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영재교육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 (주)한솔영재교육 이창학 대표

“유아부터 고등까지, 진정한 영재교육 로드맵 완성할 터”

지역내일 2010-12-22

종전 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하면서 입시 체계가 변화를 겪고 있고, 영재교육원 선발 기준도 관찰 추첨제로 바뀌면서 영재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보다 본연에 충실한 영재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에겐 반가울만한 소식이다. 대치동 과학 영재교육의 메카로 평가 받는 미래영재아카데미와 한솔교육의 브레인스쿨이 지난 7월 합병, 새롭게 출범한 것. 

18개월 유아부터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브레인스쿨과 초등학생 수학?과학 영재 전문 프로그램인 미래GT아카데미, 중.고등 영재들을 대상으로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시, 국내외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명성을 얻은 미래영재학원 3개 브랜드 통합으로 유아부터 대입까지 유기적 체계를 갖춘 영재교육을 구현하겠다는 (주)한솔영재교육 이창학 대표를 만났다.


월등한 우위 보이던 한국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뒤처지는 이유는? 

합병법인인 (주)한솔영재교육을 이끌 이창학 대표는 미래영재학원의 설립자.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마친 이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국가 간 비교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이던 한국 학생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는 미국 학생들에게 뒤처지는 이유가 내내 궁금했단다. 

“고등학교 때까지 진도는 많이 나가지 못해도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충실한 교육을 받은 미국의 상위권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급속히 확장되고 심화되는 학습 과정을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따라오더군요. 이같은 미국 교육 시스템의 경쟁력을 우리 학생들에게도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2000년 대치동에 미래영재학원을 설립한 것은 이런 그의 교육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학원가에서 과학 과목을 암기과목처럼 여기던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개념을 충실히 이해하고, 이를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미래영재학원의 교육 방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가가 발휘됐다. 국제올림피아드 국가대표 배출과 화려한 과학고 진학 실적이라는 성과는 이 같은 교육철학을 충실히 구현한 데 따른 부수적 성과였단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중 이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입시가 요동치면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교육 시장에서 조기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온전히 담아내려면 초등 단계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내부 강사들과 뜻을 모은 그는 그때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미국과학교사협회 학회를 비롯해 미국영재교육학회, 영재교육기관 등을 수시로 방문했고, 국내 영재교육 자료도 끌어 모아 미국 영재교육을 롤모델로 한 지금의 미래GT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이 과정을 관심 깊게 지켜본 한솔교육이 합병을 제의하면서 이 대표는 브레인스쿨 프로그램을 개발한 한국영재교육학회 부회장이자 미국 퍼듀대 영재학 박사인 오영주 한솔영재교육연구원 원장을 만났다.
“브레인스쿨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만 3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자됐더군요. 둘다 미국에서 공부한 공통점도 있고, 교육철학이나 방향성도 비슷했어요. 상위 학교 입시를 위한 편법적 수단이 아닌,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실질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로드맵 완성이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아 합병을 결정했죠.”


선행, 입시 위주 영재교육 시스템 변화 필요 

이 대표는 국내 영재교육이 지나치게 선행과 입시 위주로 흘러간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영재학급에서 시작, 교육청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을 거쳐 영재학교로 이어지는 공교육 영재교육 시스템도 얼마나 영재교육 전문가들의 감수와 지도하에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이뤄지는지도 다소 회의적이라는 것. 

“제가 지금도 생물을 정말 못하는데, 초등학교 때 쌍떡잎식물, 외떡잎식물을 무조건 외우면서부터 싫었어요. 그림도감이나 생물도감이라도 보여주면서 차이를 알려줬다면 아마 달라졌을 거예요. 학교 다닐 때 물리가 제일 싫었던 분들 많으시죠?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중학생들도 거리 나누기 속력이 시간이라는 거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장난감 자동차 굴려 초시계로 한 번 재보기만 해도 잊어버리지 않을만한 초3 교과 과정 수준의 개념이거든요. 이것이 바로 한국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는 과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입 면접을 준비하는 과학고 학생들조차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커트라인이 높으니까’ ‘점수가 되니까’ ‘남들이 좋다고 해서’ 같은 실망스런 답변이 돌아온단다. 상대적으로 물리학이나 화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나름의 소신이 있는 편이지만,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것도 문제. 

