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똑 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는 연말연시가 되면 마무리와 시작이라는 의미에 충실해진다. 그래서 한 해를 시작하기 전에 미루어놓았던 자잘한 일들을 연말에 몰아서 해결하느라 몸이 고달프다. 옆탱이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비데도 고쳐야겠고, 부엌 조명의 안전기도 새로 교체해 이 침침한 그늘도 벗어나야겠고, 날마다 새로운 토너를 기다리며 잉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A4 가득 담아내는 프린터의 토너도 채워 넣어야 한다. 바쁘다. 바뻐. 그러나 문득 다가드는 각성, 올해만 살 것처럼 막판에 몸부림치는 가여운 중년여자를 마주 대하자 몸살을 감수하며 연내 해결을 목표로 삼았던 일거리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 ‘내년도 올해와 똑 같은 날인데 뭘~. 평소 하던 대로 하고 살아야지’ 그러고는 한 해가 시작되었다. 한 해의 시작은 짜여진 계획의 실천으로 또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만큼은 제대로 살아봐야지’ 라는 각오를 매 년 빠짐없이 하고 그 각오는 한 해가 지나면 반성꺼리가 되어 돌아온다. 연초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는 미루어 두었던 문제를 심신을 닦달해 해결하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이런 반복이 어쩌면 생활의 리듬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본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작년 연말에 그렇게 부지런을 떤 것은 아마도 기축년 한 해를 기필코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한 필사적인 마음의 준비였던 것 같다. 대체로 준비는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되고 발판이 된다. 그럼, 학교 생활에 접어드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학습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단연 청지각 기능의 향상을 꼽고 싶다. 청력은 소리나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음의 강도는 0dB이고 따라서 정상인의 청력은 0dB이며, 난청이 심할수록 소리의 강도를 높여야 들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전혀 못 듣는 농아는 80dB의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런데, 청력이 정상이여도 즉 0dB이라고 해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청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가 골도음으로 바뀌고 전기적인 신호로 전환되어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특정한 주파수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놓치게 되는 청지각 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이 가물가물거려 수업내용에 집중을 못하고, 한 자리에 앉아 같이 들었어도 다른 친구는 또렷하게 내용을 기억하는데 들은 내용의 일부만 기억하거나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던지, 질문 내용을 2~3번 되묻거나 목소리가 너무 커거나 적거나 단조롭거나, 발음이 어둔하고, 읽기 유창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는 청력이 정상이어도 청지각 이상이 있으면 따라 오는 문제이다. 청지각 훈련을 받던 중에 갑자기 수업내용이 잘 들린다는 아동들이 종종 있다. 전과는 달리 수업내용이 또렷하게 들리는 이유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청지각 기능이 좋아진 사실을 알고는 부모님들은 물론 아이들도 놀라워한다. 훈련 전에는 선생님 목소리가 웅웅거려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앞뒤 친구와 속닥대고 만화도 그리고 지우개 가루를 비벼대며 노는 등 딴전을 많이 피웠는데 어느 날 선생님 말씀이 또렷하게 들려 수업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고 복습 할 때도 훨씬 수월해졌다는 청지각 훈련자들의 보고는 특정한 훈련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대체로 일반적인 현상이다. 영어를 듣다가 한 두마디를 놓쳐 그걸 생각하다보면 전체내용이 이해가 안되듯 청지각 기능이 떨어져 특정 주파수의 음을 알아 듣지 못하면 앞의 내용이 이해가 안 돼 이어지는 수업내용 파악에 지장을 주고 이해가 안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집중을 못하고 공상을 하거나 관심꺼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청지각에 문제가 있어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알아 듣는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청지각적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일상적인 대화란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뻔한 내용이어서 한두마디를 잘 못 알아듣어도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공부란 먹으면 바로 소화되는 죽 같은 음식이 아니라 꼭꼭 씹어 먹어도 소화가 힘든 집중이 요구되는 정신활동이다. 당연히 한 두마디만 못 알아들어도 전체 내용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대화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수업내용을 알아듣기에 충분한 청지각 상태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일상적인 대화에 문제가 없더라도 청지각의 기능이 떨어져 듣기의 질이 떨어질 경우 청지각 훈련을 통해 제일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영어 리스닝이다. 우리나라 말은 너무 익숙해 청지각 훈련을 통해 더 잘 들리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다. 보통은 청지각 검사결과를 통하거나 읽기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영어리스닝 능력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평소에 어느정도 들리는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청지각 훈련으로 변화된 영어리스닝 능력은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어 필기 시험의 성적은 좋은데 영어 리스닝 성적은 별별 노력에도 꼼짝을 안하는 경우 청지각 훈련을 하면 영어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고, 천천히 들려 문장 이해가 쉬워지고, 안들리던 단어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영어는 우리말에서 주로 사용되는 주파수 영역대보다 높은 주파수의 마찰음과 파찰음이 많다 보니 모국어에 길들여진 우리 귀에 자연스럽게 들려지지 않는다. 집중을 해서 들어도 놓치기 일쑤이다. 그러나 높은 음역대를 들을 수 있는 청지각 상태로 훈련이 되면 기를 쓰고 귀를 기우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려오기 때문에 리스닝 평가를 잘 볼 수 밖에 없다.
청지각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선생님 말을 다른 친구들보다 이해하기가 힘들고 선생님 말을 듣고서 엄마에게 전달하기도 힘들고 친구와 대화 나누는 기술도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공부내용에 집중도 안된다. 학창시절만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우리는 끝없이 배우면서 산다. 배움의 길에 첫 걸음을 내디딘 초등학교 입학생 중 청지각 기능 저하로 학습의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청력이 정상이여도 청지각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글 : HB학습클리닉 노원센터 이명란 소장
문의 : 932-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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