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이 한우 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대형마트에서는 한우 데이를 기념해 한우 판촉행사가 한창이었다. 30%할인, 45%세일, 반값 한우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우의 저변확대를 통한 한우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한우 데이를 만들었다지만 솔직히 비싸서도 못 먹고 속이는 곳도 많아 믿고 먹기 힘든 메뉴가 바로 소고기다.
그런데 최근 강남의 고기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미식가들도 아까워 숨겨놓고 찾아간다는 집‘본고향맛집’이다.
직접 기른 특등급 한우
한우 마니아들만이 안다는 한우 식별법을 알고 있는지. 최상품의 과일이 맛과 향이 좋은 것처럼 1++(투 플러스)등급의 한우는 구운 후 식어도 한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유지된다는점이다. 식은 고기를 먹어보면 대번에 좋은 고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압구정동의 내로라하는 대형 고깃집들 사이에서 ''본고향맛집’이 실속 있는 고깃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비밀 아닌 비밀을 주저 없이 알려주는 사람이 바로 ‘본고향맛집’사장님이다. 그만큼 고기 맛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화학 사료가 아닌 자연산 사료만을 먹인 1등급 한우를 길러 그 중에서도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친 1+등급 이상의 한우들만을 취급한다는 것이 자신감의 근거였다. 논산 운포에 있는 농장에서 소 1000두를 직접 관리해 고기 맛을 유지하니 고객의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소에게 녹차사료를 먹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집적 기른 특등급 한우로 상을 차리다 보니 서울에서 몇 곳 없다는 육사시미의 명소로도 손꼽힌다. 일체의 양념 없이 고기가 들어온 그 날 신선할 때 먹어야 하는 육사시미의 특성상 어떤 VIP손님이 와도 쉽게 먹을 수 없는 메뉴다. 단골 고객들은 사장님의 문자를 받고 고기가 들어온 날에 이곳을 찾는다. 최상급 1++한우는 전국 한우의 5% 밖에 나오지 않는 고기라고 하니 그 진귀한 맛을 보고자 한다면 그럴 수밖에.
고기 맛이 입소문을 타자 한 명, 두 명씩 외국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한우의 맛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초대해 오는 경우도 있었고, 까다로운 바이어의 입맛을 맞추기 어려워 고생하다가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 손님들이 늘어나자 실내 인테리어도 함께 바뀌었다. 입식을 즐기는 외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신을 벗고 들어간 후 다시 식탁에 앉을 수 있도록 실내 구조를 바꾸어 놓은 것. 마치 가정집 식탁에 앉는 것 같은 느낌은 ‘본고향맛집’의 상차림을 더욱 정겹게 느껴지도록 한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차리는 밥상
외국인들이‘본고향맛집’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깔끔하고 정갈한 상차림에 있다. 농장 부근에서 직접 기른 야채를 공수해와 방부제와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순수 자연식으로만 차려내는 밥상은 그 옛날 자식의 건강을 생각하며 차려내는 어머니의 소박한 밥상을 닮았다. 지난 배추 파동에 채소 값들이 덩달아 치솟았을 때도‘본고향맛집’에서는 김치와 나물 반찬 내놓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곳간이 차야 인심이 난다고 농사지은 야채가 수북하게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집 밥을 먹는 듯 속 편한 밥상을 차려내니 점심시간 무렵 어머니들 모임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분위기만 휘황찬란하고 실속 없이 가격대 높은 곳을 쏙쏙 골라내는 강남의 주부들에게 검증을 받은 셈. 낮부터 특등급 한우갈비를 먹진 않지만 무한 리필 되는 깔끔한 반찬에 질 좋은 고기로 된 뚝배기 불고기나 전골, 돌솥밥은 육아에, 살림에, 외조에, 아이들 학업 매니저까지 일인 다역을 해야 하는 강남 주부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깊은 맛으로 마음까지 꽉 잡은 누룽지와 된장 국수
고기를 먹은 후 후식으로 준비했던 누룽지와 된장국수는 어느새 고기보다 더 찾는 손님이 많은 인기 상품이 되었다. 점심시간에는 오히려 누룽지와 된장국수를 먹기 위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 속이 안 좋은 어머니들은 포장을 해 가기도 하고, 전날 과음을 했던 직장인들에겐 든든한 해장국으로, 연세 드신 분들에겐 영양만점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현미를 넣고 끓이다가 누룽지를 넣어 만든 메뉴 ‘누룽지’는 헛헛하고 허전한 현대인의 마음을 맛과 정성으로 채워주는 든든한 메뉴가 되었다.
포장메뉴가 있는 것이 특이해 물었더니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압구정동엔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는 것.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혼자서 밥을 지어먹기는 어쩐지 불편하여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당을 찾아 포장해가는 분들이 있다는 것. 고기국물의 든든함에 뱃속이 든든해지고 ‘본고향맛집’의 배려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속이 든든해질 어르신들. 이러니 매일 포장 손님이 찾아올 수밖에 없겠다.
베스트 친절 맛 집에 선정되기도
손님들의 마음을 채우는 비책이 하나 더 있다. 맛으로 든든해진 배, 정성으로 든든해진 마음. 여기에 사장님과 직원들의 친절한 모습을 대하면 ‘이곳은 어떨까?’ 하며 의심하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킬 수밖에 없다. 한우를 고르는 비책부터 반찬들의 조리법까지 비밀 없이, 가식 없이 줄줄 알려주시는 사장님이나 힘든 식당 일에서도 눈썹 한 번 찡그림 없이 웃으며 손님을 대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한우에 대한 자부심과 한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외국 손님을 대할 때의 직원들 모습은 또 다른 국가대표의 모습이다. 우리의 맛을 알리고 우리의 정서를 알리는 데 이만한 사절단이 또 있을까. 그러다보니 얼마 전 모 인터넷 사이트에 소비자가 뽑은 강남구 베스트 친절 명품 맛 집으로 뽑히기도 했다.
제대로 된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을 때, 어머니가 차려주신 정갈하고 구수한 밥상을 받고 싶을 때, 누군가의 친절한 미소가 간절할 때 ‘본고향맛집’을 들러보면 어떨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풍미가 바로 이곳에 있다.
●위치: 압구정역 2번 출구 부근 (일방통행로 주의)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주차: 건물 뒤편 (주차요원 있음)
●문의: 02.544.9260
한우데이(11월 1일)
2008년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한 관련단체들이 한우 저변확대를 통해 수입소고기 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해 만든 날. 최고를 뜻하는 1이 세 번 모이고 한자 소 우(牛)자를 파자하면 세 개의 1이 나온다는 점을 착안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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