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진통제나 호르몬제 따위의 약물들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하고 교육하는 것은 그 해악을 염려해서다. 마약법이라든가 향정신성 약물 관리에 대한 법으로써 엄격하게 규제하는 중독성 물질들은 그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막심하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해악이 퍽 큰 물질인데도, 법적으로는 그 사용이 자유롭고 합법적이다. 화학적·약리적인 진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사회문화적 또는 전통적 인습과 기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으로 금지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특히 술은 그 해악과 피해가 다른 어떤 물질보다 크다.
최근 영국의 약물에대한과학위원회(ISCD)는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랜시트(Lancet)에 여러 중독성 물질들이 끼치는 해악을 수치로 비교하여 나타냈다. 그 결과를 보면 알코올은 72점으로 가장 높았고, 헤로인이 55, 코카인이 54점으로 뒤를 이었다. 마리화나는 20점이었고, 엑스터시나 엘에스디 등 다른 것들은 그 이하였다. 이는 헤로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아편 종류나 코카인 따위가 가장 위험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그 이유로써 알코올은 개인에게 미치는 해악은 물론 사회적 해악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특히 사망률과 범죄 관련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훨씬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의 해악을 그 한 개인의 신체적 건강 상실만으로 국한하여 생각하는 수가 많고, 사회적 피해라는 것은 오로지 금전적 무능력이나 음주운전 사고만이 모두라고 여기는 수가 많다. 삶의 다른 면에서 피해가 아무리 커도, 몸에 병 안 생기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한 아무 문제가 없는 줄로 아는 수가 흔하다.
이러한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과음하는 가장 때문에 벌어지는 가정적 피해를 인식하기 어렵다. 남다르게 잘 안다 해도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에 취하다 보면 으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한 문제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당연히 나서서 해결할 생각도 내지 못한다. 이중에서 대표적인 예가 가족 폭력이나 학대이다. 가정 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음주율이 92%라는 통계도 있다.
과음의 여러 폐해들이 모두 끔찍한 것들이지만 이중에서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피해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 하면 이는 2세들까지도 너무 힘들게 하여 술 문제를 확대재생산해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조차 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 아무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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