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을 둘러싼 궁금증 꼼꼼 분석

술 자주 마시면 마취가 힘들다?

지역내일 2010-11-23
나이가 들면서 병원 갈 일이 늘게 마련이다. 내시경검사를 비롯한 각종 정기검진 때문.
하지만 병원의 ‘병’자만 나와도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게 몸속에 관을 삽입해 위, 대장 등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내시경검사는 공포의 대상이다. 최근엔 수면내시경이 대세지만, 그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 수면내시경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전문의 3인에게 물어봤다.

주부 윤혜경(가명)씨는 지난달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화들짝 놀랐단다. 수면내시경 진료실 밖으로 흘러나온 남편의 목소리 때문이다. 분명 마취로 잠들었을 남편이 마치 잠꼬대라도 하듯 웅얼거렸다. 마취가 너무 약했던 건 아닐까?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건 아닐까? 마취가 너무 깊어 잠꼬대라도 하는 걸까? 남편을 기다리던 윤씨의 걱정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데…. 하지만 이게 웬일! 막상 검사가 끝나고 나온 남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단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재준 교수는 “모두 수면내시경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 시작은 ‘수면내시경’이라는 이름에서 불거진 오해다.

수면내시경 No!
정식 명칭은 ‘의식하진정내시경’
흔히 잠을 자면서 받는 내시경이라 하여 ‘수면내시경’이라 불리는 이 검사의 오리지널 용어는 ‘의식하진정내시경’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정제를 사용해 가벼운 진정 상태에 이르면 내시경검사를 하는 방법이다.
김재준 교수는 “진정 효과가 있는 약제를 투여하면 60~70퍼센트 환자들이 수면에 이르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수면내시경이라는 용어가 붙었다”고 설명한다. 본래의 목적이 잠이 드는 것이 아니듯, 수면내시경 상태에서 의사의 말이나 가벼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김 교수는 검사 중 환자들이 의료진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정도의 진정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종종 의료진에게 잠이 푹 들 수 있도록 과도한 약제를 투여해줄 것은 요구하는 일도 수면내시경을 둘러싼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진정제를 투여한 뒤 가벼운 진정 상태에 머물더라도 진정제(미다졸람)의 약리작용으로 대부분 수면내시경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적정량의 약제를 사용했음에도 적정한 진정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너무 깊은 진정 상태에 도달하는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단다.

고령, 심한 비만이라면 피하는 게 좋아 
사람마다 마취의 정도가 다르니 종종 깊이 잠들 수 있도록 약제를 보다 많이 투여해달라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는 “수면내시경은 검사 도중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매우 드물게 고위험 환자에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있고 검사 후 관찰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호흡곤란, 저산소증과 같은 호흡기계 합병증, 맥박이 빨라지는 등의 심혈관계 합병증, 낙상 등이 수면내시경으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에 속한다. 외국 저널에 따르면 수면내시경 합병증은 전체의 0.2~0.3퍼센트 수준. 대개는 특별한 조치 없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게 호흡과 심장이 정지되어 생명이 위협 받거나 과민 반응으로 인한 응급 상황에 놓이기도 하므로, 폐 기능 장애나 신장,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특히 주의해야한다. 주로 고령, 심장 질환이나 폐질환 환자, 신장부전이나 간부전 환자, 심한 비만, 신경 계통 질환자, 항불안제나 수면제 등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수면내시경 검사의 위험 대상군. 이혁 교수는 “부작용 가능성이 다소 많은 노약자, 심폐 질환자는 되도록 수면내시경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임산부나 이전의 수면내시경에서 순응도가 낮았거나 부작용이 있었던 경우, 저산소증, 쇼크 상태에서는 수면내시경을 선택하지 않는 게 낫다.

수면내시경 후 당일 스케줄 잡지 말아야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기 전에 과거 병력이나 약 복용력, 현재의 증상을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일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수면을 유도하는 약제의 반응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면내시경에 있어 절대적인 연령제한 기준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60세 이상에서는 수면 유도 약제의 용량을 줄여 사용한다고. 별다른 질병이 없더라도 구강 이상으로 기도 확보가 어려운 환자 등은 수면내시경을 시행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수면내시경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미다졸람’이다. 최근에는 ‘프로포폴’이라는 약제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약제는 내시경 시술 후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는 반면 호흡부전 등의 부작용의 발생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내시경 실시 후에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문의들은 당일 중요한 약속이나 업무, 기계를 다루는 일은 삼갈 것을 당부한다.
대개 한시간 이내에 의식이 회복되지만, 이후 운전이나 위험한 작업은 피하는 게 좋다. 더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도 삼가라고  조언한다. 가능하면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검사가 끝나면 의식이나 전신상태가 충분히 회복된 후 귀가하는 게 좋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길혜금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ㆍ이혁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재준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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