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것 많은 나? ‘행복한 연극장이’
대학로 연극 기획자였던 김진수(29)씨. 그는 지난 2008년 부천의 극단 믈뫼에 입단해 자신의 연극적 꿈을 실현해왔다. 믈뫼의 주력사업인 ‘대학로까지 가지 말고 부천에서 연극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타고난 일복을 가진 그가 믈뫼에 입단한 동기이자 중요한 소명이 됐다. 입단 후 그는 2008년 뮤지컬 ‘사랑해도 될까요?’와 뮤지컬 ‘룸메이트’를 기획, 부천 소극장 운동 변화에 결정타를 날린다. 이를 계기로 지난 12월 부천 영웨딩컨벤션에서 열린 2010 부천예술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40세 전... 17세 알런을 연기하고 싶다
“예상치 않은 과분한 상을 받게 돼 부담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기회와 도움을 주신 극단 믈뫼 임성주 대표께 감사를 드린다.” 진수 씨는 현재 극단 믈뫼에서 기획실장과 (사)한국연극협회 부천지부 사무국장 직을 맡고 있다. 그가 연극과 접신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그 때 만난 연극 ‘유리가면’에 빠져든 후 지금까지 100편 넘게 보고 또 봤다.
일반 관객들처럼 편히 감상하진 못한다. 연극 한 편에 담긴 캐릭터와 플롯, 무대구성, 배우들의 연기, 대사 등을 해체하며 관람해야 해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피터 세퍼의 ‘에쿠우스(Equus)’. 이 작품은 스물여섯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 소년의 괴기적인 범죄 사실을 극화 해 세계적으로 사랑 받아온 명품 연극. “저는 상징성과 다의성을 표현한 이 작품을 사랑합니다. 신(神)과 숙명의 굴레, 냉혹한 현실, 성적인 본능이 생생하게 꿈틀거리거든요.” 그는 학창시절 에쿠우스 워크숍에서 주인공 알런 역을 맡고 느꼈던 감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 기회가 생긴다면 40세 전에 17세 알런을 연기하는 게 꿈이다.
부천문화예술 저력... 극단 믈뫼가 만든다
임성주 대표와 윤봉구 예술고문, 한희정 전 현대극장 단원 등 쟁쟁한 연극인이 모인 30년 전통의 극단 믈뫼는 소극장과 연습실, 14명 단원 등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천의 연극 마니아들은 믈뫼를 모르는 채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간다. “창작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단원들 실력 역시 대학로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진수 씨는 기획력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린다. “기획을 잘해서 작품 활동을 원활케 하고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해보자!” 그의 다짐은 2008년 뮤지컬 ‘사랑해도 될까요?’와 ‘룸메이트’를 기획, 극단 믈뫼가 추진해왔던 소극장 운동 활성화의 도화선이 됐다. 두 편의 뮤지컬을 관람한 관객들은 “부천에 이런 극단이 있다는 걸 몰랐다.”, “연기, 노래, 소극장 모두 굿!”, “대학로까지 갈 필요 뭐있냐.”는 찬사를 보냈다. 진수 씨는 믈뫼가 타 극단의 표본으로 부천 연극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좋은 배우 발굴로 실력을 키워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타 지역 사람들까지 부천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온다면 부천 문화예술의 저력이 전국적으로 소문나지 않을까요.”
‘믈뫼’와 ‘아띠’ 활동... 부천 연극 자립!
“힘든 것은 재정 문제입니다. 그간 우리 극단은 임 대표의 사비로 운영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하지만 저는 극단의 자립을 꿈꿉니다.” 이를 위해 진수 씨는 경기도와 부천시의 지원과 창작 작품 배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극단 ‘아띠’ 대표로도 활동한다. 아띠는 부천시 소인극경연대회와 경기연극 올림피아드 등에서 수상실적을 거뒀다. ‘연극하고 싶은 사람은 편히 모이라’는 자유 단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 연극인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과 지원과 교육, 타 극단과 협동작업, 사회에 기여하는 단체로 나아가고 있다. “신묘년 새해 들어 할 일이 많아요. 현재 진행 중인 뮤지컬 ‘룸메이트’의 명품화, 대중화 작업이 그것입니다.” 진수 씨는 전문기획사인 가을정원엔터테인먼트와 극단 두레와 협력해서 홍보와 기획에 힘을 쏟고 대중에게 어필하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올 4월부터는 지역극단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부천과 대학로 두레 홀 동시 공연도 진행한다. 또한 극단 믈뫼의 명소화, 끊임없는 배우 발굴과 교육 등 그가 할 일은 태산이다. “매너리즘을 느낄 때 연극에 빠졌던 첫 순간을 생각하며 최면을 걸어요. 그러면 현재 내 모습에 만족하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에너지를 얻게 되죠. 그게 제가 연극에 매진하는 보람이 아닐까 합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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