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해 뜨는 식당 ‘김선자(68)’

천원의 밥상, 천원의 행복

지역내일 2010-11-23
봉사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과 천원의 아름다움
11월. 사계절김치반찬마을 임영숙 싱건지김치1통. 동인 근로자대기소 김영애 쌀 1가마. 이병은 국장님 쌀 1가마……. 10월에 이어 해 뜨는 식당의 후원자와 후원 물품이 빼곡하다.
천원이다. 배불리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밥 한 끼가 천원. 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에 밥 말아 후루룩 깍두기와 함께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먹는 모습이 정겹다 못해 눈물이 핑 돈다. 천원의 밥 봉사를 하고 있는 김선자 씨는 “봉사 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직장 생활을 정년으로 마감하면서 옷가게를 했고, 원래는 이 자리에서 죽 집을 하려 했었다. 계산을 해보니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아 아예 처음부터 봉사를 컨셉으로 잡았다.”며 웃는다.

하루 20Kg 쌀 두 포대 소비, 사람이 올수록 손해
마진이라는 것은 아예 없다. 전기세와 수도세, 그리고 일하는 사람의 일당인 한 달 경비라도 천 원짜리들이 모아져서 나오길 바라지만 아직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김 씨의 의도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주로 나이가 비슷한 연배들이어서 하루를 식당 안에서 보내면 다음 날 몸살로 몸져눕기가 십상이다. 해서 생각한 것이 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고비로 일하는 사람을 들였다.
김 씨는 “너무 고맙다. 자신들도 역시 나와 함께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구청이나 동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주면 좋을 텐데, 개인이 하는 봉사는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6월후반기에 문을 열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주방에서 몇 달을 보내고 나니  몸무게가 8Kg이나 줄었다. 용돈을 보내주면 식당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느라고 아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졌다.”고 고백한다. 손에 익지 않아 몸살을 앓으면서도 일한 처음 두 달 동안 적자가 350만원이었다니 이해가 간다.
그래도 즐겁고, 즐거운 만큼 행복하다.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일에 대한 속도도 붙고 마음도 몸도 많이 싱싱해졌다. 봉사의 즐거움, 나눔의 행복한 맛을 이미 알아버렸다. 다행이 아들도 이해를 해줘 더 기쁘다.

대인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처음에는 하루 70~80명이 찾았다. 지금은 적당히 소문이 나고 ‘6시 내 고향 대인시장’편이 방송을 타면서 사람이 늘어 찾는 이가 하루 150여명 정도로 늘었다. 독거노인들과 시장을 견학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밥을 먹고 난 후 돈 통 안에 천원을 넣고 가지만 간간히 고생한다며 그 이상의 돈을 넣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천원은 자존심이다. 광주광역시의 동구는 전국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지만 출산율은 가장 낮은 곳이다. 독거노인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천원을 들고 와 마음껏 먹고 배를 불려가는 곳이다. 사랑과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인정을 먹고 가는 것이다.
김 씨는 “그냥 공짜로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결론은 돈을 받자는 것으로 모아졌다. 아무리 어려운 생활이지만 어르신들도 자존심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중요한 것은 이곳을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예전에 잘 살았던 사람들이다. 사업에 실패해 재기하지 못했거나, 공직에서 퇴직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짜’라고 한다면 아마도 굶고 말지 찾아와 밥을 먹을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고 말을 잇는다.
도움을 바란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외로움을 털고 행복한 밥상을 받길 바란다. 날마다 밥을 베풀고 행복해지는 일상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식당 안 이야기’라는 일지에 기록한다. 기록의 양이 많아질수록 행복은 점점 배가 되고 즐거움 역시 점점 희망으로 변할 것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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