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희일 원장에게 듣는 난청 이야기

보청기, 제대로 사용하려면 재활훈련부터 받아야

지역내일 2010-11-23

보청기 착용에 실패하는 상당수는 재활훈련 받지 않기 때문


최근 들어 노인 인구의 증가와 각종 약물중독, 생활소음이 늘면서 청력장애로 인해 보청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 증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보청기 착용 인구에 비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안산에 있는 연세난청센터 방희일 원장은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재활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보청기 착용에 실패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재활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서히 나빠지는 내 귀, 어느새 난청
보통 난청은 40∼50대부터 나타나 70∼8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60대 20∼30%, 70대에서 40∼50%가 난청 때문에 고생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난청 발병률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젊은층들이 MP3, 휴대폰 등 각종 소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문제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난청의 상당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귀에 이상이 오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 난청에 의해 청력이 감소된 상태라면 근본적인 회복은 어렵다. 때문에 난청환자들은 ‘보청기’라는 보조기구를 이용해서 소리를 들으려 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보청기 적응에 실패, 제대로 듣는 삶을 포기하고 있다.
방희일 원장의 설명이다. “난청 증상이 조금 있어도 젊어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치를 하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심해지고 다른 감각기관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불편함이 몇 배 가중되게 됩니다. 그제야 보청기를 찾게 되죠. 보청기만 착용하면 다 잘 들릴 것이란 생각에요. 하지만 생소한 기구에 소리도 적응이 되지 않으니 불편하기만 하고…. 한두번 착용해 보다가 결국에는 그 비싼 보청기가 책상 위에서 잠만 자게 되죠.”


재활훈련은 빠를수록 좋아
방 원장에 따르면 재활훈련을 통해 보청기에 익숙해지는 기간은 난청의 정도나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바로 적응하는 경우도 있고 1년 넘게 재활훈련을 받아야 제대로 적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보청기의 필요성을 안 후 빠른 시기에 재활훈련을 받게되면 적응 기간도 그만큼 짧아진다. 기간이 너무 길거나 손상이 크면 보청기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제대로 듣지 못한 기간이 오래됐다면 그만큼 듣는 것에 대한 연습도 많이 필요합니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모든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기도 하고 필요한 소리만 또렷하게 구별하는 것도 힘듭니다. 어떤 분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에 놀라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부르는 랩을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고 소음처럼 들리지만 자꾸 들어보면 가사가 들리잖아요. 같은 이치입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시기는 자기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길 때가 가장 적당하다. 시기가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효과가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청기는 검사를 통해 자신의 귀에 맞는 것을 처방받아 착용하고 재활훈련을 받아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다보니 정상 제품이 아닌 보청기를 판매점에서 구입하거나 재활훈련을 받지 않고 ‘보청기가 효과 없다’고 인식하는 노인들이 아직 많다. 방 원장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바로 그런 점이다. 자신의 청력에 맞게 처방된 보청기를 착용하고 재활훈련을 받으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분들도 이런 부정적인 얘기만 듣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 난청이 왔다고 해서 생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청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귀도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고, 치아도 나빠지니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더 늙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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