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더 빛나는 송파소리길, 걷기전도사

내만사- 도보여행작가 김효선

지역내일 2010-12-26 (수정 2010-12-26 오전 11:38:16)

  어딜 가나 걷기 열풍이다. 올레길, 둘레길, 한강길 등 이름과 코스도 다양하다. 이 길 위에서 도시인들은 걷기 미학에 푹 빠졌다. 걷는 도중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은 덤이다.
  송파구에는 가족, 연인들과 함께 밤에 걸으면 더욱 행복해지는 송파소리길이 있다. 이 길을 인도하는 이는 바로 도보여행작가 김효선 씨(55·신천동)다. 그는 7년 전부터 국내외 걷기 여행을 다녔고 ‘산타이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라는 책을 내면서 도보여행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아줌마, 걷기 전도사가 된 사연
  “스페인의 북서부에 자리한 산티아고는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순례 성지죠. 걷는 것을 좋아해서 늘 막힘없이 걷는 길을 꿈꾸다 산티아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브라질의 평범한 아줌마가 산티아고에 다녀와서 책을 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책을 읽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 즉시 산티아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지역에 관한 역사 공부부터 시작해 여행루트를 짜고 실행하는데 8개월여가 흘렀다. 완벽한 준비 끝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 동참한 그는 물집 잡힌 발의 고통을 참아 가며 하루 평균 8시간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만났다. 김 작가는 “젊은 배낭여행자 부터 나이 일흔의 환자까지 고행 길에 함께 한 이들이 참 많았다. 배낭 절반을 인슐린 주사로 채워 다니는 이, 76세 된 프랑스 할머니 등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길동무들이 인상적 이었다”고 회상했다.
  산티아고에 다녀온 후 그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비움의 미학을 알 수 있었던 것.
  도보여행에서 얻은 감흥과 생각을 열심히 메모했던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걷기 여행의 매력과 정보를 알리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 2007년 첫 책에 이어 지난해에는 ‘산티아고 가는 다른 길, 비아 델라 플라타’를 내놨다. 그 후 수백 통의 메일이 왔고 인터넷 카페까지 생겼다. 그의 책을 보고 용기를 얻어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 다녀온 주부와 나이 지긋한 은퇴자들도 많다.
  올해는 산티아고 가는 길 3부작의 완결판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포루투갈을 만나다’와 지난달에는 일본 시코쿠 88사찰 도보여행 순례기를 출간했다.


너무 아름다운 송파소리길 
  송파구 토박이인 김 작가는 도심에서 걸을 수 있는 길을 구상하던 중, 송파옛길을 연결해 걷기 코스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 떠날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집 가까이에서 쉽게 걸을 수 있는 걷기 코스를 제안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송파소리길은 제가 가장 많이 걸었을 거예요. 구에서 하는 행사 외에도 친구들을 끌고 자주 가는 곳이에요. 잠실선착장에서 양화대교까지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잠실에서 테헤란로, 서래마을, 용산, 남대문을 거쳐 광화문까지 하루 종일 걸어보기도 합니다. 서울의 길도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좋거든요.”
  송파소리길 컨셉트인 ‘도시의 낭만 야경꾼’도 김 작가가 잡은 것이다. 도시의 분주한 낮이 마무리 되고 조명이 켜진 성내천을 따라 걸으면 누구나 차분해지고 생각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그는 “신문에 보도되고 알려지면서 일산, 정읍, 울진에서 까지 일부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27.19km 완주코스를 즐기면서 천천히 걷는데 고정 멤버까지 생겼다”고 자랑했다.
  송파소리길에서 만난 에피소드도 많다. 그 중에서 70대 마천동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성내천에서 무리지어 가는 사람들을 눈여겨 본 70대 할머니가 물어물어 다음 달 걷기행사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앞 사람만 정신없이 쫓아가다가 2등으로 잠실선착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빨리 걸은 나머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됐지요. 어쩔 수 없이 종착점을 코앞에 두고 기권했고 완주를 못시켜줘서 마음이 아팠어요.”


길 위에서 소통해보세요
  책을 낸 뒤 그는 강의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걷기에서 느낀 행복감을 전파하기 위해 주로 은퇴자를 대상으로 ‘휴먼테크’ 강의를 한다.
  “우리 사회는 은퇴자들에게 재테크?재취업만 강조하죠. 하지만 과연 재테크?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그것보다 나를 찾으면서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휴먼테크가 필요하다고 봐요. 마음, 정신적으로 건강해 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걷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걷다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김 작가는 내년에 청소년들을 위한 ‘관동별곡 800리길’을 프로그램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이 불면서 둘레길, 올레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받는 피해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걷는 문화가 갑자기 일다보니 오히려 자연을 손상시키고 피해를 주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배려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걷기 여행에 참여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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