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공통분모로 ‘우리’가 된 그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하나의 정지된 동작, 풍경만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수없이 많은 기억들이 담겨있다. 잊혀진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내게 하는 마력, 그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 사진. 영화관 뿐 아니라 TV도 3D로 즐기는 시대, 날로 진화하는 입체영상문화 속에서도 사진동호인들이 늘고 있는 까닭은 정지된 평면 속에 담긴 사진의 매력이 그만큼 매혹적이기 때문 일터. ‘...이랑’ 지축사진동호회’(이하 지축사진회, 회장 지성영)도 피사체와 렌즈 사이의 짜릿한 交感, 그 공통의 관심사로 만난 사람들.
지축사진회란 이름은 10여 년 전 이들이 처음 사진동호회를 만들 당시 10여 명의 지축차량기지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 지성영 회장은 “처음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온오프라인회원 170여 명이 넘는데 오히려 우리는 객일 정도로 직업과 나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랑’이란 이름은 그렇게 “누구누구랑~다 같이 함께 하는”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이들은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수시로 번개팅을 하면서 고참회원들은 보다 더 작품성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신입회원들의 사진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맨투맨으로 지도하는 등 회원 서로간의 실력을 키워나가는 데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지 회장은 “아무래도 직장이 같은 초창기 멤버들을 포함해 20여 명의 회원들은 사는 곳도 대부분 고양시라 늘 같이 활동하게 되지만, 그 이외 지역에서는 또 지역이 가까운 이들끼리 모임을 갖는 식으로 지축사진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지축차량기지 직원들 20여 명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직장과 사는 곳이 같아 함께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일 뿐 그들이 지축사진회의 전부이거나 대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이들 지축사진회가 커지게 된 동기는 아무래도 온라인카페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회원들, 온라인 카페를 통해 회원들의 사진을 공개하다 보니 “꽤 작품성 있는 사진들을 찍는 괜찮은 사진동호회”란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보통 처음엔 활발하다가 나중에 흐지부지되는 동호회에 비해 10여 년째 골수 멤버들이 꾸준히 활동하다보니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보이고 마니아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회원들은 사진학과 교수 등 사진전문가도 있고 공무원, 기타학원 강사 등 전혀 사진과는 무관한 이들이 대부분, 지역도 전라도 경상도 전국구에 퍼져 있을 뿐 아니라 중국에도 회원이 있을 정도여서 중국에 출사여행을 계획하고 있단다. 이들은 직장동료로 만났지만 ‘사진’을 함께 즐기는 동안 더 진한 유대감을 느끼는 ‘우리’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오순절평화의마을에서 느낀 안타까움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
사진에 관심은 많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형석 씨. 아내가 북아트를 시작하면서 도움을 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지축사진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게 됐다는데 선배 회원들이 1:1 멘토링으로 열성적으로 지도해주는 덕분에 사진실력이 일취월장했단다. 박광현 씨 또한 관심만 있던 차에 디카를 구입해 출사를 한번 동행했다 사진에 푹 빠져 버렸다고. “설명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으니까 다르긴 달랐다”는 그는 이후엔 경치가 좋은 곳을 보면 사진을 잘 찍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됐고 그렇게 한두 번 배우고 익히다보니 이전에 찍은 사진과는 또 다른 깊이에 푹 빠져버렸다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정적인 취미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는 최규현 씨는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주는 감동을 알게 되니까 정적인 것에도 관심이 가더라”고 웃는다. 김철웅 씨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축사진회를 통해 사진작업이 점점 예술이 되어 간단다.
지성용 회장은 “한 달 전의 일, 또 그 이전의 과거의 일을 기억하라면 얼마만큼 기억해 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 그 장소, 추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소중한 기억, 순간들을 더 잘 담아내기 위해 사진? 할수록 어려운 작업이지만 도전해볼 만한 매력 있는 작업”이라고 사진예찬론을 펼친다.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 사진동호회가 많지만 특별히 이들 지축사진회를 만나고 싶었던 까닭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사진실력을 비단 취미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아프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해주는 아름다운 선행 때문이다. 직업의 특성상 쉬는 날이 일정치 않은 이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고양시의 크고 작은 행사사진을 찍는 봉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사진 한 장 남기기 힘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우연히 오순절평화의마을에 갔다가 건물내부 계단에 걸린 사진들이 군데군데 비어있는 것을 보게 됐다”는 지 회장은 “사진이 비어있는 까닭이 시설에서 지내다 세상을 떠난 원생들의 영정사진으로 쓰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회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한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정말 가엾은 어르신들, 시설의 원아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액자에 넣어 보내주는 봉사. 지금은 고양시 행사사진, 어르신 장수사진, 시설원생들의 사진 등 지원요청이 점점 많아져 인화지며 액자 등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살짝 걱정이지만, 힘닿는데 까지 봉사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사진 한 장 찍어주는 일일 뿐” 봉사활동을 과대포장하지 말기를 신신당부하는 회원들, 하지만 사진을 건네받은 이들은 안다. 그들이 받은 것이 사진 한 장뿐 만이 아니라는 것을....지축사진회는 사진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대환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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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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