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아쿠아월드’의 졸속개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극심한 교통대란을 초래하고 있는데다, 인허가 과정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교통영향평가를 피해간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개장한 보문산 아쿠아월드는 신정 연휴에만 12만여명이 다녀가면서 인근 지역 전체를 교통지옥으로 만들었다. 입구인 보문산 오거리와 전시관까지 1㎞ 언덕길은 아예 주차장이 돼버렸다. 우회로도 없어 한 번 들어서면 오도 가도 못하고 몇 시간씩 차 안에 갇혀 있기가 다반사였다. 이미 예견됐던 주차장과 진입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개장을 서두른 탓이다.
이미옥(37·대덕구 법동)씨는 “아이들 둘을 데리고 아쿠아월드를 찾았는데 입장은커녕 도로에서만 몇 시간을 버리고 돌아왔다”며 “대전시와 아쿠아월드측이 주차와 교통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박기수(50·중구 대사동)씨는 “이곳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길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대전시와 아쿠아월드의 빠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통영향평가 문제는 이런 시민들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실제 개발면적이 2만㎡ 이상일 경우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아쿠아월드는 1만9750㎡만 개발해 아슬아슬한 차이로 교통영향평가를 비껴갔다. 게다가 아쿠아월드 측은 인근에 2단계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푸푸랜드를 매입, 생태체험관을 건설하기로 한 것. 아쿠아월드 측이 처음부터 교통대란을 예상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분리 시행해 교통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 밖에도 아쿠아월드 측은 내부 전시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개장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형가오리, 피라루크 등 500여 종 6만3000여 마리의 세계 희귀어종’을 볼 수 있다는 홈페이지 내용과는 달리 실제로는 14개 전시관 중 토니나관과 고대어관 등 2곳만 문을 연 탓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대전시의회도 의회 차원의 조사에 나설 태세다.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의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전시의회 임시회 때 대전아쿠아월드에 대한 대전시의 업무보고를 들어본 후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특위 구성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의회에서 조사특위를 발의하기 위해서는 의원 1/3의 동의가 필요하며,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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