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됐던 문제가 바로 전세 값 상승이다. 특히 서울 지역 전세 값 상승을 주도했던 곳이 바로 잠실에 재건축된 입주 2년차 아파트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 반 토막론`이 고개를 들던 2008년 말 대규모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금이 폭락했던 리센츠(5536세대), 엘스(5678가구), 파크리오(6864가구) 등이 이번에는 상승을 주도한 것. 2년 전과 달리 활기를 띠고 있는 이들 대단지 아파트를 찾아 부동산 시장을 점검해봤다.
전세 급등 했어도 재계약 비율 높아
2008년 입주 당시 엘스와 리센츠 아파트는 85m² 1억8000만원, 109m²도 2억 원이면 전세계약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12월부터 입주를 한 신천동 파크리오도 전세가 85m² 1억7000만원, 109m² 1억8000만원으로 상황이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 아파트는 85m² 3억5000만원, 109m² 4억~4억2000만원으로 전세 값이 급등했다. 당초 부동산전문가들은 오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세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이 마무리된 현재 이들 아파트 분위기는 상황이 달랐다.
미래공인 한상준 중개사는 “평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60%이상 재계약 했다. 특히 33평형 이상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재계약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는 자녀 교육 때문에 보증금을 올려주고라도 그대로 거주하려는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지역 세입자들은 다른 곳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그동안 싸게 잘살았다고 생각하고 비축자금과 은행대출 등으로 해결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인근 왕부동산 관계자도 “재계약이 많이 됐는데 이곳은 세입자들이라 하더라도 고소득 맞벌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많다. 전세가가 타 지역 매매가에 육박하는 금액임에도 아이 교육 또는 제반 환경이 좋아서 오른 비용을 감당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물론 재계약을 한 세입자 중에는 폭등한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형을 줄여 이사를 하거나 전세금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세입자도 나타났다. 때문에 평상시에도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85m²는 전세물건이 항상 부족한 상황이고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 교육 문제로 이주 꺼려
그렇다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이들 아파트에 자리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주거환경이 빼어난 새 아파트에 살다보니 기존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 잠실이라는 요지에 자리한데다 교육환경이나 편의시설 등 주변 여건들도 뒷받침한다.
엘스 아파트에 사는 40대 김 모씨는 2년 전에 분당아파트를 전세 놓고 이곳에 들어왔다. 김씨는 “초기에는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어수선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분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면서 “분당 집이 매매만 된다면 작은 평수라도 사고 싶다”고 했다. 파크리오에 사는 최 모씨는 109㎡에서 86㎡로 규모를 줄어 재계약 한 경우. 최씨는 “이웃들과도 친분을 많이 쌓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계속 거주하기로 했다”며 “단지 내 환경이 좋아서 다른 곳에 가면 아이나 나나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브 공인 김동영 중개사는 “파크리오는 80%정도 재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 폭등했음에도 재계약이 많은 것은 어차피 서울 전역에 전세금이 올라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분위기와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라고 풀이했다. 계약연장을 하면 기존 계약자들에게 유리한 점, 누구나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 추진이 지지부진해서 주변에 신규 아파트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내년 부동산 시장 어떻게 될까
내년에도 전세 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에도 상승기운이 나타날지는 예측불허다. 그나마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 반가운 것은 올 하반기 약간의 매매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엘스와 리센츠 아파트도 지난 2달 동안 매매거래가 반짝 이루어졌다. 국토해양부 자료(10월)에 따르면 엘스는 12건, 리센츠는 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한길공인 허근회 중개사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 실수요자들 위주로 거래가 있었다. 이달은 다시 주춤해졌지만 잠실지역은 제2롯데월드 등 가시화된 호재가 많으므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공인 중개사는 “전세 값이 올라 매매가격과 차이가 줄어들면서 내부세력들이 구매에 가세했고, 반짝 거래로 급매물이 모두 해소됐다”면서 “내년에도 부동산 경기는 올해와 비슷하게 갈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 앞으로도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파크리오 아파트도 최근 한두 달 사이에 활기를 띠었지만 지금은 다시 잠잠하다. 파크리오 상가 한양부동산 관계자는 “전세가 상승과 더불어 최근 2~3달 전부터 매매가가 보합 내지 상승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초고층 빌딩 공사가 가시화됐고 지역적 프리미엄,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 등으로 금리만 받쳐준다면 내년에는 집값이 회복돼 강보합세를 유지하지 않을까 예측 된다”고 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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