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공부, 오늘은 우리가 선생님이죠.”
‘나눔’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제 몫을 제대로 챙길 줄 아는, 일종의 ‘약삭빠름’이 조금은 있어야 세상 살아가기가 쉬운 요즘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 조금은 특별한 방법으로 ‘나눔’ 활동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더군다나 중, 고생도 아닌 초등학생들이란다. 바로 백마초등학교 영재학급 봉사단. 이 친구들의 어느 오후를 함께 했다.
“형아가 매일 오면 좋겠어요.~”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 바깥 공기와는 다르게 맑은샘 지역아동센터(성석동) 안은 아이들의 열띤 공부 열기로 후끈 거렸다. 그런데 오늘의 수업. 조금은 별나다. 아동센터의 아이들은 제자가 되고, 백마초 학생들은 선생님이 되었다.
“이건 알지네이트라고 하는 약품인데, 이것을 저어서 끈적끈적해지면 손가락을 꾹 눌러봐~. 이걸 이용해 너의 손가락 화석을 만들 수 있어. 화석 알지?”
“알아요. 형~ 책에서 공룡 화석 본적 있는데. 뼈다귀 같은 거요.~”
어른들처럼 전문적이진 않지만, 이 아이들 제법 진지하고 야무지게 설명을 잘한다. 리포터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정도니 말이다.
백마초 영재학급의 친구들은 정기적으로 과학, 수학 수업 봉사를 올해 초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유독 과학과 수학 과목에 호기심이 많고, 재능까지 갖춘 친구들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실험하고, 관찰해보는 수업 봉사는 이 아이들에게 제격인 봉사 방식이다. 소위 말하는 ‘재능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조은경 담당교사는 “평소 ‘리더’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커서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어렸을 적부터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 한 방법으로 수업봉사를 생각하게 됐답니다.” 라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번으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좋아하고 도와줘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형아가 매일 와서 이렇게 같이 수업해주면 좋겠어요.~”라는 아동센터 아이의 바람이 말해주듯, 실험이나 체험과 같은 수업 여건이 사실상 부족한 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백마초의 꼬마 선생님들은 마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
봉사 수업 주제 기획부터 실험준비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
이날 수업은 20여명이 되는 학생들이 여섯 모둠으로 나뉘어 조별 실험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한 코너에선 압력기 안에 초코파이를 넣어 펌프질을 하면 진공상태가 되면서 초코파이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관찰하는데, 이를 보고 압력과 부피에 관계에 대해 설명해준다. “실험이 끝났으니까 초코파이는 먹어도 돼.” 어색했던 센터 아이들과도 수업을 하다보니 어느덧 화기애애한 웃음이 오고간다.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손가락 화석을 만들어 보는 등 어려운 과학 이론을 재밌는 실험으로 함께 설명해준다.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기에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것이 백마초 친구들의 생각이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귀찮기도 했지만,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돼요. 지금은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라고 백마초 이서형 학생은 전했다. 장재용 학생은 “제가 좋아하는 과학 실험을 같이 해보는 거라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어요.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도 고맙게 느껴졌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업 활동 내용은 미리 실험으로 확인하고, 부족한 것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한 후에 결정한다. 실수 없이 더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주려면 이 정도의 준비는 필수적이라고.
지금은 6학년.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졸업을 하고 중학생이 될 친구들이다. 각자 다른 중학교로 배정되면 헤어질 친구들이지만, 봉사단 활동만큼은 꾸준히 이어나가자는 약속을 미리 해뒀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인내심과 끈기, 배려심이 많이 늘더라고요. 또 배우고자 하려는 욕구와 더불어 배움의 의미를 조금씩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보람도 느끼지요. 학생들, 부모님들 모두 내년에도 꾸준히 수업봉사를 진행하자고 동의했답니다.” 학부모 김은숙씨(송정호 학생 어머니)의 말이다.
조은경 교사는 “영재학급 봉사활동이 권장사항이긴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아요. 백마초의 이 같은 활동이 어쩌면 교육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랬으면 좋겠고요.”라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봉사는 또 하나의 배움이라는 이 친구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또 어떤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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