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속에는 학습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이 두 개가 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과 음소를 구분해주는 와우가 그것이다. 발생학적으로 보면 전정기관은 임신 3개월에 형성되고, 와우는 임신 5개월에 생겨난다. 이렇게 청지각 기능이 태아의 감각기능 중 제일 빨리 형성된다. 세상의 이치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인체 발생의 순서도 알고 보면 무릎을 두들길 만한 심오한 뜻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청지각 기능을 좌우하는 와우와 전정기관의 발생이 감각기관 중 제일 빨리 생성되는 것은 무슨 뜻일까?
청각은 잠드는 법이 없다. 24시간 열려있고, 맨 마지막 까지 남아있는 감각기관이다. 중환자실에 의식없이 누워있는 환자는 소리쳐서 불러도, 인체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비틀어 꼬집어도 그야말로 식물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근무 중에 무심코 하는 농담, 잡담 등을 다 들을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삼가 하는게 중환자실 근무자들의 수칙이다. 또 면회 온 분들에게 환자에게 자극이 될 이야기는 삼가 하도록 교육을 하는데 환자의 살아있는 청각을 고려한 과학적인 접근법인 것 같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오감은 통해 사는 재미를 느낀다. 살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오감의 존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감 중에서도 제일 빨리 깨어나 제일 늦게까지 사람을 지키는 청각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중요한 청지각에 왜 왜곡현상이 생겼을까? 태어나면서 왜곡된 청각을 갖고 나기도 하지만 태어난 이후에도 청지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중이염은 청지각 왜곡의 거물급 원인이다. 청지각적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오는 경우 유아기 때 중이염을 앓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데 10명 중 7~8명은 중이염을 앓았다고 한다. 유아기 때는 중이와 상기도를 연결하는 유스타기오관이 거의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감기로 인한 상기도 감염이 유스타기오관을 타고 귀로 들어가 중이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가 어렸을 때 외이도 근처에 까만 딱쟁이가 앉을 정도로 심각한 중이염을 앓았다는 기억을 더듬고 어떤 어머니는 중이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추측하건데, 어머니들의 기억이 틀림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귀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기관이기 때문에 아주 심각하지 않으면 아이가 중이염을 앓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귀라는 감각기관은 맘 먹고 귀바퀴를 잡아 당겨보아도 중이 부위가 보이지 않아 관찰하기가 힘들다. 아이가 유난히 보채고 자지러지게 울고 귀에서 고름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중이염이 있어도 있는 줄 모르고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에 관한한 모르는 것이 없는 엄마의 눈도 피해 가는게 중이염인 것 같다. 중이염에 일단 걸리면 공기로 차 있어야 될 중이에 고름이나 물로 들어차게 되면 중이염이 치료된 후에도 소리를 전달하는 청소골들 간에 유연성이 떨어지고 소리 전도를 조절하는 중이에 있는 두 개의 작은 근육의 탄력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1만 5천개의 소리 구분 섬모로 이루어진 와우와 평형감각을 조절하는 전정기관 등에 손상이 남아있게 된다.
두뇌는 평생을 통해 성장하지만 특정 기능은 특정 시기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데 두뇌 연구자들은 이시기를 ‘결정적 시기’라고 부르며 그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언어기능 역시 만 5세가 되면 모국어에 대한 기능이 완성되는데 언어를 배우고 언어를 익히는 이런 언어 결정적 시기에 중이염이 걸려서 치료가 안된 채 지나갈 경우 아이의 언어능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귀 속에 있는 소리를 구분하는 달팽이관(와우)의 기능이 중이염으로 침식 당해 소리를 구분하는 기능이 떨어져 비슷한 음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이 손상을 입으면 잘 넘어지고, 잘 부딪치고, 단추 잠그기, 지퍼 올리기, 신발끈 매기 등 균형감각과 대근육과 미세근육 운동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그 외에도 중이염을 앓은 후 아이들의 발음도 불분명해지는데 심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또래들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여서 유치원에서 ‘말 못하는 아이’로 통한다. 또 발음이 안되는 상태에서 말을 하다 실수를 해서 친구들이 웃어버리면 그 이후로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아이의 어둔한 발음을 인내하고 들어주는 엄마 하고만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또, 아이들의 듣기 이해력이 떨어진다. 청지각의 기능이 떨어지면 잘 안들리거나 잘못 듣기 때문에 들은 내용이 연결이 안되고, 듣고서 이해가 안된 상태에서 질문을 받게 되면 대충 감을 잡아 대답을 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기 마련이다. 학교에 입학해 선생님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게 되면 친구들의 웃음꺼리가 되고 이런 청지각적 기능 저하는 자존심 저하로 이어져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 말할 기회가 있어도 실수할까봐 참다보면 의사 표현력이 떨어지고 . “예” “아니오” 등 간단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의사 전달을 위한 최소한의 표현을 하는 경우 청지각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듣기 기억력이 떨어진다. 학습정보는 보거나, 듣거나, 만지는 감각을 통해 두뇌로 들어오게 된다. 듣기 기능이 떨어지면 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명확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것은 이해가 힘들고, 이해가 안되면 기억에 남지 않아 청지각 기능이 떨어지면 들은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듣기를 통해 받아들이는 학습정보가 적어진다.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의 전달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알림장에 적어오도록 해도 적어오는 내용이 별로 없다면 청지각 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일이다.
지금은 뇌과학의 시대다. 혈액순환이 안될 경우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소를 먼저 제거하는게 원칙이다. 공부가 안되는데 공부를 무리하게 시킨다고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다. 공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을 제거하여 공부가 쉽게 될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고 다음 순서로 공부를 시키면 물기를 꼭 짠 스폰지가 물기를 쭉쭉 빨아들이듯 아이의 두뇌가 학습내용을 빨아들이게 된다. 왜곡된 청지각 기능이 좋아지면 같은 내용을 몇 번씩 설명해도 모르던 것을 한 번의 설명으로도 자신의 지식으로 축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글 : HB두뇌학습클리닉 노원센터 이명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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