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능력을 이주여성과 나누고 싶어요”"MMR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의 혼합백신을 말해요. 생후 12~15개월 사이 아기에게 접종하고 만 4~6세 사이에~ 또 한 번 접종해야 합니다." 오정구보건소 예방접종실에서 능숙하게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는 중국여성 임뢰(32)씨. 그녀는 현재 오정보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을 위한 통, 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고향인 중국을 떠나 와 한국에서 생활한 지 9년3개월, 이화춘씨와 결혼해 1남1녀의 어머니인 한국인으로 살아가며 직업을 갖기 위한 자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언어와 문화 차이 사랑으로 극복
“피아니스트, 스튜어디스, 전통 연극배우 등 다양한 꿈을 갖고 자랐습니다. 그러다 중국에 있는 한국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지요.” 중국 강소성 단양에서 태어난 임씨는 쌀과 생선이 많아 어미의 고향이라고 불린다는 자신의 고향을 소개했다. 그녀는 남편이 보내준 한국어 책으로 인사말과 회화를 독학하고 있다가 2001년 한국에 건너와 결혼했다. 처음 왔을 때 그녀는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한국과 중국은 예로부터 왕래가 많아서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제 생각과 전혀 달랐어요. 가족들과 말이 안 통해서 오해 받을 때도 있었고, 명절 때 한국시골에선 남자들이 밥상을 먼저 받았어요. 여자들은 남는 것을 먹는 등의 문화적인 차이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요.” 제일 힘들었던 건 혼자라는 외로움. 하지만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가족들의 관심은 외로움을 극복하게 했다. “저는 못 사는 나라에서 시집 온 외국인 신부가 아니예요. 남편과는 사랑해서 결혼했죠. 지금은 이 나라를 배우기 위해 공부하며 아들과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한국어 마스터는 드라마가 최고
“입국하자마자 서울 YMCA에 달려가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러다 첫 아이를 임신했고 입덧이 심해서 다니질 못했지요. 하지만 대안은 있데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더 많은 한국말을 배우게 됐거든요.” 임 씨는 한국어 마스터에는 드라마가 최고, 라고 했다. 드라마 출연자의 대화를 보며 말을 익혔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문법과 어휘는 일취월장했다. “띄어쓰기와 받침쓰기는 지금도 어려워요. 작문(그녀는 작문이란 발음이 잘 안돼서 잡문, 에 가까운 발음을 구사했다)은 더 더욱 어렵죠. 아이들이 가르쳐줘서 배우고 사전을 찾아 배우기도 하는데 아직 잘하려면 멀었습니다.” 멀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잠깐동안 말이 안 통했을 뿐 인터뷰 시간 동안의 대화는 원활히 진행됐으니까. 9년 넘어 한국사람 다 됐을 법한데도 그녀는 한국어의 달인이 될 때까지 거듭 도전 중이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에서 잠시 다문화 강사 일을 했고 초등학생들과 중국어 실습을, 또한 다문화강사양성교육에 참여하는 등 많은 경험을 했다. 올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응원단으로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녀에게 올해는 기쁜 한 해다. 부천시 노동복지회관 이주여성 다문화한국어교실에서 배운 우리말 실력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 4급에 합격했다. “다른 일엔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죠. 앞으로 Topik 5,6급도 딸 거예요.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친절하게 가르쳐주신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주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
“외국인들은 몸 아플 때 아픔을 참는 일이 많아요. 우선은 말이 안통하고 도와줄 사람이 부족해서 병원에 가지 못합니다. 제가 보건소에서 일하는 것은 경험과 능력을 그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예요. 정서적인 안정과 건강한 마음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임 씨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들이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염려한 오정보건소의 배려로 지난 5월부터 통역서비스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참여한 모유수유교실과 출산교실에 참여해서 임산부들의 할 일을 돕고 전문가와 연결하는 일을 해왔다. 친구처럼 이야기 하는 동안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도 했다. 올 12월이면 기간이 끝나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경험은 값진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열심히 일하는 저를 보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지금 하는 일로 이주여성들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뻤고 보람이 많았어요.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족도 한국 사람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배려입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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