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등 대에서 전교 4등 ‘공신’으로 우뚝 서다
스스로 개발한 공부법으로 모의고사와 내신 두 마리 토끼 잡아
전교 200등 대 중하위권에서 단박에 전교 4등으로 등극한 학생이 있다. 바로 한솔고등학교 1학년 한지윤 양.
한 양의 1학년 1학기 성적은 전교 100등 대. 기말고사에서는 더 떨어져 200등 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여름방학을 와신상담의 기간으로 삼은 결과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4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 양의 공부스토리는 중위권 학생들의 희망의 증거, 바로 그것이다.
공부 욕심 없고 늘 낙천적인 행복한 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1학기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놀았어요. 남자친구도 사귀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닐 생각뿐이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어요. 자투리 시간도 이렇게 귀한데 말이죠.”
공부를 해보니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겠단다. 중학교 때 성적은 늘 반에서 10등 언저리. 못하지는 않았지만 공부욕심은 강하지 않은 아이였다고 자신을 회상했다.
“6학년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갖게 되었어요. 어린 아이의 막연한 꿈같은 것이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공부하도록 이끌어주고 다독여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엄마가 때론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황의 긴 시간을 기다려 주신 엄마가 무척 고맙다고 한 양은 말한다.
“놀고 싶다면 실컷 놀게 해주셨어요. 방학이면 다른 아이들 학원 하나 더 다닐 때 저는 체험캠프 같은 곳만 다녔으니까요. 어렸을 때 원 없이 놀아봤으니까 이제는 공부해야죠.”
공부 멘토였던 아버지 돌아가시자 깊은 슬픔과 방황 겪어
한 양이 6학년 때 정신적인 기둥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그 때 시작되었다. 과외선생님이던 아버지. 공부는 책임져 주겠다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한 양은 슬픔과 방황의 날들을 보냈다.
“공부는 확실히 책임져 주시겠다던 아버지가 어느 날 심장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엄마와 언니 가족 모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형편상 학원에 다니는 것도 힘들었어요.”
백현중학교 1학년때 혼자 공부하면서 한 양은 전과목 평균 85~90점을 받았다. 이때까지 나름 상위권에 속했지만 2학년에 올라가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본기가 약했던 영어는 회복이 어려워보였다.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무리해서 영어학원을 보내주셨죠. 그래도 영어는 쉽사리 오르지 않더라구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탓이겠죠. 무엇보다 어휘력이 약한 것이 치명적이었어요.”
성적 추락에 이어 친구들도 모두 떠나 … 공부 밖에 없다 생각
한 양은 공부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여러 가지 여건상 그게 낫지 싶기도 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2~3년 이상 선행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따라가기가 버거워 무기력해지기 일쑤였다고.
“흉부외과 의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잖아요. 의대는 그냥 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은 거죠. 냉혹했어요. 별다른 준비 없이 입학했고 입학 후에도 공부를 안했으니 200등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죠.”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최악의 성적표를 받던 날. 한 양은 문득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동안 공부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친구들과는 사소한 다툼으로 소외되었고 그 여파로 성적은 끝 모르게 추락하고 만 것.
“갈 곳도 기댈 사람도 없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회의와 자책감이 밀려왔어요. 고생하시는 엄마께도 너무 죄송했구요.”
내신과 모의고사 기출 병행, 모의고사 3과목 1등급
결국 공부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주요과목 위주로 철저하게 자신의 상황을 재점검했다. 먼저 수 년 간의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주 틀리는 부분을 중심으로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찾아냈다.
이는 EBS 등 인터넷 강의로 해결했다. 약한 어휘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능 2000단어’를 하루에 30~50개씩 완벽하게 외워나갔다. 이과 지망생인 한 양이 유독 어려운 것은 국어 고전시가.
“어렸을 때부터 시나 소설 등 문학 독서를 싫어했던 것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어요. 비문학은 어렵지 않은데 문학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인터넷 강의를 찾아서 들었어요. 모의고사와 교과서에 주로 나오는 작품과 문제 유형을 파악하니 조금은 패턴을 알겠더라구요.”
한 양은 각 과목별로 3~5권 이상의 문제집을 완벽히 풀었다. 문제집마다 겹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는 학교 선생님도 똑같이 강조하셨다. 이렇게 내신과 모의고사를 교차병행해 공부한 결과 한 양은 내신은 물론 모의고사에서도 3과목 1등급을 받았다.
서울대 의대 진학 꿈, 꼭 이루도록 노력할 것
한 양은 전교 1등을 향해 계속 달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의사라는 꿈을 이룰 때까지 공부의 끈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보니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이 그렇게 달게 들릴 수 없어요. 기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게 되요. 예전에 자율학습이 싫어 도망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공부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어요.”
한 양은 수학 한 과목만을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학원 선생님에게 숙제를 많이 내달라고 한 양은 요구한다. 스스로 나태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에요. 이제 제게 공부는 두렵지 않거든요. 한 번의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더 큰 산이 있다고 해도 이젠 넘을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면 서울대에 탐방가려구요. 다녀오면 또 공부 힘이 퐁퐁 솟아날 것 같거든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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