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은행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이 돈을 빌려주었는데 송금할 때에는 제3자의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보내주었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처에게도 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까?
이름을 빌려준 책임이 있으니 돈을 입금 받은 사람도 돈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빌려준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차명계좌는 돈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바로 책임을 지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리면서 아들이나 처를 시켜 돈을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들이나 처는 아버지나 남편의 심부름을 하고 돈을 대신 받아서 아버지나 남편에게 전달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런 아들이나 처에게 돈을 갚거나 사기죄의 책임을 지라고 하려면 이들도 같이 연대보증을 하거나 사기죄의 공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꾸로 은행에 예금을 한 경우에는 누가 예금을 찾을 권리가 있을까? 어떤 사람이 은행 지점장의 권유로 어머니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었다. 다만 거래인감은 자신의 도장을 사용하였다. 은행지점장은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고액의 예금을 유치하기 위하여 차명으로 예금을 하도록 하고 통장도 딸에게 주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어머니의 채권자가 어머니 이름으로 된 예금을 압류하였다. 은행에서는 누구에게 예금을 내 주어야 하는지가 재판에서 문제되었다.
금융실명제법은 원칙적으로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무조건 명의인을 예금주로 보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무단으로 이름을 도용한 경우에는 당연히 명의인을 예금주로 보아 예금을 인출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위 사례와 같이 은행에서도 이름을 빌려 예금한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사건에서 고등법원은 은행에서 차명 계좌를 개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예금주는 명의인인 어머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은행에서 명시적으로 명의자가 아닌 실제 돈을 예금한 사람을 예금주로 하는 금융거래계약이 성립된다고 판단하였다.
비실명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실명전환절차 없이 예금을 인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고객이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금융실명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고, 명의인이 아닌 자에게 실명을 확인하지 않고 예금을 인출해준다면 위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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