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일상 속 작은 여유, 유쾌한 그녀들의 포켓볼 도전기
올해 9월부터 시작해 8회째를 맞고 있는 교하맘들의 포켓볼 모임.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이면 교하 중심상가 극동프라자 3층 스타당구장이 떠들썩하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은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여자’로 태어나는 날. 그녀들이 들떠있는 이유다.
말리지 마요, 내 사랑 포켓볼
“포켓볼 입문이요? 입문이라고 하니까 괜히 거창해지네요(웃음). 2002년에 ‘블랙홀’이라는 포켓볼 동호회에서 2개월 정도 활동했었어요. 그러다 지금 신랑이 된 남자에게 발목 잡혀나가질 못했지요. 왜냐고요? 거기에 남자회원들이 너무 많았거든요(웃음).”
그렇게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 좀 키워놓고 보니 슬슬 포켓볼이 하고 싶어진 우정하(33) 팀장. “남편에게 다시 ‘블랙홀’에 나가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가정을 버리는 거냐며, 교하에도 포켓볼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분명 있을 테니 아예 모임을 만들어보라고 적극 후원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올해 9월부터 시작하게 된 거예요.” 8년 전 취미활동을 못하게 막은 데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남편은 적극 지지를 해주었고, 모임이 있는 날이면 다행히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하여 마음 편하게 포켓볼을 즐긴다고.
지금은 고정멤버가 8명이 되어 모이면 보통 팀을 나눠 게임을 즐긴다. 그런데 얼마 전 박경화(32) 회원이 손수 만든 주방타월을 미리 크리스마스 경품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다들 경품에 눈이 멀어 혹시나 단체전을 하다가 다른 회원 때문에 지게 될까봐 서로들 개인전을 하자고 성화였던 에피소드를 전한다. 왁자지껄 웃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여고생의 모습이 묻어난다. 몇 년 만에 큐를 잡아본다는 김지숙(33) 씨. 가끔이지만 포켓(구멍)으로 공이 들어갈 때의 쾌감을 무엇에 비할까. “못하는 실력이지만 언니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힘이 나요. 자세만 조금 교정하면 더 잘할 거라고 격려도 해주는데 암튼 지금은 공 하나하나 들어갈 때 느끼는 기분이 정말 짜릿해요.” 포켓볼을 즐기며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되고 몸과 마음이 서서히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교하맘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일까. 박선화(32) 씨는 처음 모임에 나오던 날 접촉사고를 겪었다. 그래도 이왕 당구장에 거의 다 왔으니 멤버들 얼굴이나 보고 병원에 가려고 당구장 먼저 들렀다고. 그런데 또 그냥 병원에 가기가 섭섭해서 한번 큐를 잡아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공이 잘 들어갔던 것. 옆에서 칭찬도 해주고 또 너무 재미가 있어서 결국은 포켓볼 다 치고 입원 수속하러 갔는데, 문제는 후유증으로 한동안 팔다리가 아파 엄청 고생했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회원들 모두가 포켓볼에 대한 애정이 보통이 넘는다.
아줌마 대 아저씨, 성대결 펼치다
당구장이 상가 건물이다 보니 가끔은 상가에 입점한 사장들도 당구를 즐기러 올 때가 있다. 그러면 간혹 내기 당구를 할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성대결이다 보니 남자사장들에게 핸디캡을 주고 시작한다고. 그러나 처음엔 만만하게 생각하던 사장들도 하다보면 놀라는데 그 이유는 바로 교하맘의 비밀병기 때문. 현재 둘째를 임신하고 있는 손영미(33) 씨는 (인터뷰 당일엔 태국여행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고수. 그이 덕분에 밥도 공짜로 얻어먹고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먹고 심지어는 술까지 대접받은 일도 있다고 회상한다. 임신 4개월 차라 참석은 하지만 예전 같은 실력을 뽐내기는 어렵기에 팀원들은 하루빨리 그녀가 출산하기를 바란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초기 멤버인 임선경(36) 씨는 “나도 서윤엄마(손영미 씨)처럼 실력을 쌓고 싶다고. 우리 저녁 번개도 하자”며 우정하 팀장을 채근하기도 한다고. 제 2의 비밀병기를 꿈꾸는 그녀다.
이날 처음 참석한 신입회원 이문선(35) 씨, 박미례(32) 씨, 김미경(32) 씨는 “처음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포켓볼을 좋아하다는 공통분모로 인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강퇴만 시키지 않는다면 계속 모임에 나오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포켓테이블 한 대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워
회원들 대부분이 아기 한둘 있는 주부다보니 담배 냄새 찌든 당구장은 아무래도 꺼려질 터. 다행히 오전에 한가할 때 당구장을 통째로 빌리다시피 사용한다. 스타당구장 양윤례(52) 사장은 “같은 여자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루만큼은 교하엄마들이 스트레스 풀기 바라는 마음으로 정액제로 운영하지요. 이젠 아예 정기모임 있는 날이면 정하 씨에게 키를 넘겨줘요. 알아서 당구장 문까지 오픈해주니 저로선 편하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포켓볼 치고 점심도 시켜먹고 마음껏 즐기며 정액제로 저렴하게 이용하게 되어 가계 부담을 덜게 되었다며 팀원들도 반색한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포켓테이블이 한 대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파주 전 지역에도 거의 대부분 포켓테이블이 한 대뿐이어서 회원이 더 많아지면 게임을 즐기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회원을 더 받지 못하고 있기에 우정하 팀장은 본인 사비를 털어서라도 포켓테이블을 마련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유쾌한 그녀들의 앞날에 포켓테이블 개수 걱정 없이 취미에만 몰두하는 그날이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박정은 리포터 mintlady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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