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천안을 대표하는 ‘흥타령 길’ 만드는 것이 꿈

길을 찾는 사람들. ‘유유자적 천안’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그리고 가볍게

지역내일 2011-01-24
살다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떠나고플 때가 있다. 삶이 무료해서일 수도, 지나치게 무거워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자연과 함께 함이 무작정 좋아서일 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꾸역꾸역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부러 짐을 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음이 동할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홀가분함이 더 어울린다.
무언가 목표로 하지 않아도, 저 높은 산 정상을 품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슬슬 걷는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거니는 듯 폭신하다. 그럴 때 오히려 자연은 곁으로 바짝 다가선다. 그것이 트래킹의 묘미다.
트래킹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산이나 들판을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 최근, 트래킹의 매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곳이 있다. ‘유유자적 천안’이 그곳. 그들의 발자취에 새겨진 이야기를 들어본다.

좋은 풍경을 함께 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
유유자적 천안은 이제 1년을 갓 넘긴 동호회다. 시작은 그저 자연을 가까이 하고픈 한 부부의 발걸음이었다. 자연이 좋아 그저 주말마다 산과 들을 찾던 안신용, 최미숙 부부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자신들만 즐기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함께 가볼 것을 권했고 함께 간 사람들은 또 다른 이를 이끌었다. 그것이 잇고 이어져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고 그 인연으로 유유자적 천안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지난 1년의 이야기다. 
지금, 유유자적 천안은 300여명의 회원이 함께 한다. 모임에는 20대~60대의 친구, 회사동료, 부부, 가족, 지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모인 사람들은 유유자적 천안을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다. 소중한 인연으로 그들은 전국 곳곳을 찾아 함께 걷는다.
회원들은 하나 같이 “활동을 통해 행복과 건강과 추억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 마음을 맑게 하니 삶이 권태롭지 않고 일상에 여유로워진다고. 적당한 운동효과에 건강과 행복까지 챙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계의 절절함을 최고의 득으로 꼽는다. 껄끄럽던, 어색하던 관계도 자연 안에서 하나 되면 금세 스스럼없어진다는 것. 특히 슬슬 거닐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어 대화가 없던 가족의 수다도 가능하다. 그러니 일단 그 시간을 경험한 사람들은 매주 트래킹 행렬을 이어간다.

내 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일 줄…
유유자적 천안은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정기트래킹에 나선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 야간트래킹을 한다. 마음 맞는 이들끼리 번개트래킹도 자주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지리산 둘레길, 한라산 올레길, 변산마실길, 강릉 바우길 등에 벌써 발걸음을 새겨 넣었다.
물론, 그들은 굳이 잘 알려진 곳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절경을 찾아내거나 테마 먹거리를 찾는 트래킹도 시도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재미가 오히려 더 쏠쏠하다.
그 과정에서 내 나라, 내 땅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감탄하게 되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차를 타고 갔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아기자기한 모습, 소소한 풍경에 새삼 가슴을 적신다.
그에 관한 내용은 유유자적 천안 카페에 그득하다. 미처 걸어보지 못한 길이지만 그들의 흔적이 남긴 사진과 글을 읽다 보면 누구든 금세 흠뻑 빠진다. 그 길에 자신의 발을 딛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트래킹 장소에 대한 문의도 많다. 그에 회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풍경 좋고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해준다.

올 한 해 목표는 ‘천안 흥타령길’ 조성!
그래서 올해 유유자적 천안은 거대한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바로 천안의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천안 흥타령길’을 조성하려는 것. 사람들은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해서 걷기 좋고 풍경 좋은 곳을 많이 찾아간다. 유유자적 천안 사람들은 천안이라고 그런 길을 마련하지 못할 법이 없다고 본다.
그저 생각만으로 계획한 것이라면 무모한 도전이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지역의 곳곳을 밟았다. 그 사이 지역에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숨겨 있는지 눈으로, 몸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제 그 시간을 구체적인 자료로 만들어 걷기 아름다운 길이 조성되도록 힘을 모으려고 한다.
실제 천안시에서는 지난해부터 호국관광벨트화 사업으로 횃불도보길을, 명품등산로 조성사업으로 태조산 솔바람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유자적 천안이 지역의 풍경 아름다운 장소를 ‘천안 흥타령길’로 찾아낸다면 우리 지역에도 걷기 좋은 명품길이 탄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유자적 천안은 흥타령길 탐사대를 조직, 지난해 9월 19일부터 천안 곳곳의 공간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탐사대는 이미 삼거리공원 부근, 독립기념관을 시작으로 흑성산 둘레길, 북면 코스모스길, 풍세 가는 길, 성환장터 가는 길 등을 걸었다. 그리고 탐사대 활동은 올 한해 계속 진행된다. 그 속에서 찾아낸 걷기 좋고 풍경 아름다운 길에 대한 정보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생각이다.

터벅터벅, 때로는 사뿐사뿐 걷는 발걸음이 그리운 겨울 한복판,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리게만 되는 때다. 바람이 누그러지고 햇살이 보드라워지면 그 행렬에 함께 할 수 있을까. 유유자적 천안은 기다릴 것 없이 지금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들의 발자취를 좇자니 문득,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삼 마음이 설렌다. 노래가 그렇듯이 그들과의 시간은 어쩌면 삶에 작은 여유 한 자락이 될 수도 있겠다.
문의 : http://cafe.daum.net/freewalking-cheonan(다음카페에서 "유유자적 천안" 검색)
사진 제공 : 유유자적 천안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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