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막바지. 더 이상 그냥 머물 수 없는 시기다. 어디든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이 때 한적한 시골마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넓은 마당 위 빨랫줄에는 색색이 고운 천들이 바람 따라 휘날리며 주변을 싸고 있는 야산 붉은 옷들과 고운 색감 겨루기를 하고, 전통 차 향기가 안채 창을 넘어 솔솔 날아온다면...
삼동면 하잠리 삼동면사무소 바로 뒤에 위치한 ‘담미원’은 주택형 전통찻집으로 지금 시기에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실내 분위기 찻실과 전시실로 꾸며 단아해
울산예고입구에서 통도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30여 분 직진하면 삼동면사무소가 나타난다. 바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면사무소 뒤에 예쁜 전원주택이 보이는데 바로 이 집이 ‘담미원’이다. 얼핏 보아 찻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주택 같다. 하지만 빨랫줄에 천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듯이 펄럭거린다.
현관에는 멀리서는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고, 실내로 들어서면 ‘아하!’하고 감탄사는 저절로 나온다. 아래층을 찻실과 전시실로 쓰고 있는데, 각 방마다 찻실이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또 한쪽 방에는 전시실로 온갖 천연염색 작품들이 고운 색을 입고 뽐을 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스카프다. 수십 장의 고운 색들로 여기 저기 비치돼 있는데,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휘두르면 감촉도 좋고 아주 포근할 것 같다. 그리고 가방, 방석, 이불, 베개, 속옷 등 생활용품들이 아주 많다. 또 한쪽 방 장속에는 노랗고 붉은 이불이 첩첩이 쌓여 있다. 양파와 황토로 염색했다고 한다. 바로 꺼내 덮고 싶을 만큼 욕심도 난다. ‘담미원’ 임난영 대표의 고운 얼굴에 비해 거칠어진 손을 보면서 그동안의 정성과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 그려진다.
차맛이 곧 물맛! 안양암과 석남사 근처에서 직접 떠와
임 씨는 한 마디로 바지런한 여성임에 분명하다. 고운 얼굴 돋보이려는 마음은 전혀 없고 오직 작품과 차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특히나 그의 차를 마셔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차 맛은 곧 물맛입니다.”
차 맛을 좋게 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임 씨는 가장 먼저 물을 내세운다. 그래서 수돗물도, 정수물도 아닌 자연수를 쓴다고. 멀리 석남사와 안양암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간다고 한다. 먼저 말차를 정성껏 거품 내어 타주는데 그 향과 맛이 절묘하다. 임 씨는 “말차는 주로 일본에서 많이 생산되며 애용되는데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음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말차는 물에 가루가 그대로 있는, 즉 현탁액 상태에서 마시게 되므로 입자의 크기나 모양 등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입자가 거칠거나 너무 크게 되면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두 번째 내미는 오미자차는 임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오미자차는 생오미자를설탕과 1:1 비율로 100일 동안 저장해두었다가 걸러 항아리에 밀봉해서 다시 1년 동안 저장한다고 한다. 우선 빛깔이 너무 고와 마시기 아까울 정도다. 신맛이 전혀 나지 않고 끝 맛 또한 감미롭다. 그리고 임 씨가 또 자신 있게 권하는 차가 감잎차다. 일명 고욤차라고 불리는 이 차는 특히 비타민 C가 높고 유기농차임을 강조한다.
그림 같은 집에서 고객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해
주인의 표정이 밝아서 찾아오는 고객 또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있는 집이 바로 ‘담미원’이다. 늘 자연과 함께해서인지도 모른다. 털털하면서도 지극히 겸손한 태도가 오히려 정감을 더하는 임 씨다.
“시내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오는 손님께 어찌 정성을 다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임씨다. 마주 앉으면 그 순간부터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편안함을 가진 여자, 임난영 씨다.
“천연 염색의 특징은 차분하고 은은하면서 자연스럽다는 것. 인체에 무해하고 종류에 따라서는 항균 작용을 나타내는 것도 있기 때문에 생활에 유익하게 활용되지요.”
그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자연의 조화 속에 편안한 삶을 살아내는 그가 참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치 : 울주군 삼동면 삼동면사무소 바로 뒤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메뉴 : 전통차(녹차, 말차, 오미자차, 고욤차 등), 천연염색 작품
문의 : 010-3527-0966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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