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돈키호테''를 관람하였습니다. 명동은 예나 지금이나 활기로 넘쳐났습니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떢볶이와 순대를 별식으로 맛보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인물 돈키호테는 광인이지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동하며 좌충우돌하는 인물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한참 철지난 중세 기사도 이야기에 빠져 지내는 인물이지요. 비현실적인 몽상가이자, 물불 안 가리는 행동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상의 기이한 우연이라고 할까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에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요, 셰익스피어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햄릿이 깊은 사고와 번민 속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간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면 돈키호테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생각하는 햄릿, 행동하는 돈키호테''로 크게 대별되는 인간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연극을 관람하면서 오래 전에 읽은 소설 속의 돈키호테를 다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학창 시절 별명이 ''돈키호테'' 혹은 줄여서 ''동키''였던 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애착이 가는 주인공이었지요. 사실,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하면 흔히 엉뚱하고 허황된 인물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현실 감각이 떨어질 뿐이지, 순수하고 정의로우며 지적인 사람이지요. 소설 전반부에서 풍자의 대상이던 돈키호테는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일관성과 우직함으로 일종의 경건함과 함께 존경심과 위엄을 획득하게 됩니다. 소설 돈키호테가 손꼽히는 세계 명작 중의 하나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 아닐까요. 남들이 볼 때는 돈키호테가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겠지만, 돈키호테가 볼 때는 세상이 정신 나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돈키호테는 이렇게 독백을 하면서 연극을 마칩니다. "꿈과 낭만과 사랑과 정의를 위해서 우리는 영원히 방랑과 모험의 길을 떠날 것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위해, 사랑을 위해, 열정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위해 먼 길을 떠나자!"
새해를 이제 막 시작하면서, 올 한 해의 포부와 꿈과 이상을 되새겨보고, 이를 위한 열정과 도전 의식에 불을 지피시기 바랍니다. 현실의 장벽이 나를 가로막거나 힘겹게 억누를 때면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외쳐보세요.
"꿈과 낭만을 잃은 그대, 내 창을 받아라"
늘푸른한의원 김윤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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