난 회원들을 보니 얼음판이 아니라 눈밭에서 굴러도 끄떡없을 것만 같았다.
“아이스하키가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스포츠이긴 하죠. 그래서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입는 장비가 튼튼해서 사고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아마추어 팀이니까 서로 몸싸움 하지는 않거든요. 즐기는 거죠.”
5년간 활동했다는 최성식 회원의 말이다.
아이스하키는 빙상에서 6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스틱으로 퍽을 쳐서 상대팀의 골에 넣는 스포츠다. 북유럽에서 기원한 빙상경기가 캐나다로 건너가 1879년에 처음 규칙을 갖춘 경기를 시작했으며 캐나다 국기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는 1928년에 처음 들어왔지만 아직도 대중적인 인식 확산이나 보급 정도는 미미한 편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이스하키팀으로 활동했던 최초아 씨도 그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귀국해서 팀을 찾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찾은 곳이 터뷸런스예요.”
유일한 여자 회원이라 위험하지 않은지 물었다.
“격렬해서 오히려 재밌어요. 아마추어라 몸싸움은 거의 없고 동호회니까 즐겁게 하는 거죠.”
그는 빠르고 공의 방향과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이스하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공격과 수비가 정해져 있지 않은 변화무쌍한 게임 진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제일 좋은 건 여름이에요. 링크가 시원하니까요.”
여름의 시원함을 상상하기엔 당장 닥친 겨울이 너무 추웠다. 그러나 링크라고 부르는 빙상장 위에 올라선 회원들은 찬바람이 무색하게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이스하키는 한 팀에 골키퍼 1명, 수비수 2명, 공격수 3명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선수를 교체해 줘야 해서 22명의 선수가 필요하며, 20분을 1 피리어드로 하여 3 피리어드씩 총 1시간 경기를 한다. 스케이트를 타고 링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2분인데 그 정도만 달려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므로 6명 이내에서 22명의 선수 전원이 수시로 선수교체를 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팀이지만 하키사랑 마음은 프로페셔널
회원들은 아이스하키를 하다 보면 체력이 좋아진다고 자랑했다.
“운동량이 엄청 많아요. 1분 뛰고 2분 쉬고 계속 반복하니까요.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뱃살도 빠져요.”
윤재원 회원의 말이다. 윤 씨는 마흔이 되는 3년 전에 가족들의 허락을 받고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더 나이 들면 못하는 것이라 시작했어요. 아이스하키 매력은 폼생폼사! 폼이 나잖아요”
운동이 있는 날은 아이들 다 재우고 집안 정리 깔끔하게 해놓고 나온다는 윤재원 씨. 부인한테는 딱 5년만 하고 그만둔다고 시작했다는데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터뷸런스를 이끄는 코치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전 안양한라 아이스하키 팀 선수 장종문 씨다. 장 씨가 팀을 맡은 지는 4년째다.
“회원들이 열정적이고 의욕적이에요. 처음엔 스코어도 많이 나고 몸도 못 가누는 분들도 있었는데 갈수록 실력이 좋아져요.”
그는 “아마추어지만 프로 못지않은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터뷸런스 회원들은 모이면 15분 동안 개인적인 몸 풀기 시간을 갖는다. 25분은 파워 스케이트, 50분가량 팀 전수 훈련을 한다. 전략적인 게임 대비 훈련이다. 그리고 30분은 자체 연습 게임을 갖는다. 120분을 꽉 채워 운동한다.
난기류라는 뜻의 터뷸런스. 그러나 그들의 행보는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장 코치의 지도에 따라 꾸준히 훈련을 하다 보니 승률이 95%에서 50%로 점차 좋아지고 있다. 회원들 분위기도 훈훈하다. 한 해에 한번은 엠티를 떠난다.
이원영 회원은 “꽁꽁 언 산정호수 위에서 하키할 때가 정말 재밌었다”고 추억했다. 지난해에는 친선 경기 하러 떠난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으며 엠티를 겸했다. 전국을 돌며 친선 경기를 진행할 바람도 품고 있다.
아이스하키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환영하며 네이버 카페(cafe.naver.com/icehockey)에 가입해 둘러보거나 연습 모습을 구경하고 가입 의사를 밝히면 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