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라에서 온 어린 신부

지역내일 2010-11-18

한 젊은 부부가 저희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신랑의 나이는 35세 정도였고 신부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습니다. 수줍은 미소만 짓고 있는 신부는 올해 나이 스물네 살로, 베트남에서 온 어린 신부였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만 1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신랑을 통해서 들어 본 그녀의 증세는 손발이 차고 어지럽고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뒤로는 생리주기가 점점 늦춰지면서 생리량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수면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니 잠이 쉽게 드는 것 같지도 않고 잠귀가 밝아서 자주 깬다고 합니다.
진맥을 해보니 맥상이 낮게 깔리면서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기혈 순환 기능이 떨어지면서 면역력이나 자율신경조절능력도 떨어진 상태였지요. 한국에 온 뒤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상대적으로 추운 기후에 제대로 몸이 적응하지도 못하고, 낯선 시댁의 환경 속에서 긴장한 탓에 마음도 많이 힘들어진 상태였지요.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격을 타고 난 까닭에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욱 쉽지 않았겠지요.
이 상태대로 한 해 겨울을 보내게 되면 전염성 질환에도 걸리기 쉽고 몸이 더 허약해질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신랑의 나이를 고려할 때 2세를 빨리 가져야 할 형편이었으나 몸 상태가 받쳐 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신랑은 몸도 따뜻해지고 소화도 잘되고 자궁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불안하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는 약을 처방해달라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만병통치약을 지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기운을 거들어주는 익기지제와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보신지제와 함께 소화 기능을 도와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게 해주는 약재들을 가미하여 처방했습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신혼 부부 10쌍 중 한 쌍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며, 특히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총각의 경우 3명 중 1명꼴로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도 내 결혼이민자 가족 현황을 보면 총 304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18개 시·군 중 원주시가 전체 15.8%로 가장 많고 이어 춘천시, 강릉시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분들 한 분 한 분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주고 한국의 장한 어머니로 거듭나도록 돕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길이지요.
따뜻한 나라에서 온 어린 신부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늘푸른한의원 김윤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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