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은 흩어져 있는 지역자원 잇는 길”
산림청, 산림문화숲길 1840㎞ 조성 … ‘걷기 문화’ 선도, 중앙정부·지자체·NGO·지역주민 협력체계 새 모델 제시
지역내일
2010-11-29
“숲길 조성은 지역에 산재해 있는 자원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허경태 산림청 산림이용국장은 숲길 조성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경관과 산림자원 등을 포함하는 환경생태자원, 농촌의 전통 경관과 옛 생활풍습 등 문화자원, 오랜 시간 지역의 면면을 담고 있는 역사자원 등이 숲길을 통해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적극적으로 산림문화숲길 조성에 나선 이유다.
산림청은 지리산숲길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전국에 1800㎞가 넘는 숲길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대전에서도 숲길 조성이 한창이다. 이미 여러 차례 시민들의 요구가 확인된 만큼 대전시도 숲길 조성에 적극적이다.
이미 계족산 숲길 42.25㎞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올해 초 조성된 대청호반길 14개 코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이은 대전둘레산길은 ‘걷는 숲길’의 원조 역할을 했다. 또 도심 속 숲길인 대덕특구 올레길과 보문산 순환임도도 조성이 한창이다.
민·관이 함께 만든 지리산숲길
등산문화가 정상 등정의 수직적 문화에서 함께 걷는 수평적 문화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등산인구의 45.1%가 트레킹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선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수, 기업인, 사회단체,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2.7%로 선호도가 더 높게 나왔다.
또 앞으로 10년 내 우선해야 할 산림정책으로 ‘숲길 조성·관리’가 단연 1위(32.1%)를 차지했다. 최근 산림청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처럼 빠르게 바뀌고 있는 산행문화에 발맞춰 우리나라 산림행정도 ‘걷는 길’ 조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어쩌면 이런 흐름을 먼저 만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리산숲길이 새 길을 열었다.
2008년 중순 첫 길이 열린 후 지난해까지 지리산숲길을 찾은 사람은 4만명이 넘는다. 지리산숲길 안내센터를 찾은 인원만 통계로 잡은 수치다. 실제 방문객은 이보다 훨씬 많다. 아깝게 제주도 올레길에 밀리긴 했지만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10 한국관광의 별’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등산문화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하는 근거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늘어난 것도 지리산숲길의 특징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 민박을 하며 체류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사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을마다 민박시설이나 농산물 판매시설, 음식점 등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역마다 열리는 재래시장도 지리산숲길이 열리고 난 후 활성화되고 있다. 기꺼이 길을 내준 지역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수입원이 생긴 샘이다.
관 주도의 사업 추진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큰 변화다. 지리산숲길은 실상사 농촌학교의 도법스님이 제안해 만든 길이다. 산림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해당 지자체들도 기꺼이 사업에 동참했다. 숲길 설계·시공·관리는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숲길에서 일괄 시행했다. 안내센터 운영도 숲길이 맡고 있다. 길의 특성상 마을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협조도 필수 조건이었다. 그 덕에 지리산숲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NGO, 지역 주민이 합심해 만든 상생협력의 모델이 됐다.
2012년까지 1000㎞ 숲길 조성
걷는 길은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오랜 요구였다.
그 길은 전문산악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 모두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 산과 들, 계곡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다.
또한 건강과 명상을 위해 천천히 걷는 길이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와 자연생태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체험의 길이다.
지리산숲길의 성과에 고무된 산림청이 본격적인 산림문화숲길 조성사업에 나서고 있다. 2016년까지 새로운 걷기 문화를 만들 전국을 잇는 1840㎞의 숲길을 조성하기로 한 것. 그 중 2012년까지 1000㎞ 숲길 조성 계획이 이미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돼 있다.
이미 지난해까지 지리산숲길 71㎞와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21㎞를 비롯해 146㎞가 조성됐다. 울릉도 숲길 72㎞ 중 24㎞도 이미 조성을 마쳤다. 올해도 지리산숲길과 금강소나무숲길, 울릉도둘레길이 추가로 조성되고 있고, 새로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둘레길(25㎞)과 충남 내포문화숲길(6㎞), 제주도 한라산둘레길(9㎞) 조성도 한창이다.
숲길 조성의 제1 원칙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게 아니라 옛길을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다. 허경태 국장은 “모든 옛 길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해당 지역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고 편안한 길”이라며 “바뀌고 있는 등산문화를 가장 잘 반영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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