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가로수길 ‘육심원 키친’

오늘은 여자가 주인공이 되는 날, “여자라서 행복해요”

작가 육심원이 직접 운영하는 복합 공간

지역내일 2010-12-05
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복합 공간 ‘육심원 키친’은 친구가 우울할 때마다 찾는 공간이다. 이곳에 들러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여자들의 개구지기도 하고 새침한 표정들을 보다보면 금세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며 올 초부터 줄곧 이곳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몇 년 전 TV 홈쇼핑 광고에서 유머러스하게 연출되었던 아줌마 캐릭터를 만난 그 날부터 친구는 육심원 작가의 팬이 되었다. 처음에는 광고 속의 캐릭터 이름이 ‘육심원’ 인줄 알았었는데 작가의 본명임을 알고 적잖이 놀랬다는 그 친구가 오늘 자신의 아지트 공간인 ‘육심원 키친’으로 나를 안내했다.

육심원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 찬 아트샵
‘육심원 키친’ 입구에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한 육심원 작가의 캐릭터가 오는 이를 맞이한다. 커다란 통 창으로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1층 문을 들어서자 이번에는 공간 가득 작가 육심원의 여자들이 나를 반긴다. 어떤 이는 천정의 조명 갓으로, 어떤 이는 쿠션 커버로, 어떤 이는 플랫 슈즈로, 또 어떤 이는 큰 여행용 트렁크에서 나를 바라본다. 

총 4층짜리 복합 공간인 이곳의 1층은 육심원 작가의 작품들로 만든 소품을 파는 아트샵이다. 2007년 홈쇼핑 광고가 나간 후 주변의 요청에 의해 하나씩 만든 소품들이 지갑, 달력, 다이어리, 핸드백, 슈즈, 여행가방, 머그컵, 마우스 패드, 손수건까지 어느새 600여 종이나 되었다고 한다. 다이어리 1만 6천 원, 머그컵 1만 8천 원, 손수건 2만 4천 원, 파우치 4만 2천 원, 장지갑 9만 2천 원 등 다양한 가격대로 준비되어 있어 선물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다.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활용되는 2, 3층
2, 3층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데 메뉴를 살펴보면 이곳이 얼마나 개성 있는 공간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단 육심원 키친이 추천하는 샐러드는 ‘개구쟁이 샐러드’이다. 고집스런 시금치와 치킨에 치즈소스가 올려진 고소한 샐러드로 어릴 적 부모님 속 꾀나 썩인 당신을 위한 메뉴란다. 당신이 요조숙녀라고 생각한다면 ‘이쁜이 샐러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신선한 샐러드와 발칙한 앤초비, 그리고 베이컨의 삼각관계 등을 담고 있는 사연 많은 샐러드이다. 

파스타의 이름도 재치만점이다. 친구들 파스타, 말괄량이 파스타, 나 이뻐 파스타, 오드리 파스타, 날라리 파스타 등 특이한 이름의 파스타를 만나볼 수 있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노랑, 핑크, 빨강 등의 파스타 면은 작가의 작품 색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만약 여유롭게 주말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육심원 키친의 김재훈 셰프가 추천하는 ‘깍쟁이 수제버거 세트’를 놓치지 말자.

갤러리에서 작가의 작품 감상을
지하 갤러리에서는 육심원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육심원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로 한지와 같은 장지라는 종이에 분채라는 가루 물감을 사용해 몇 번씩 뿌리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육심원 작가는 여자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여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이 공간은 약간은 비밀스런 금남의 공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고객의 90%가 여자란다. 

작품의 모델은 상상속의 인물이며 공주이고자 하는 자아를 나타내고 있다는데 육심원 작가는 여자는 혼자 있을 땐 모두 공주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공주 같은 여자의 모습을 작품 속에 그려내고 싶단다. 바로 이 점이 많은 20, 30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여자를 공주라 생각해 주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되찾게 되는 치료 공간, 어쩌면 내 친구도 그런 이유로 이 공간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예쁘지는 않지만 각자의 당당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표현된 여자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보다보니 어느새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육심원 키친>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6-9 (02) 511-2187
시간: 오전 11시~ 오후 12시
메뉴: 파스타류 1만 6천 원~1만 8천 원, 주말 브런치 1만 8천 원, 피자류 2만 원

김기정 리포터 kimkich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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