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김치 풍속도

김장 이모저모 ④ 한여름 8월에 시작하는 김장 준비

텃밭에 배추심기부터 내 손으로 직접

지역내일 2010-12-12
일원동에 사는 주부 J씨. 결혼한 지 10년을 갓 넘겼지만 김장에 관한한 어느 베테랑 주부 못지않다. 흙냄새 맡고 자란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지 뭐든 직접 기르고 직접 가꿔야 직성이 풀린다. J씨는 김장 준비도 남들보다 일찍 서두른다. 8월 말, 그 때까지 열심히 상추를 심어 뽑아먹던 텃밭 자리에 김장을 위한 배추 파종을 한다. 파는 배추가 성에 안차서, 혹은 믿을 수가 없어서 김장 배추를 직접 기르는 것이다. 밭 한편에는 김장 속으로 쓸 무도 심는다. 농약을 쓰지 않아 벌레가 자리를 틀어 버리는 배추들도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직접 농사지은 배추라서인지 꿀맛이 따로 없다. 속이 꽉 차오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배추를 조금 더 많이 뽑으면 해결될 일이다.
주위 친척, 친구들까지 부탁을 해오는 통에 요즘엔 배추 농사짓는 걸 쉬쉬하며 산다. 농부가 아닌 터라 많이 심을 수도 없는데 저마다 배추를 달라고 하니 감당할 수가 없다. 아파트 생활에 40포기 정도면 내년 김장철까지 거뜬히 먹지만 맛보려고 기다리는 주위 지인들 눈초리에 50포기, 70포기까지도 담게 된다. 욕조에 널고 널어도 다 절여지지 않는 배추. 거기에 김장 일을 돕겠다며, 혹은 좋은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를 받아가겠다며, 그릇그릇 들고 찾아오는 아줌마들까지 합하면 엉덩이 붙일 공간도 없다. 그래도 즐겁기 만한 김장. 노랗게 올라온 배추 속을 한입 베어 물고, ‘내 농사 솜씨가 이정도야’라며 뻐기기도 하고, 붉은 김치 속을 버무려 척척 배추에 바르니 어느덧 김장 끝! 오늘 담은 김치로 보쌈까지 해먹으려니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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