“물리학자라 하면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 위해 수식 쓰고, 머릿속으로 계산만 하는 것 같죠? 천만에요. 물리학자의 50~60퍼센트 이상이 실험하는 사람들이에요. 납땜하고, 액체질소로 용접하고, 회로 구성하고. 화학도 매일 약품과 싸워야 하고, 유전공학 역시 핀셋으로 찍어내는 등의 기술이 더 중요한 분야입니다.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실험을 통해 과학을 배운 학생들은 이를 재미있어하고, 이게 물리학이자 과학이란 걸 안다는 게 우리나라 학생들과 가장 큰 차이죠.”

잠재성과 재능을 갖춘 과학 영재들이 진정한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선행과 주입식 암기 교육으로 책과 지식에 갇혀있지 않도록 하는 것, 과학이 얼마나 실생활과 연결돼 있고 이를 응용해 세상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대표가 생각하는 영재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다.


스펙 위한 교육 No, 정도 걸으면 성과 자연스레 따라올 것 

앞으로 (주)한솔영재교육이 지향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도 지금까지 천착해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다. 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입시나 성과에서 온전히 자유롭긴 어렵겠지만 이를테면 영재교육원을 가기 위한 교육은 하지 않겠다는 것. 단기간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큰 의미가 없기에 올바른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영재교육원 선발도 가능한 형식을 지향하겠다는 얘기다. 

“속진과 심화는 기본적인 영재교육의 속성인데, 적절한 수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치동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중학교 1학년 때 하이탑을 시작한다는 학원이 명성을 떨치고 있었어요. 우리는 다른 방식을 택했죠. 중학교 교과 과정 심화와 중등 과정과 연결된 고등 과정 심화, 고등 단계의 개념 교재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후에 하이탑을 들어갔어요. 진도가 너무 늦지 않느냐는 불만이 있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를 탄탄하게 쌓으니 하이탑 끝내는 데 반년도 걸리지 않더군요. 속진과 심화에 있어 제1원칙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진도만 빼면 된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죠.”

이처럼 제대로 된 수학, 과학 전공자 양성을 위한 기본 소양을 쌓아주려면 무엇보다 교사 퀄리티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믿음이다. 이를 위해 교사 채용부터 처우, 재교육 시스템까지 대폭 개선하는 정책을 혁신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실물주의, 체험중심, 개념 중심 영재교육 추구 

이 대표의 청사진을 들어보니 종전 영재교육 시장과 다른 차원의 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그러나 뜻은 좋더라도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대표의 역할이다. 그의 답변은 명확했다.
“단기간 편법이나 성과를 노리기보다 정도를 걷는 게 사업성을 우선할 때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미래영재 설립부터 지금까지 과정에서 이미 확인했기에 우리의 입장과 태도를 앞으로도 견지해나갈 생각입니다.”

영재교육진흥법은 ‘어떤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어 보통 학교 교육으로는 충분히 이를 발휘할 수 없기에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 경우’를 영재라 정의한단다. 이런 영재들을 위한 보완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그의 각오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해본다.



이창학 대표는
대치동 과학 영재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은 미래영재학원 설립자이자 미래영재아카데미 대표 이사를 역임했다.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명문 Ivy League 대학 중 하나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마쳤다. 2000년부터 현장 강의를 통해 충실한 개념 이해에서 시작, 고난도 수준으로 올라가는 전통적인 교육 방법에 기반한 과학 영재교육을 추구해왔다. 지난 7월 한솔교육의 브레인스쿨과 미래영재아카데미 합병 법인인 (주)한솔영재교육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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