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산모가 진찰을 받고 있었습니다. 분만이 가까워지자 양가 집안이 모두 지방에 있어 약간 불안해하며 산후조리 관계상 마지막달에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남편분의 직장 관계로 강원도까지 올라왔는데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분만하기가 두려웠나 봅니다.
태아가 약간 크기도 하였지만 산모가 워낙 자연분만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협조를 잘해 끝까지 자연분만을 고집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산도에 걸려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연분만을 못한데 대한 자책과 수유에 대한 강박 관념으로 분만 후 아직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무리를 하여 밤에도 3시간 간격으로 꼬박꼬박 수유를 열흘정도 하더니 드디어 환자가 이상소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면증 증상이 오면서 불안해하고 살려달라고 매달리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심상치 않아 산후조리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산후우울증에 불안증까지 겹쳐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합니다. 바로 산후우울증이었습니다.
산후우울증이란 출산 후 경험하는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것으로 출산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와 부모의 역할에 대한 부적응, 호르몬 변화, 신체 변화 등으로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산모의 50~80% 정도가 분만 후 3~10일 경에 많이 경험하는 증상입니다. 젖을 먹이는 산모에서는 보통 산후 4~5일까지는 정서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젖을 먹이지 않는 산모의 경우에 3일 즈음에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경산모보다 조산모의 경우에 발생 빈도가 높다고 보고되나 경산모의 경우에도 출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엔 발생빈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심한 우울증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약물치료와 입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대개 분만과정을 가족과 함께 겪고 주위의 따뜻한 배려가 있으면 산후우울증을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례로 든 경우처럼 고생을 하다가 원치 않는 방법으로 분만을 하게 되면서 자책감을 느끼고 평소에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다가 벽에 부딪힌 느낌으로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분만은 산모 혼자 겪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이겨내는 과정이며 아이와 산모를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분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분만 후에는 회복기가 필요하며 이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말고 주위 분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면 좀 더 편안해집니다. 수유도 중요하지만 산모가 회복되어야 충분한 수유가 가능해집니다. 수유는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에게 애정을 갖고 육아와 가사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면 산후우울증이라는 늪 속에 빠지지 않습니다. 출산 및 육아의 어려움은 가족과 함께 나누고, 산모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라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입니다.
우성애산부인과의원 우성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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