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하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정신질환으로 흔히 알고 있는데, 어른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산만하고 충동적, 공격적인 경향을 보인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주부는 집 안 정리를 잘 못 하고, 냉장고에 썩는 음식이 즐비하다거나, 자주 울적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멀게만 느껴지던 성인 ADHD, 혹시 나는 아닐까? 이번 기회에 점검해보자.
case 1. 박지영(가명·45) 주부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지갑이나 수첩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고, 책을 읽어도 집중을 못 하고 이해가 잘 안 됐다.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생기면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결국에는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생활하는 데 불편을 많이 겪어왔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산만하고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자주 들었다.
case 2. 두 아이의 엄마인 이소민(가명·33)씨는 살림을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정리 정돈을 힘들어했다. 술과 담배를 못 끊는 문제로 남편과 갈등했고, 둘째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도 계속 기분이 우울하고 자살 충동까지 느껴 병원을 찾았다. 초기에는 우울증으로 진단 받아 항우울제를 복용했지만, 이씨의 성장 과정과 문제 행동을 검토한 결과 성인 ADHD로 재진단이 내려졌다. ADHD 치료 뒤에는 충동적인 부분을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집 안 정리 정돈이나 아이들 챙기는 것도 상당히 호전되었다.
case 3. 회사원에 다니는 김정훈(가명·40)씨는 일할 때 집중이 잘 안 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든 케이스. 게다가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마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늘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한 군데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여러 번 옮겨 다녔고, 회의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의견을 얘기할 때 중간중간 말을 가로막아 사람들이 그를 싫어했다. 김씨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문제를 느끼고 평가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어릴 때도 부산스럽고 산만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것이 원인이 되어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약물 처방 치료 2주 후 상기 증상들이 호전되어 집중이 잘 되고, 일하는 데 재미가 있다며 만족스러워 고 있다.
산만한 아이, 성인 ADHD 되는 경우 많아
위의 사례를 보면 ADHD를 진단 받는 성인 남자들은 대체로 업무 집중력에 문제가 있거나 대인 관계로 힘들어하다 병원을 찾은 케이스가 많고, 성인 여자들 중에는 주로 결혼 후 살림과 정리 정돈을 힘들어하고 출산 후에는 건망증과 우울증을 겪는 케이스가 많았다. 이에 대해 보라매병원(서울의대) 신경정신과 최정석 교수는 “성인 ADHD는 집중을 못 하고 쉽게 지루해하며, 사소한 자극에 주의가 분산되는 증상을 보인다”면서 “약속을 잘 잊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간단한 일도 마무리하기 어렵고 잦은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대인 관계가 힘들고, 사회생활 하는 데 여러 문제들이 동반된다”고 전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된 공통점을 보면 어린 시절에도 산만하고 충동적이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뇌 질환 전문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성인 ADHD는 어려서 ADHD 증상이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증상이다. 불안, 초조, 불면, 주의력 결핍, 충동성, 강박, 우울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가정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고 전한다.
선천적으로 뇌에 문제를 타고난다는 설이 유력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까지 이어지는 ADHD의 원인은 무엇일까?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성인 ADHD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뇌영상 연구, 신경전달물질 연구, 유전학적 연구 중에서 특히 신경전달물질 연구에 나타난 ADHD의 과잉 행동은 도파민과 관련이 있고, 주의력 문제는 노르에피네프린, 충동성은 세로토닌과 주로 관련된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라고 설명하면서 “현재로는 선천적으로 뇌에 문제가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뇌의 특정 부분 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기원 원장은 “양방에서는 유전적인 원인을 강조하여 주로 약을 처방하는데, 문제는 ADHD가 마치 전염병처럼 늘고 있다는 거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 정도 환자가 늘고 있다. 유전적인 원인이 사실이라면 이렇게까지 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변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으로는 유전, 환경, 신경화학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정설은 아니다. 단 공통적인 특징은 뇌의 불균형이다. 인간의 뇌는 불균형을 유발하는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자극(게임이나 비디오, TV 등)에 노출되면 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좌우 뇌의 기능을 고루 올리면 이런 질환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ADHD는 환경에 많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ADHD는 만성적, 약물과 인지 행동 치료 꾸준히
성인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가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빠서 생긴 것이 아닌 타고난 병임을 알게 해주는 것. 그다음으로는 뇌에 작용하는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다. 대개 약물을 복용하면 2~3주 지나 효과가 나타나지만, 1주 만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DHD는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이므로 약물 치료 기간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방법이나 기술은 약물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없다.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체계적인 계획 세우기, 조직화 방법 등을 습득하면 분노와 충동 조절을 익힐 수 있다. 결혼한 환자는 가족 치료와 부부 치료가 동반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좌우 뇌의 기능적인 불균형을 진단하고 낮아진 뇌의 기능을 올리는 치료를 하는데, 이때 영양과 산소, 자극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도움말 반건호 교수(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변기원 원장(변한의원)
최정석 교수(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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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도 산만하고 충동적, 공격적인 경향을 보인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주부는 집 안 정리를 잘 못 하고, 냉장고에 썩는 음식이 즐비하다거나, 자주 울적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멀게만 느껴지던 성인 ADHD, 혹시 나는 아닐까? 이번 기회에 점검해보자.
