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은보다 더 귀한 어화둥둥 내 사랑, 금자둥이 납시오!

지역내일 2010-12-27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캉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이 희한하고 우스꽝스러운 주문이 사람 이름이라면? 물론 실제 사람의 이름은 아니지만 예전 인기 있는 코미디프로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구봉서 씨가 귀한 4대 독자를 낳고 작명가를 찾아가 받아온 이름이다.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왔지만 결국은 이름이 길어서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웃음의 핵심이었다. 코미디지만 그저 웃기기만 했던 것이 아님은 그 속에 자식 귀하게 여긴 부모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페이소스를 느꼈기 때문 아닐까.
 이처럼 금이야, 옥이야 자식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터. 요즘은 특히나 한자녀 가정이 많다보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부모’ 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아무리 출산 기피 현상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아이를 가지게 되면 180도 양상이 달라지는 21세기 신세대 김수한무 부모들. 자녀가 뱃속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시작되는 ‘금자둥이’ 자녀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 출산을 앞둔 부모들의 新 트랜드, 그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입덧 때문에 시댁에는 안 가도 산모교실은 참가해요
 임신 3개월이라 한창 입덧으로 고생하는 예비 산모 김재숙(37) 씨. “결혼하고 4년 만에 아이가 들어섰어요. 기쁜 마음도 잠시, 하루 내내 울렁거리는 입덧으로 지금도 고생 중이에요. 지난주에는 시댁에 제사가 있었지만 왕복 4시간 걸리는 거리 때문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특별대우’를 받았지요. 그래도 얼마 전 일산 씨너스에서 열린 산모교실엔 참가했답니다.”
 “사실 경품 받는 재미로 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의 들으면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좋아요. 또 같은 또래, 같은 처지의 산모 친구들을 만나 정보교류도 하고요. 강의 끝나고 2부에는 거의 태교 음악회 시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태교도 할 수 있거든요.” 12월 7일 파주에서 열린 산모교실에 참가했다는 임신 7개월의 예비산모 유지영(29) 씨의 말이다.
 이처럼 요즘 산모들은 육아용품 회사나 분유회사에서 개최하는 임산부 교실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음악태교를 겸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쟁률도 제법 치열해 당첨권 뒷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실정. 본인이 산모교실 당일 일이 생겨 갈 수 없게 되면 무상으로 양도하기도 하지만 손수건이나 물티슈 등을 주고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단다.
 이렇게 임신 기간 동안 수차례 산모교실을 다니며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받게 되는 만삭사진 무료 촬영권. 거의 34주가 넘어서면 임산부들은 거주지와 가까운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만삭사진을 찍는다. 내 배가 이만큼 불렀고 이 안에 소중한 아기가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인 셈. 그런 만큼 만삭사진을 찍을 때의 포즈는 한껏 남산만한 배를 드러내놓고 찍는다. 
 스튜디오 관계자들도 36주쯤 되었을 때 배가 가장 볼록해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며 귀띔한다. 미혼때믄 배가 홀쭉해야 축복받은 배였겠지만 만삭사진 찍을 때는 배가 볼록하고 커야 예쁜 배로 인정을 받는다. 이렇게 만삭사진 코스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 탄생 후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남들 하는 건 다해주고픈 부모마음
 산후조리원에서 챙겨준 우리 아이의 소중한 탯줄은 이미 탯줄도장을 만드는 업체와 계약이 되어있어 거기로 보내진다. 그리고 아이가 50일 경이 되면 엄마들은 몸도 마음도 분주해지는데 바로 50일 사진과 손발조형물을 떠야할 시간이기 때문. 50일 사진촬영은 만삭사진을 찍은 스튜디오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50일 촬영뿐 아니라 그날 아이의 혀에서 DNA를 추출하여 미아방지용 DNA탄생카드까지 만들어주는 부모도 생겼다.
 동갑내기 부부 박문수, 이미영(34) 씨는 “나중에 혹시라도 모를 위험한 일을 대비해 아이의 DNA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제대혈도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경기사정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보험 드는 마음으로, 또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위해 한 결정이므로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문수, 이미영 부부처럼 백만원 가량이 드는 제대혈 보관을 하는 부모도 적지 않지만 서울 시립 보라매 병원에서 몇 년 전부터 시행 중인 제대혈 공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부모도 있다. 임신 5개월인 한보람(30) 씨는 “어차피 태어날 때 버려지는 제대혈을 아픈 아이를 위해 기증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아이가 복을 받을 거라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기증서도 받을 수 있으니 나중에 아이가 커서 결혼할 때 함에 넣어줄 거예요”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아이의 배냇머리로 만드는 배냇붓, 미아방지용 목걸이와 팔찌, 50일 경 아이의 손과 발에 석고로 본을 떠 만드는 손발 조형물, 탄생부터 돌까지 진행되는 성장앨범 등을 주로 준비한다고. 조형물을 하며 남아의 경우 1만원 추가하면 같이 제작되는 고추 조형물은 이젠 애교 수준. 
탯줄도장부터 손발조형물까지 안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다들 못해서 안달인 이유가 뭘까? “먹고살기 힘들다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남들이 다하는 걸 우리만 안 해줄 수도 없는 게 부모마음”이라고 예비부모들은 말한다. 그러나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치중하다보면 소중한 무언가를 잊고 살게 되는 경우도 분명 있을 터. 트렌드는 트렌드 일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사랑이 아기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박정은 리포터
mintlady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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