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냉이, 나물에 굴전까지!

막걸리 한 잔 생각나는 문화 사랑방 월가

지역내일 2011-01-03
세련되지 않은 어눌한 색깔의 연둣빛 간판이 돋보인다. ‘월가.’ 지나는 사람들이 간판을 보고 얼굴을 갸웃거린다. 미국의 증권가. 월가? 월스트리트? 성질 급한 사람들은 호기심을 찾지 못하고 끝내 주인에게 묻는다. 주인인 김지향 씨는 “고향이 진도 월가리인데 고향이름을 따 달도 둥실, 장사 잘되어  마음도 둥실 뜨라고 월가라고 했다”며 웃는다.
몇 개 안되는 탁자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장보는 일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지향 씨의 몫이다. 혼자서 서빙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자주 들락거려 얼굴을 익혀 단골이 된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가져다 먹기도 한다.
벽마다 그림들이 걸려 있다. 수묵으로 그려진 갈치도 걸려있고, 운주사의 부처도, 판화와 나무를 깎아 만든 모빌도 정겹게 걸려있다. 이 지역의 문화계 소식을 듣고 싶으면 식탁에 앉아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며 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 시간이 깊어 가면 갈수록 익숙한 얼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찬들이 모두 수북하게 신선하다. 아침에 장을 봐서 만든 정성이 성성하게 보인다. 달래, 냉이, 오이소박이 등은 직접 담은 묵은김치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맛을 낸다. 지난 밤, 남은 숙취를 시원한 소금과 마늘로만 끓여낸 콩나물국이 그대로 속을 달래준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로 만든 굴전과 황실이 구이이다. 작아서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황실이는 진도에서 직접 잡아 손질 후 꾸득하게 말려 온 것들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황실이 구이가 아니어서 더 특별하다. 톡톡하고 바삭하게 구워져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도톰하게 싱싱한 맛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굴전은 마니아들이 많다. 일단 굴전 한 접시 시키고 다른 것들을 주문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싱싱한 굴이 싱싱한 맛으로 입맛을 당기기 때문이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월가에서의 밥상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게 한다. 다시 돌아가서도 ‘그 집의 맛’을 잊을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꼭! 오고 싶다고 말한다. 전라도의 푸짐하고 넉넉한 손맛이 바로 월가, 지향 씨의 맛이다.
밥 꾼, 술꾼들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규칙도 있다. 주사가 심한 사람은 월가에 ‘입장’도 못하는 아픔도 있어 나름 원망을 듣기도 한다 .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메뉴 삼합 중2만원, 대3만원. 묵은지수육 1만5000원. 생선조림1만5000원. 황실이구이 1만원. 애호박찌게. 두부김치
위치 동구 장동 39-23. 전남여고 후문에서 대인시장 가는 길
문의 062-227-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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