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색카페>수락산역 ‘소년의 커피정원’
색다른 커피 한잔의 여유 누리세요
단독주택 1층을 개조한 드립커피 전문점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좀 색다른 공간에서 커피 한잔의 낭만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굳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좋을 거리에 그 모든 충족감을 채워 줄 카페라면 금상첨화다. 수락산역 등산로 길에 위치한 ‘소년의 커피 정원’이 바로 그런 곳. 이미 인터넷 블로거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이 카페는 핸드드립커피로 먼저 이름이 알려졌지만 조용한 주택가의 단독주택 1층을 개조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핸드드립(Handdrip)이란 볶은 지 일주일 이내의 신선한 원두(고급 아라비카 종)를 주로 사용해 손으로 직접 내리는 커피를 말한다.
지난 2009년 7월 말에 오픈한 이곳의 사장은 젊은 부부(안홍범, 이은희)이다. 처음엔 전혀 어울릴 것 같은 않은 위치에 카페를 차린다고 하자 지인들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자신이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도 질 높은 커피문화를 나누고 싶었던 ‘소년’ 사장의 우직함은 결국 수락산역에 이색 카페를 탄생시켰다. 안홍범 사장은 “이미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개성강한 개인 카페가 롱런하는 추세”라며 “동네 카페의 가장 큰 강점은 사장과 손님들이 편하게 인간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이곳에서는 사장 부부와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앞마당에 꾸며진 야외테라스를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핸드 밀, 드리퍼 등 커피관련 용품이 진열되어 있고, 원목 탁자들로 구성된 실내는 그야말로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 한느낌을 준다. 거기에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주인 이은희 씨는 “5년 전 작은 가게 하나를 차려주겠다던 남편의 약속과 건축,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인 외삼촌의 지원으로 만들어져 애착이 크다”며 “창 문 틀, 화장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써서 완성된 공간”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사장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조용한 휴식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혼자 온 손님들도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만든 다락방 컨셉의 ‘앤 방’을 소개했다. 추억의 명작만화 ‘빨강머리 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공간은 만화와 관련된 원단을 이용해 만든 액자와 소녀의 감성이 묻어나는 앙증맞은 책장, 빨간 스탠드가 놓여 있는 곳으로 젊은 층과 혼자 온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카페 안의 미니 샵 ‘리즈린넨’ 커피 마시며 핸드메이드 제품도 함께 구입할 수 있어
무엇보다 이 카페의 또 다른 매력은 ‘숍 앤 숍’ 개념의 ‘리즈린넨’이란 미니 샵. 카페 한 켠에 마련된 공방은 그녀의 작업실 겸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모두 일제 원단을 이용해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과 DIY패키지, 가방, 지갑 등이 진열되어 있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이 사장은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주 1회 바느질 모임 또한 갖고 있다. 지난 일여 년 간 가장 인상 깊은 손님과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을까. “오픈 앞 둔 토요일 저녁, 여름비가 쏟아지는데 아흔이 다 되신 백발의 멋진 노부부가 손을 잡고 찾아와 커피가 되느냐고 물었어요. 아직 오픈 전이라 다음에 오셔야 된다고 돌려 보내드렸는데 오픈 당일 두 분이 찾아오셔서 동네에 이런 카페가 생겨 너무 좋다며 이후 단골이 되어 주셨죠.” 이 사장은 그 외에도 “카페의 사계절 모습을 담아 인터넷에 올려주는 고객, 언니와 함께 온 유치원 동생 등 이 공간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커피 정원이 더욱 따뜻한 공간으로 채워져 간다”며 기회가 되면 단체 룸을 늘리는 확장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가지 이 카페에서 주의 할 점이 있다면 ‘소년’ 주인장답게 실내외 전면 금연 카페를 실시하고 음주 손님은 일체 사절한다는 점. 하지만 이런 작은 고집이 쾌적하고 한결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소년의 커피 정원’의 비결이고 다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영은 리포터 claymak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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