case 1. 박지영(가명·45) 주부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지갑이나 수첩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고, 책을 읽어도 집중을 못 하고 이해가 잘 안 됐다.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생기면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결국에는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생활하는 데 불편을 많이 겪어왔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산만하고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자주 들었다.
case 2. 두 아이의 엄마인 이소민(가명·33)씨는 살림을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정리 정돈을 힘들어했다. 술과 담배를 못 끊는 문제로 남편과 갈등했고, 둘째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도 계속 기분이 우울하고 자살 충동까지 느껴 병원을 찾았다. 초기에는 우울증으로 진단 받아 항우울제를 복용했지만, 이씨의 성장 과정과 문제 행동을 검토한 결과 성인 ADHD로 재진단이 내려졌다. ADHD 치료 뒤에는 충동적인 부분을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집 안 정리 정돈이나 아이들 챙기는 것도 상당히 호전되었다.
case 3. 회사원에 다니는 김정훈(가명·40)씨는 일할 때 집중이 잘 안 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든 케이스. 게다가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마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늘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한 군데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여러 번 옮겨 다녔고, 회의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의견을 얘기할 때 중간중간 말을 가로막아 사람들이 그를 싫어했다. 김씨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문제를 느끼고 평가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어릴 때도 부산스럽고 산만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것이 원인이 되어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약물 처방 치료 2주 후 상기 증상들이 호전되어 집중이 잘 되고, 일하는 데 재미가 있다며 만족스러워 고 있다.
산만한 아이, 성인 ADHD 되는 경우 많아
위의 사례를 보면 ADHD를 진단 받는 성인 남자들은 대체로 업무 집중력에 문제가 있거나 대인 관계로 힘들어하다 병원을 찾은 케이스가 많고, 성인 여자들 중에는 주로 결혼 후 살림과 정리 정돈을 힘들어하고 출산 후에는 건망증과 우울증을 겪는 케이스가 많았다. 이에 대해 보라매병원(서울의대) 신경정신과 최정석 교수는 “성인 ADHD는 집중을 못 하고 쉽게 지루해하며, 사소한 자극에 주의가 분산되는 증상을 보인다”면서 “약속을 잘 잊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간단한 일도 마무리하기 어렵고 잦은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대인 관계가 힘들고, 사회생활 하는 데 여러 문제들이 동반된다”고 전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된 공통점을 보면 어린 시절에도 산만하고 충동적이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뇌 질환 전문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성인 ADHD는 어려서 ADHD 증상이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증상이다. 불안, 초조, 불면, 주의력 결핍, 충동성, 강박, 우울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가정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고 전한다.
선천적으로 뇌에 문제를 타고난다는 설이 유력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까지 이어지는 ADHD의 원인은 무엇일까?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성인 ADHD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뇌영상 연구, 신경전달물질 연구, 유전학적 연구 중에서 특히 신경전달물질 연구에 나타난 ADHD의 과잉 행동은 도파민과 관련이 있고, 주의력 문제는 노르에피네프린, 충동성은 세로토닌과 주로 관련된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라고 설명하면서 “현재로는 선천적으로 뇌에 문제가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뇌의 특정 부분 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기원 원장은 “양방에서는 유전적인 원인을 강조하여 주로 약을 처방하는데, 문제는 ADHD가 마치 전염병처럼 늘고 있다는 거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 정도 환자가 늘고 있다. 유전적인 원인이 사실이라면 이렇게까지 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변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으로는 유전, 환경, 신경화학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정설은 아니다. 단 공통적인 특징은 뇌의 불균형이다. 인간의 뇌는 불균형을 유발하는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자극(게임이나 비디오, TV 등)에 노출되면 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좌우 뇌의 기능을 고루 올리면 이런 질환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ADHD는 환경에 많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ADHD는 만성적, 약물과 인지 행동 치료 꾸준히
성인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가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빠서 생긴 것이 아닌 타고난 병임을 알게 해주는 것. 그다음으로는 뇌에 작용하는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다. 대개 약물을 복용하면 2~3주 지나 효과가 나타나지만, 1주 만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DHD는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이므로 약물 치료 기간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방법이나 기술은 약물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없다.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체계적인 계획 세우기, 조직화 방법 등을 습득하면 분노와 충동 조절을 익힐 수 있다. 결혼한 환자는 가족 치료와 부부 치료가 동반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좌우 뇌의 기능적인 불균형을 진단하고 낮아진 뇌의 기능을 올리는 치료를 하는데, 이때 영양과 산소, 자극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도움말 반건호 교수(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변기원 원장(변한의원)
최정석 교수(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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