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를 계량화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충 짐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음주 행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음주를 언제나 술 한 잔이라고 표현한다. ‘언제 시간 나면 같이 술 한 잔 합시다’, ‘이번에는 자네가 술 한 잔 사게’, ‘딱 한 잔만 더 합시다’ 등등. 그런데 이 한 잔은 언제나 결코 진정으로 한 잔이 아니다. 말 그대로 딱 한 잔이라면 결코 위험하지 않고 피해를 겪지도 않을 텐데, 훨씬 더 많이 마시고는 늘 고초를 겪는다.
서양에서는 술은 바에 가서 잔으로 사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도 현금을 내고 자기 자리로 가져가서 마신다(Cash and Carry). 우리나라에서처럼 퍼질러 앉으면 술이 떨어지기 전에 병 채로 갖다 주는 음주 문화가 아니다. 가능한 위험한 음주를 막으려는 장치이다.
미국의 국립 알코올남용 및 알코올중독 연구소(NIAAA)는 음주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성인 남성의 경우 저위험(低位險) 음주는 하루에 최대 4잔 이하, 또는 일주일 동안에 14잔 이하의 음주를 말한다. 물론 하루 음주량과 일주일 음주량이란 두 가지 기준이 모두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적은 용량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알코올 문제가 잘 생긴다. 그래서 여성의 기준은 남성보다 더 낮다. NIAAA의 여성 음주 기준은 하루에 3잔 이내이고 일주일에 7잔 이내이다. 남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루와 일주일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두 잔밖에 마시지 않는다 해도, 일주일에 나흘 이상 마신다면 7잔을 넘은 것이라서 위험한 음주인 것이다.
저위험 음주라고 해서 아무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음주량이 아무리 적어도 결코 저위험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나이, 건강 상태, 그밖에 다른 상황에 따라서는 훨씬 더 적은 양을 음주할지라도 위험할 수 있고,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조금도 음주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들이다.
- 운전을 하거나 섬세한 기계장치를 조작할 예정이다.
- 임신하였거나 임신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예를 들어 간경화, 간염, 만성 통증, 심장 질환,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 등.
- 치료 약물을 복용 중인데, 특히 그 약물이 술과 상호 작용하는 경우
- 알코올의존으로부터 회복 중인 경우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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