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고통 받고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소와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방법 밖에 없는지 안타깝고 답답했다. 한편으로는 예전부터 소는 가족같이 지내는 존재인데, 이렇게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살처분 하는 것은 너무 인간 중심의 이기적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히 동물도 인간과 같이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인 만큼 확실한 것은 발생과 초동 조치, 대응 과정 등 지금과는 다른 일대 변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지만, 스페인이 남미를 정복할 때 압도적인 전력 차이도 있었지만 기실 남미 원주민들이 스페인독감과 천연두로 무너졌던 사실을 상기해 보자. 문명이 발달하는 만큼 질병의 역사도 끈질기게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에이즈,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지금의 구제역 등 치명적인 전염병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좁은 땅덩이에 다민족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면서 인구 밀도도 높아지고, 전염병이나 질병에 취약해지고 있다. 항공 등 세계의 교통체계가 촘촘해질수록 그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각종 질병이나 전염병에 대응하는 국가 위기관리 통제 시스템의 구축은 국가적 숙제로 남게 된 셈이다. 지금 우리는 살처분과 함께 구제역 백신접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 백신은 영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지만 그것도 물량이 모자라는가 하면, 로스율도 높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 입구마다 설치된 분무 살균 시스템도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겨울 추위 때문에 분무기가 얼거나, 유리창이 얼어 통행하는 차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역기기의 선진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축산, 농업, 식품 분야는 식품안전정책의 근간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위험 분석 요인에 대한 철저하고 유기적인 방역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마침 서울대 농생대 연구소가 강원도 평창에 설립될 예정이다. 앞으로 여기에서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을 연구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피해지역 주민과 살처분 참여 수의사,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는 등 정말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세계3대 겨울축제로 자리 잡은 화천 산천어 축제도 취소되었다. 이번 사태를 맞아 화천군의 1년 농사라 할 수 있는 축제를 취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천안함 사태로 오랫동안 군인들의 외박도 금지되어 지역경기가 무척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화천 군수님을 비롯한 공직자와 주민 분들의 상심이 몹시 클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서라도 구제역 사태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각별한 감사, 경의의 말씀을 올린다.
강원도 겨울축제의 경우 이미 사업비가 투자되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느니만큼 특별교부세로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할 생각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광역단체장들과도 구제역 공조대책 등을 함께 논의해 볼 계획이다. 강원도 차원에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기 위해 제수용품 마련비용을 감안하여 이번 설 보너스에 일정 비율을 농산물 상품권으로 지급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재앙과 같은 사태를 빨리 종식시켜 다시 ''청정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G20을 개최한 나라이다. 이제 우리나라 고유의 방역매뉴얼을 만들어 나갈 때이고 그럴만한 역량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실의에 빠진 축산 농가를 비롯하여 국민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재장전할 때이다. 어려움은 그것을 극복할 때 진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함께 행복해야 한다. 모두 힘을 내자.
이광재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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