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적인 외모로 인기 몰이를 하던 김남주가 김승우랑 결혼을 한 뒤 처음 출연한 드라마는 “내조의 여왕” 이었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드라마를 보느냐고 하겠지만 감성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에게 드라마는 그야말로 마약이다. 처음부터 챙겨 보다 보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중독성 때문에 드라마가 있는 날이면 약속 잡는 것도 꺼려진다. ‘에덴의 동쪽’과 ‘꽃보다 남자’에 심취해서 꼬박꼬박 월화 저녁을 TV 앞에서 몇 달을 보내고 나서 한참을 반성하고 드라마를 끊기로 결심을 한 뒤에 방영된 ‘내조의 여왕’이여서 여왕의 면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김남주의 연기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구나 정도의 관심이라도 갖게 된 것은 어떻게 내조를 하는지 보다 김남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였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우리는 술술 잘 이야기 하지만 왜 좋은지 말하고 나서도 정작 잘 모르는 게 좋아하는 이성적 이유의 배후에 자리한 감성적 이유이다. 김남주는 귀엽고 깜찍하고...뭐 그래서 좋은 것 같은데... 사실 김남주가 왜 좋은지 잘 모르겠다. 연예인들은 일반인들과 골격부터가 다르고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 김남주 외에는 눈 여겨 보는 연예인이 없는 것을 보면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함량 부족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으니 김연아, 그녀에게 한없이... 실로 한없이 빠져 들어가는 것을 주체할 길이 없다. TV를 틀어놓고 딴 일을 하다가도 김연아 소리만 들리면 만사를 제쳐놓고 TV 채널을 무한 고정하고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 ‘록산느의 탱고’ 등을 감상하다 예고없이 눈물이 주루룩 쏟아지고 가슴이 꽉 차오른다. 감동으로...
트리플 러츠를 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어도 그 실수가 실수 전후의 연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옥의 티라는 생각이 안될 정도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연아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난 4월 킨텍스에서 열린 ‘페스타 온 아이스’에서 세계 유수의 선수들이 몰려 피겨의 기량을 겨누는 방송을 보면서 입이 쩍 벌어지는 놀라움은 있었지만 김연아가 보여 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엄숙한 감동은 그 누구에게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몇 일 전에 있었던 ‘아이스 올스타즈’에서도 그녀는 기술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함의 극치에 이른 동작과 도발적인 표정이 더해져 가히 피겨의 전설을 현실에서 보는 행운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무엇이 운동종목의 하나인 피겨에서 승화된 예술에서나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걸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을 일등공신으로 꼽고 싶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빈틴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발표했는데 어느 분야건 1만 시간 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된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1만 시간은 하루에 3시간씩 10년 동안 연습해야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가꾸지 않은 아름다움은 없다는 말이 생겼으리라. 결국 1만 시간을 넘게 훈련하는 동안 느꼈을 좌절과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회의와 실패에 대한 상처 위에 피겨 여왕이 탄생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를 말리는 노력을 기꺼이 해내고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그녀에게 전 국민이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몸과 마음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낸 한결같이 유려한 몸짓, 거슬리거나 뺄 것이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공감을 얻어 내었다. 피겨의 여왕이라는 찬사 뒤에 존재하는 만상의 어려움을 견뎌낸 강인한 정신력과 투혼이 연아의 진정한 모습이고 그 모습을 우리 모두는 아끼고 사랑하고 늘 감동하게 된다.
그녀의 현란하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유려한 움직임을 보면서 가끔은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녀의 귓속 전정기관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다른 사람에게는 비약일지 몰라도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로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싫어하고 심지어 책을 읽기만 하면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날마다 대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두 발로 걸을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한 발로 서기가 가능한 것은 평형감각이 있기 때문인데 이런 평형감각은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에서 담당한다.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발이 땅에 제대로 착지되지 않아 걸음걸이가 엉성해져 잘 넘어지고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겅중겅중 불안하게 걷고 심지어 맨 땅에서도 넘어져 앞니를 뿌려뜨리기도 한다. 땅을 밟은 상태에서도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가 없는데 땅에서 두 발을 떼어야 되는 줄넘기는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진 아이들에게는 해결할 수 없는 미션(Mission)이 된다. 줄넘기가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힘들다면, 달리기 등수를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르다면 전정기관의 기능을 점검해 볼 일이다.
그에 비해 날카로운 스케이트의 날에 의지해 상상의 몸짓을 현실로 옮겨놓는 연아의 전정기관의 기능은 괴력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아름다움과 괴력, 공존하기에 적당치 않아 보이지만 연아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귀 속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전정기관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전정기관은 전정과 세반고리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정에 있는 이석이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에 흘러 들어가면 머리를 돌리기만 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럼증에다 심하면 메스껍고 토하기까지 한다. 이것을 이석증이라고 하는데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석증이나 전정기관염 등은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본인 조차도 감지 하지 못하는 전정기관의 미세한 기능 저하로 인한 정도가 아주 미약한 어지럼증은 의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글자를 보고 소리를 내는 것인데 이때 연결된 단어를 따라 눈이 쭉 움직이게 된다. 바늘 가는 곳에 실 가듯이 움직임 있는 곳에 전정기관이 있다. 책을 읽을 때의 눈의 움직임은 전정기관에 영향을 준다. 어지럼증의 70%가 귀에서 생기고 어지럼증이 생길 경우 가장 일반화된 검사방법으로 안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이유도 안구의 움직임과 전정기관의 상관성 때문이다.
책은 한 줄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분 이상 책을 보기 위해 눈동자를 움직이다 보면 전정기관이 약한 아이들은 어지럼증과 비슷한 기분 나쁜 감각 때문에 책을 더 이상 보기가 힘들어진다. 힘들다 보면 책 읽기가 싫어지고 한 줄이라도 더 읽히고 싶은 엄마 맘도 모르고 “엄마가 읽어 줘”라며 읽기를 피하고 듣기를 자청한다. 읽기를 피하거나 20분 이상 책을 안 읽으려고 하거나 잘 틀리고 더듬고 조사를 빠뜨리고 읽거나 읽기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면 책 읽기 시의 눈의 움직임이 전정기관을 자극해 미세한 불편함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음을 6·25 상기하듯 상기하고 있어야 평생을 간다는 읽기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를 짐작해볼 수 있는 다른 증상으로는 자동차를 타면 졸기 시작하거나, 차를 오래 타는 것을 싫어하거나 바이킹이나 청룡열차 타는 것을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무서워하고,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행동이 굼뜨거나 서툴고, 운동을 못하거나 운동을 배울 때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다.
읽기 장애를 가진 아동을 대상으로 안구훈련을 시키다 보면 훈련 후 10분을 초과하면 눈 아프다, 머리 아프다, 어지럽다는 반응이 드물지 않고 심한 경우는 어지럼증을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리게 된다. 훈련이 끝나고서도 불편함이 지속되어 집에 가서 숙제도 못하고 10시간에서 14시간씩 자거나 몸살끼가 있거나 이유없이 여기저기가 아프기까지 한다. 초등학생들만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두엽이 완성단계에 이른 고등학생들에게도 똑 같은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정기관의 기능은 면역기능처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기능이 아닌 것 같다.
읽기 유창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전정기관만이 아니지만 전정기관도 당당하게 한 몫을 하므로 읽기가 또래에 비해 어려울 때 여러 가지 원인과 더불어 전정기관도 떠올려야만 읽기 장애의 원인에 가까이 접근한 인식이 되겠고 이런 인식이 없다면 읽기 문제는 해결하기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글 : HB두뇌학습클리닉 노원센터 이명란 소장
문의 : 932-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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