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 나비전시회 연 서초구립여성합창단 남철우 지휘자

음악회와 함께한 나비전시회로 훨훨 날다!

화려한 나비의 매력 같이 나누고파 채집…음악과 나비의 아름다운 조화

지역내일 2010-11-14 (수정 2010-11-14 오후 10:17:14)

지난 9월 6일부터 5일간 서초구청 1층 로비에서 열린 ‘나비의 노래, 음악회와 함께하는 나비전시회’는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기하고 화려한 색색의 나비와 곤충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관람객들은 전시작품을 채집한 주인공이 바로 서초구립여성합창단 남철우 지휘자라는 사실에 더 큰 호응을 보였다.




캄보디아에서 본 화려한 나비에 매료돼
성악가(바리톤)이자 서초구립여성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남철우 지휘자는 워낙 나비를 좋아해 오스트리아 유학시절에도 그곳의 나비를 즐겨 보곤 했었다. 7년 전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가한 그는 레스토랑으로 꾸며진 나비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너무나도 화려한 나비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때 받은 감동이 귀국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며 나비 채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고, 환상적인 색을 자랑하는 다양한 나비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문 서적을 찾아보면서 나비와 관련된 지식을 쌓고 표본 만드는 과정까지 익힌 그는 채집한 나비를 액자에 넣어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다. 나비의 색깔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리는 액자를 고르고 학명이나 채집 장소, 일시 등을 펜으로 일일이 기록하는 등 예술가적인 섬세함을 담은 그의 작품은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그는 꽃을 그리고 그 위에 나비 표본을 올리는 식으로 차별화된 시도를 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처음에는 보관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애써 만든 표본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비의 생명인 날개가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채집망도 직접 만들고 최적의 표본법도 익히는 등 노하우가 쌓였다. 남철우 지휘자는 “한 번에 2~3마리 정도만 채집하고 아무리 신기하더라도 희귀종류는 채집을 하지 않는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나비가 좋아서 시작했다가 점점 희귀종이나 고가의 표본에만 욕심을 내게 되는 경우도 있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오래 즐길 수 있는 일이다”라고 귀띔했다.




나비전시회에서 모아진 성금, 뜻 깊은 기부
남철우 지휘자는 2002년 7월 동숭동에 있는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화음, 기타와 노래’라는 음악회를 열었다. 올드 팝과 7080 가요를 편곡해서 노래한 이 음악회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주제로 공연을 계속하기도 했으며 올해 서초구청 공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서초구청 음악회는 나비전시회 관람과 함께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직접 채집한 나비와 곤충 액자 100여점을 전시했으며 미니콘서트가 이어졌다. 남철우 지휘자는 해설과 함께하는 미니 콘서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곡 위주로 들려줬다. 비록 전시품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10여 년 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이디오피아 아동의 마을을 돕기 위해 모금함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미리 각 표본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가를 알려주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가져가면서 기부를 하는 식으로 모금을 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비록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 마을을 위해 뜻 깊게 사용돼 보람이 컸다.

3년째 서초구립여성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휘센 전국합창경연대회’ 금상,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 대상, ‘서울시 여성합창대회’ 금상 등 좋은 성과를 올렸다. 그는 “그동안 합창단을 알리는 의미에서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했지만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내년부터는 서초구 관내 행사나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 등 내적인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라고 지휘자로서의 계획을 밝혔다.




음악과 나비에 대한 사랑 이어갈 공간 구상 중
여행을 갈 때마다 채집 도구가 든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그는 채집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공연을 위해 두 번째로 캄보디아 씨엠립을 방문했을 때였다. 마치 왕궁 같은 호텔무대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그는 무대 뒤로 날아다니는 멋진 나비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1시간 정도 주어진 휴식 시간에 바로 그 나비를 두 마리나 잡았지만 살생을 원치 않는 현지 주민들의 눈길 때문에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5년 전쯤에는 취미로 성악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한 지인이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 인근에 있는 집을 리모델링해 7월경에 음악회를 연 적이 있었다. 공연을 위해 참석한 그는 토종 꽃 위주로 잘 가꾸어진 마당에서 아주 크고 화려한 제비나비를 발견했다. 음악회가 끝나고 다시 날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채집을 한 그 제비나비는 날개폭이 25cm나 되는 흔치않은 대형 나비였다.
이렇게 항상 음악과 나비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는 그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폐교를 개조해 음악인들이 와서 쉴 수 있는 음악센터이자, 곤충채집도 해보고 전시된 표본들도 보면서 다양한 취미를 경험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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