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급한 성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관광지에서 다른 말은 몰라도 ‘빨리빨리’라는 말은 다 알아들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도 이 ‘빨리빨리’를 요구한다.
어찌 되었던 약을 먹으면 바로 좋아져야 하고 수술을 받으면 바로 감쪽같이 호전되어야 잘 치료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난다. 그러나 사상누각이라고 근본을 치료하지 않으면 반드시 재발되는 것이 병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꿰어 못쓰는 법이다. 병의 원인을 알고 치료할 수 있는데 환자의 급한 마음이 치료를 중단하게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갑자기 전신이 붉어지면서 가려움증이 발생
피부는 몸의 일부이다. 몸의 상태가 투영되는 곳이 피부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병이 피부에 원인이 있는 줄 안다. 그래서 피부병이 생기면 일단 피부에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 피부관리를 받거나 연고를 바르거나 피부약을 복용한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다른 피부과를 가보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가 본다. 이마저도 안되면 민간요법이 동원되고 마지막에 한방에서 “가능한가?”싶어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에 피부병이라곤 전혀 몰랐던 20대 중반의 김현정님(가명)이 내원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 여드름 한번 나지 않던 피부가 갑자기 전신이 붉어지면서 가려움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해서 놔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너무 간지러워서 잠을 자기 힘들 정도였다. 으레 그러듯이 동네 피부과에 갔다. ‘알러지’라는 진단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과 연고를 받아왔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잠깐만 덜 간지럽지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역에 다른 피부과를 가보았지만 별 차도가 없어서 칠곡에서 유명하다거나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피부과, 김천에 유명하다는 약국에 가보았지만 약을 복용하거나 바를 때만 잠깐 진정될 뿐 여전히 피부 붉어짐과 소양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독소를 제거하고 해독한약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원인적 치료를
그러던 차에 소문을 듣고 본원을 방문했던 것이다. 생기능검사와 체성분분석, 설문과 복진을 통해서 이 질환의 원인이 간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간해독과 대장해독, 혈액임파해독과 신장해독을 통해서 독소를 제거하고 해독한약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원인적인 치료를 하기로 했다.
2주간의 해독이 끝날 무렵 환자의 몸은 해독하기 전보다 더 심한 발진과 소양감이 동반되었다. 이는 약물에 의해서 억눌려있던 독소가 해독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배출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명현현상’이다. 환자는 극심한 소양감을 호소했고 본원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니 견디기 힘들면 평소에 복용하던 약을 통해서 일시적인 진정을 시키라고 권유했다.
상담을 통해서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있던 환자는 별문제 없이 귀가 했는데 오후쯤에 보호자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왜 치료를 하는데 증상이 심해지냐, 치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 이렇게 해서 낫는냐” 라고 하면서 말은 듣지도 않고 마구 화를 내는 것이다.
참 이런 경우는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난감하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결국 그날 저녁 환자 보호자가 씩씩거리며 치료를 중단시켰고 결국은 그 환자는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나중에 낫지 않는 피부질환으로 평생을 고생할 환자를 그 보호자는 책임질 수 있을까?
글 구미한방피부과 동의보감해독한의원
김영욱 원장(한의학 박사, 구미시한의사회 부회장)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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